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빛과 색

나 그 네 2012. 3. 13. 17:41

왜 노을은 붉고, 하늘은 푸른가? 왜 깊은 물은 푸른가? 이런 질문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해온 것이며,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빛의 산란과 흡수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 현상에는 빛의 특성과 빛과 분자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물리학과 화학의 여러 가지 내용이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화학 탐구에서 아주 중요하게 이용된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은 파장이 약 800 nm에서 400 nm인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이다. 1 nm(나노미터)는 십억 분의 1 (10-9 m)미터 이다. 전자기파(약어로 전자파)는 파의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진동하는 전기장자기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기장과 자기장도 서로 수직이다.) 빛을 물결 모양으로 나타내는데, 이는 전기장의 크기와 방향을 보이는 것이다. 전자기파와 물질의 상호 작용은 주로 전기장에 기인한다. 전자기파는 또한 입자의 성질을 나타내는데, 입자성을 강조할 때는 광자(photon)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광자의 에너지(ε)는 주파수(ν)에 비례하고, 파장(λ)에 반비례한다. 즉 ε = hν = hc/λ가 된다(h 는 플랑크상수이고, c는 빛의 속도이다). 

   

프리즘을 통해 볼 수 있는 가시 광선의 파장과 색
<출처: NASA>

 

 

흰색의 빛 (백색광)은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이 혼합된 것이다. 이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파장 별로 분산되어 아름다운 색을 보인다. 무지개도 백색광이 물방울에 의해 분산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가시광선에서 파장이 긴 것은 붉은색 계열이고, 가장 짧은 것이 푸른색 계열인데 이들의 파장은 약 2배 차이가 난다.

 

 

한 개의 작은 입자에 의한 레일레이 광산란. Io는 입사광의 세기,
i는 산란 광의 세기이며, θ는 산란각도, α는 편극율,
r은 산란 입자와 관측기 사이의 거리이다.


빛이 원자나 분자에 닿으면 빛의 전기장에 의해 원자나 분자의 전자 구름이 빛의 주파수와 같은 주파수로 앞 뒤로 진동한다. 원자나 분자의 바닥 상태와 높은 상태의 에너지 차이가 빛(광자)의 에너지와 같으면 빛의 흡수가 일어난다. 에너지가 다른 경우에는 진동하는 쌍극자(dipole)를 만들 뿐이다.

 

전자기학 이론에 따르면 진동하는 쌍극자는 진동 주파수와 같은 전자기파를 내어 놓는다. 이것이 빛의 레일레이(Rayleigh, 레일리) 산란이다. 레일레이 산란은 쪼인 빛(입사광)과 산란된 빛의 파장(즉 광자의 에너지)이 같은 탄성 산란이다.

 

빛의 파장보다 월등히 작은 입자에 의한 산란광의 세기는 입사광 주파수의 4제곱에 비례한다. 즉, 파장의 4제곱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푸른 빛이 산란되는 것은 붉은 빛이 산란되는 것보다 대략 16배 크다.

 

 

대기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분자는 가시광선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의 색은 빛의 산란에 의한 것이다. 백색광인 태양 광선이 대기층을 통과할 때 짧은 파장의 푸른 색이 긴 파장의 붉은 색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산란된다. 하늘의 파란 색은 산란광을 보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태양을 볼 때는 산란으로 흩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붉은 색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해가 뜰 때나 질 때는 낮에 비해 태양광이 통과하는 대기층이 훨씬 두꺼워서 넓게 퍼진 붉은 노을을 보게 된다.

 

구름은 보통 물 분자가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큰 직경을 가진 물방울로 뭉쳐있는 것이다. 이 물방울은 빛을 모든 방향으로 산란시킨다. 개개 물 분자에 의한 산란광의 세기는 푸른 빛이 크나, 붉은 빛은 파장이 길어서 보다 많은 물 분자가 붉은 빛의 산란에 기여한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요인에 의해 백색광의 모든 파장의 빛을 거의 같은 세기로 산란시켜 흰색으로 보인다. 종이와 우유가 희게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또 담배 연기는 약간 푸른색이나, 내 뿜는 연기는, 연기를 구성하는 입자가 폐에서 엉겨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큰 알갱이가 되어 희게 보인다(실험은 하지 마세요!). 화학 실험에서 티오황산소듐(Na2S2O3)과 황산을 반응시키면 유황이 침전으로 얻어지는데, 처음에는 아주 작은 입자가 생겨 푸르게 보이나, 침전이 많아지면 입자가 커져 희게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많은 물방울이 빛을 산란시켜 구름은 하얗게 보인다.
<출처: NASA>

  

 

맑은 물이 푸른 이유를 푸른 빛이 많이 산란되기 때문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그 이유는 물이 붉은 색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는 긴 튜브에 물을 넣고 투과된 빛을 보면 푸르게 보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물은 가시광선보다 긴 파장의 (에너지가 작은) 적외선을 흡수한다. 적외선 흡수는 물 분자의 진동에너지 전이에 따른 것이다. 물에는 3개의 진동 방식(mode)이 있는데, 확률적으로는 크지 않으나, 이들 진동 방식의 조합으로 붉은 색 계통인 660 nm 파장 부근의 빛을 흡수하는데, 3 m 깊이의 물에서는 이 파장의 빛이 단지 44 %만 통과한다. 물에서 흡수되지 않은 푸른빛이 물속의 미립자나 바닥에서 산란(반사)되어 깊은 물이 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중수(D2O)는 물과 진동에너지가 달라, 푸르게 보이지 않는다.  물이 붉은 색을 흡수하기 때문에 붉은 색을 흡수하여 광합성에 이용하는 식물 (붉은 색의 보색으로 보이는 녹색 식물: 녹조류)은 수면 가까이에만 분포되고, 반대로 깊은 물속에는 푸른 색을 광합성에 이용하는 홍조류가 생존 경쟁에 유리하여 널리 분포되어 있다.

  

 

결정에서는 한 파장의 길이 안에 산란을 일으키는 많은 원자나 이온 (산란자)들이 질서 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다. 각 산란자는 그 순간에 입사되는 빛의 위상(phase)과 같은 빛을 모든 방향으로 내어 놓는다. 빛의 진행 방향으로의 산란광은 위상이 모두 같아 간섭이 되지 않으나, 옆으로의 산란은 서로 간섭하여 없어진다. 어떤 산란자에서 산란된 빛과 반 파장 차이가 나면서 세기가 같은 다른 산란자에서의 산란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에서는 분자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반 파장 차이가 나는 두 산란광의 세기가 약간 차이가 나서, 간섭으로 완전히 없어지고 않고 약간의 빛이 옆으로 산란된다. 대기 중에는 분자가 희박하게 분포되어 있어 각 분자에서 산란된 빛 사이에 거의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낮에 하늘은 전체적으로 밝다.

 

 

라만 산란을 이용한 실험 장면, 라만 산란을 통해 레이저 광선의 색을 바꾸고
있다. <출처: NOAA>


빛의 산란은 화학 탐구에서 아주 많이 이용된다. 고분자 용액의 경우, 분자에 의한 산란광의 세기는 분자가 클수록 각 산란 점에서 산란된 빛의 간섭 때문에 이 분자가 하나의 점 입자로 있다고 가정하였을 때보다 작아진다. 고분자의 농도와 산란 각도를 변화시키면서 산란광의 세기를 측정하면 고분자의 분자량과 크기 (관성반경: Radius of Gyration)를 구할 수 있다. 입자의 브라운 운동에 따른 영향으로부터 입자의 크기를 구할 수도 있다.

 

입자가 정지해 있다면 산란광의 세기는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으나, 용액에서는 입자들이 움직이고, 따라서 산란광의 간섭 정도가 시간에 따라 변한다. 시간에 따른 산란광 세기의 상관관계에서 입자의 확산계수를 얻을 수 있으며, 확산계수는 입자의 반경에 반비례하므로 크기를 구할 수 있다.

 

라만(Raman) 산란은 쪼여준 빛과 산란된 빛의 파장이 약간 다른 비탄성 산란이다. 이는 레일레이 산란에 비해 아주 약하지만 일어난다. 라만 산란은 광자와 분자가 충돌할 때 분자의 진동에너지가 광자의 에너지로 더해지거나 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쪼인 빛과 산란된 빛의 광자 에너지의 차이로 분자의 진동에너지의 구조를 알 수 있다. 진동에너지는 결합한 원자나 결합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분자의 진동에너지 구조는 적외선(IR) 흡수 자료로부터 얻는데, 어떤 진동은 IR은 흡수하지 않으면서 라만 산란은 보인다. 라만 산란은 적외선 분광학과 보완적으로 분자 구조를 밝히는데 아주 유용하게 이용된다.

 

 

 


ABS수지로 만든 레고 블록
ABS수지의 A가 아크릴로니트릴을 뜻함[출처:NGD]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뮤코다당류의 생화학과 생물리학>이 있고, 역서로 <젊은 과학도에 드리는 조언> 등이 있다.


발행일 
200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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