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분자가 다른 분자에게 전자나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들뜬 분자 A 주위에 다른 분자 B가 있을 때는, A와 B 분자의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분자간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광유발 전자 전달(Photoinduced Electron Transfer) 반응이다. 한 예는 분자 B의 전자가 들뜬 A 분자의 바닥 상태에 생긴 빈자리로 이동하는 경우이다. 결과적으로 빛에 의해 A는 전자를 받아 환원되고, B는 전자를 잃어 산화된다. 반대로 들뜬 분자 A 에서 분자 B로 전자가 이동하여, A는 산화되고 B는 환원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에너지 전달이다. A 분자의 형광 파장대와 B 분자의 흡광 파장대가 겹치는 경우, 들뜬 A 분자는 이의 에너지를 B로 전달하여 B를 들뜨게 하고, A는 바닥 상태로 돌아간다. 이때 B가 형광을 내는 분자라면, B의 형광이 A의 형광보다 장파장에서 나온다. 들뜬 분자에서 에너지를 전달 받아 들뜬 분자도 직접 빛을 흡수하여 들뜬 분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분자에게서 전자를 받을 수 있고, 또 다른 분자로 전자나 에너지를 줄 수도 있다.
전자 전달이나 에너지 전달이 일어나는 경우, 분자 B에 의해 A의 형광은 감소한다. 이를 소광(quenching)이라 하고, B를 소광제(quench er)라 부른다. 소광 효율은 A와 B의 화학적 특성은 물론, 이들 간의 거리에도 민감하게 변한다. 특히 에너지 전달은 몇 나노미터 (1 nm = 10-9 m) 거리에서도 일어날 수 있어, 특성을 알고 있는 A와 B사이의 에너지 전달 효율로 이들 간의 거리를 알 수 있다. 거대 생물 분자의 특정 위치에 A와 B를 결합시킨 후 이들 사이의 에너지 전달 효율을 측정함으로써 결합된 위치 사이의 거리를 구하고, 분자의 공간적 구조를 연구하기도 한다.
빛 에너지 전환과 광분자 소자
광유발 전자 전달은 빛으로 물을 분해시키는 반응이나, 식물의 광합성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빛을 받는 분자와 이 분자에서 전자나 에너지를 받는 분자들을 공유결합이나 착물 형성을 통해 특정한 구조를 갖도록 조립시키면, 빛 에너지나 전자를 특정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이를 활용하여 물의 광분해에서와 같이, 빛을 써서 높은 에너지의 화학물질을 효율적으로 얻거나, 빛으로 작동되는 분자 기계를 만드는 것이 시도되고 있다.
형광은 형광 분자의 주위 환경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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