Natural science /화 학

술 ( alcohol ), 에탄올

나 그 네 2012. 3. 1. 13:29

술

은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학물질임에 틀림없다. 즐거울 때 혹은 슬플 때는 물론, 예식을 진행할 때에도 술은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 실력은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6년 주류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인구의 연 평균 술 소비량이 대략 소주 72병(360밀리리터 기준), 맥주 80병(640밀리리터 기준) 정도라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애주가들은 입에 술을 달고 사는 것 같다. 도수가 높은 독한 술 소비량에서도 러시아, 라투비아, 루마니아에 이어 세계 4위에 속할 정도로 술에는 일가견이 있는 민족임에는 틀림없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술 소비량이라 아니할 수 없다. 술로 인해 남자는 평균 3년, 여자는 1년 정도 수명이 단축된다고 하며, 음주로 인한 운전 사고, 건강 악화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금전적인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술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출처: gettyimags>

 

 

술 = 물 + 에탄올

화학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술의 주성분은 물(H2O)과 에탄올(ethanol, CH3CH2OH)이다. 그밖에 맛을 내기 위한 몇몇 첨가물이 있다. 요즘 팔리고 있는 순한 소주의 경우에 에탄올의 성분은 약 20퍼센트이며, 물이 약 80퍼센트를 차지한다. 술을 도수로 나타낼 때는, 도수의 수치 만큼의 에탄올 퍼센트 농도를 가진다고 보면 된다. 즉 소주가 20도라면 에탄올 함량이 20퍼센트라는 말이다. 단, 양주는 에탄올의 함량을 나타낼 때 proof라는 말을 사용한다. 100proof라는 것은 에탄올과 물이 각각 약 50퍼센트 정도 섞여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알코올의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과거에는, 마시는 술과 화약을 반반 섞어서 불을 붙여 파란색 불꽃이 유지되면 알맞은 술이라는 뜻으로 100proof라고 불렀다고 한다. 농도가 묽으면 잘 타지 않고, 너무 진하면 불꽃 색깔이 밝은 노란색을 띤 다는 것으로, 알코올의 농도를 구분했다고 전해진다.


에탄올의 분자 구조(CH3CH2OH). 술의 주성분은 물과 에탄올이다.

 

에탄올은 석유화학 공정을 거쳐서 혹은 발효과정을 통해서 생산할 수 있다. 석유화학 공정에서는 촉매를 이용하여 에틸렌(ethylene, C2H4)에 물을 첨가하여 만든다. 발효과정을 통해서 생산되는 에탄올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 특정 효모(yeast, Saccharomyces cerevisiae)를 이용한다. 효모가 글루코스(glucose, C6H12O6)를 소화하는 과정(대사작용)에서 내놓은 부산물 중 하나가 에탄올이다. 에탄올이 만들어 지면서 동시에 이산화탄소(CO2)도 발생한다. 만약에 대사과정에 산소가 존재하면 물과 이산화탄소만 생성되며, 에탄올은 생성되지 않는다. 술을 만들 때 사용하는 곡물인 쌀, 옥수수, 감자, 고구마에 포함된 녹말(starch)이 글루코스로 분해되어 효모의 대사과정을 거치면 술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술을 증류하여 대사과정의 불순물을 제거하면 비로소 비교적 순도가 높은 에탄올이 된다. 증류과정을 통해서는 100퍼센트 짜리 에탄올을 만들 수 없으며, 에탄올이 최대 96퍼센트 포함된 독한 술이 얻어진다.

 

효모 세포. 형광 물질에 의해 세포막이 시각화 된 효모 세포 모습.
<출처: (CC)Masur at Wikipedia.org>

아세트알데히드의 분자 구조(C2H4O). 에탄올은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산화된다.

 

 

에탄올은 몸 속에서 어떻게 될까?


우리가 마신 술에 포함된 에탄올은 간에서 효소(alcohol dehydrogenase)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C2H4O)로 산화되며, 아세트알데히드는 또 다른 효소(acetaldehyde dehydrogenase)에 의해서 초산(acetic acid, CH3COOH)으로 산화된다. 두 종류의 효소를 몸에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술의 분해가 활발히 일어나므로 비교적 술에 강하다. 반면, 한잔의 술만 먹어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술에 약한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분해 효소가 적은 사람이다. 술을 적절히 마시면 행복감도 느끼고,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

 

술에 포함된 에탄올은 우리의 몸 속에서 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 초산으로 차례로 산화된다.

 

 

체내에서 에탄올이 산화되어 생성되는 중간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두통, 구토, 불쾌감 등을 유발한다.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는 또 다른 물질(glutathione)과 반응하여 결국 없어지지만 그렇게 없어질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는 혈액에 남아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두통약을 먹고 나서 술을 먹으면 두통이 심화될 때가 있는데, 이것은 두통약이 아세트알데히드와 반응하는 물질(glutathione)의 농도를 감소시켜 혈액에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제로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약(disulfiram, (C5H10NS2)2)은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의 기능을 방해(block)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약을 복용한 사람은 알코올을 조금만 마셔도 마치 술을 많이 마신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술을 적절히 마시면 행복감도 느끼고,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
<출처: gettyimages>

체내에서 에탄올이 산화되어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두통, 구토, 불쾌감 등을 유발한다. <출처: gettyimages>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즐거워도 한잔, 괴로워도 한잔이지만 사람마다 에탄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양이 달라서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한잔의 강도는 매우 다르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에탄올 분해효소가 많지 않아서 술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지만, 같은 이유로 알코올 중독자 수가 적은 것은 고마운 일이다. 적절히 마시면 약이 되고, 과량으로 마시면 독이 되는 술 역시 다른 화학물질과 마찬가지로 이중성을 띠고 있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제공 대한화학회


발행일 
201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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