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이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옛 이름인 알루멘(Alumen)에서 유래된 것이다. 패러데이(Faraday)의 스승인 데이비(Davy)는 1808년 알루미늄 금속의 존재를 확인했으며, 그것을 처음에는 알루미엄(Alumium)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알루미늄이라고 바꾸어 불렀다. 1825년 비록 순수한 금속 알루미늄은 아니었겠지만 금속형태로 처음 만들어낸 과학자는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 1777-1851)이다.
요즈음에 짓는 집이나 아파트의 창틀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예전에는 철로 만든 창틀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부식 방지를 위해서 칠해 놓은 페인트가 벗겨져 흉한 몰골로 건물의 미관마저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알루미늄 창틀이 오랫동안 품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알루미늄 표면이 산화되어 단단하고 조밀한 산화물 막으로 덮여 있어서 더 이상 부식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지각에서 가장 흔한 금속 중 하나
알루미늄은 지각에 존재하는 가장 흔한 금속이며, 원소로 따지면 산소∙규소 다음으로 많은 원소이다. 그렇지만 순수한 금속 알루미늄으로 발견되는 일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알루미늄이 산소와 쉽게 반응을 하기 때문에, 자연에서 발견되는 알루미늄은 대부분 산화물로 존재한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단단하기 때문에, 순수한 상태 혹은 합금 형태로 항공기∙자동차∙자전거와 같은 운송수단에 많이 이용하고 있다.
매끈하게 표면 처리된 알루미늄이 다른 금속 면보다 더 반짝거려 보이는 까닭은 빛의 반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은의 반사율이 알루미늄보다 높아서 거울을 만들 때 은을 많이 사용해 왔다. 하지만 자외선이나 적외선 영역에서는 반사율이 어떤 금속보다 높아서 광학기기에는 알루미늄으로 코팅한 반사거울들이 많이 사용된다.
보오크사이트를 빙정석과 함께 용융, 전기 분해하면 순수한 알루미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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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광석은 프랑스 레보(Les Baux)지방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보크사이트(Bauxite)라 부른다. 보크사이트를 빙정석(cryolite)에 녹여서 용융된 용액에서 전기분해를 하면, 순수한 알루미늄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때 필요한 에너지가 매우 크다.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공정은 미국의 홀(Charles Martin Hall, 1863~1914)과 프랑스의 에루(Paul Louis T. Heroult, 1863~1914)가 각자 독립적으로 발명을 하여 홀-에루(Hall-Heroult) 공정이라 부른다.
말은 간단하지만 빙정석의 녹는점은 약 1000℃ 이상이며, 산화알루미늄의 녹는점은 거의 2000℃에 가까우니, 전기분해를 하기 위해서 이들 물질을 녹여서 용액으로 만드는 일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기분해를 하는 셀(cell)의 온도는 약 950℃ 정도로 산화알루미늄의 녹는점보다 훨씬 낮다. 그 이유는 고체 빙정석과 고체 산화알루미늄을 일정비율로 섞어서 온도를 올리면, 순수한 빙정석과 순수한 산화알루미늄의 녹는점보다도 더 낮은 온도에서 녹아서 액체가 되기 때문이다.
두 개의 탄소 전극을 용용 용액에 넣고 전류를 흘려주면 한쪽 탄소전극(환원, catho de)에서는 알루미늄 이온이 환원되어 금속 알루미늄이 생성된다. 또 다른 쪽 탄소전극에서는 산소가 발생되는 산화반응(산화, anode)이 진행된다. 전극에서 즉석에서 만들어진 산소와 탄소전극의 탄소가 반응을 하여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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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으로 만든 캔. | |
따라서 산화전극으로 이용되는 탄소전극은 닳아서 없어지므로 주기적으로 갈아 줘야 한다. 알루미늄 제련에는 많은 전기가 필요하며 유휴 전력의 활용을 위해 제련 공장들은 주로 발전소 근처에 있다. 알루미늄을 재생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새롭게 알루미늄을 만들 때 필요한 에너지의 5% 정도면 된다고 하니, 반드시 재활용을 해야만 되는 물질이기도 하다. | |
알루미늄 원광인 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을 정제하는 Hall-Heroult 제법을 발견한 C.M.Hall (왼쪽)
알루미늄을 재생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새 알루미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적다.
따라서 알루미늄은 재활용을 하는 것이 좋다.(오른쪽)
알루미늄 표면의 부동화 막 : 더 이상의 산화를 막아준다
금속이 부식된다는 것은 표면에서 금속이 금속 산화물로 변하고, 그 산화물이 떨어져 나가서 금속의 본래 모습이나 중량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철은 부식이 되면서 산화철이 되고, 부서지기 쉬운 산화철이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면 철이 본래 지닌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알루미늄 금속 표면에 형성된 산화물이 매우 단단하고 견고하게 알루미늄에 붙어 있다. 보통 형성되는 알루미늄 산화막(Al2O3)의 두께는 보통 몇 나노미터 정도로 매우 얇아서 알루미늄 특유의 금속 광택은 유지되면서 오랫동안 변치 않고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차로 산화 반응이 진행되어 얇은 금속 산화물 막(film)이 형성되면 더 이상의 부식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부동화(passivation)라고 부르며, 그 결과 생긴 막이 부동화 막이다.
그런데 알루미늄이 산화되는 조건을 조절하면 산화막을 형성하는 대신에 박막의 알루미늄 표면에 매우 작은 크기의 구멍이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알루미늄 전극에 산화 전압을 걸어주어 형성되는 알루미늄 이온이 산화물을 형성할 수 없는 조건이 되면 신기하게도 알루미늄 박막 표면에 균일한 육각형 모양의 구멍을 만들 수 있다.
전자 주사 현미경으로 박막 표면을 관찰해 보면 구멍의 생김새가 마치 벌집 모양과 같아 보인다. 구멍을 만드는 산화 전압과 전해질의 조건을 조절하면 원하는 크기의 지름과 깊이를 가진 구멍과 그것의 밀도를 조절한 템플릿(template)을 만들 수 있다. 알루미늄 템플릿을 이용하여 나노 굵기를 가진 전도성 고분자 선이나 탄소나노 튜브를 제작하여 그것의 특성을 조사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다양한 색상의 알루미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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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포일은 두께를 조절하거나, 염료를 넣어 다양한 색상으로 만들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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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제품 중에는 mp3 플레이어 케이스와 카라비너(karabiner)가있다. 카라비너는 등산이나 번지 점프를 할 때 사람과 줄을 매어 연결해주는 타원형으로 생긴 연결고리를 말한다. 또한 부엌에도 알루미늄으로 만든 금속 기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제품이 모두 금속 알루미늄 만들어졌음에도 매우 다양한 색깔을 띠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 비결은 알루미늄 표면에 인위적으로 두께를 조절한 산화알루미늄(보통 알루미나alumina라고 부른다)이 있기 때문이다. 제품 표면에 산화알루미늄 층을 형성해주면 부식과 마모되는 속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채색에 사용되는 염료의 접착도도 향상된다. 뿐만 아니라,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표면에 형성되는 산화알루미늄의 두께를 조절하는 것으로도 다양한 색을 만들어낼 수 있다.
빛이 산화물 박막을 통과해 반사되는 과정에서 간섭이 일어나면,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파장이 산화물의 두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산화물의 두께를 조절하면 보이는 색상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 |
일반적으로 산화물 두께의 2배에 해당하는 빛의 파장이 보강 간섭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서 빨강색의 파장은 대략 600 나노미터에 해당하므로 빨간 색상의 제품을 원하면 알루미늄 산화물의 두께를 약 300 나노미터 정도로 조절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산화알루미늄을 형성시킬 때 사용하는 용액에 첨가하는 물질의 변화를 주어도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 호화로운 색을 띤 루비나 사파이어 같은 보석들은 산화알루미늄에 특정 색을 나타낼 수 있는 금속이 불순물로 소량 들어 있다. 즉 산화알루미늄에 크롬이 섞여 있으면 붉은 루비 색을 띠고, 철과 티탄이 들어 있으면 파란 사파이어 색을 띤다. 그러므로 산화물 층을 형성시키는 용액의 성분을 조절하면 산화알루미늄 막이 형성되는 과정에 불순물이 고르게 침투하여 균일하고 아름다운 색상이 발현되는 것이다.
음식물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알루미늄 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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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는 알루미늄을 포일(foil, 호일)로 사용하며, 음식을 포장∙요리∙보관할 때 사용한다. 종이나 플라스틱에 알루미늄 박막을 입혀서 식품 포장으로 사용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자를 알루미늄 포일에 둘둘 말아서 불(숯불 혹은 오븐)에 구워서 먹어 보면, 감자 맛이 기막히게 좋아진다. 포일에 싸서 구우면 그냥 구울 때 보다 수분이 보존되므로 퍽퍽하지도 않고 적절한 수분을 함유해 맛있는 감자가 만들어진다. 서양식당에서 주로 스테이크와 함께 제공되는 구운 감자요리는 이런 방법으로 요리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불고기를 구울 때에도 알루미늄 포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정용 알루미늄 포일의 두께는 약 20 마이크로미터 내외로 한쪽 면은 광이 나서 반짝거리고, 다른 면은 광이 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왜 알루미늄 포일은 회사에 상관없이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을까? 그것은 포일을 만드는 공정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두 면의 빛의 반사율은 약간 차이가 나겠지만 성분이 다른 것은 아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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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알루미늄 포일. | |
금속의 순도가 높을수록 금속을 더 얇고 길게 뽑을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루미늄 강판을 롤러 사이에 두고 힘을 가하면 롤러 틈 사이에 해당하는 두께를 가진 알루미늄 박막이 만들어진다. 최종적으로 원하는 두께의 포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종 두께보다 2배만큼 벌어진 롤러 사이로 롤러 사이의 간격보다 더 두꺼운 박막 2장을 겹쳐서 밀어 넣는다. 그 결과 롤러를 빠져 나온 알루미늄 박막은 최종 두께의 2배가 되는 박막이 형성된다. 마지막 공정에서 2장이 겹쳐진 박막을 각각의 포일로 분리해 버리면 원하는 두께를 가진 알루미늄 포일이 만들어진다. 롤러가 닿았던 면은 광택이 나고, 두 장의 박막이 겹쳐졌던 면은 무광택으로 남아서 우리가 보는 알루미늄 포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고가품으로 명성을 날렸던 알루미늄 식기
한때는 알루미늄의 값이 엄청나게 비싼 시절이 있었다. 왜냐하면 광석으로부터 순수한 알루미늄금속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3세가 손님을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할 때 자신과 귀한 손님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술잔이나 접시를 사용하게 하였고, 초대된 일반 손님(?)은 은이나 금으로 만든 식사도구를 사용토록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런 기록으로 보아 알루미늄이 한때는 정말로 희귀한 금속으로 대접을 받으며 명성을 날렸었다. | |
- 알루미늄
원자번호 13번 원소. 표준원자량 26.98g/mol, 상온에서 고체, 녹는점 993.47K, 끓는점 2467K, 밀도 2.70g/㎤, 발견자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 1777-1851), 발견 연도 1825년, 전기저항 28.2nΩ·m(20°C), 자성 상자성(Paramagnetic), 주요동위원소 27Al(100%), 전자배열 [Ne]3s23p1.
- 글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발행일 201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