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차는 녹차(綠茶)와 홍차(紅茶)이다. ‘홍차’하면 영국이 떠오른다. 영국인들은 매일 오후 4~6시 사이에 홍차와 함께 케이크나 구운 쿠키 등을 곁들이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즐긴다. 영국인들이 하루에 마시는 차의 양은 약 1억6천만 잔에 이를 정도이다. 하지만 영국에 차문화가 대중화 된 것은 3세기도 채 안 된다. 중국의 차가 처음 영국인에게 소개되었을 때 영국인에게 차는 매우 생소한 것이었지만, 그 당시 중국 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중국차를 마신다는 것은 영국인들에게 고급문화의 향연이자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티백 녹차에 꽃 한송이가 담겨있는 모습(왼쪽)과 영국인들이 즐겨마시는 홍차(오른쪽).
차의 산지는 중국, 인도, 스리랑카 등 아시아 국가들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문화에 따라 차를 즐기고 있다.<출처: (cc) patrick george at en.wikipedia.org>
영국의 홍차 문화의 배경에는 중국의 3000여 년의 장대한 차문화가 있다. 중국은 시대별로 차의 음용형태가 바뀌면서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만들어 왔다. 유럽 사람들이 차를 접할 당시 중국인들에게 차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마실 수 있는 생활음료였다.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차 생산량이 가장 많은 국가로, 그 중 70%이상을 녹차가 차지하고 있다. 녹차는 중국인들에게 가장 일상적인 차로, 물처럼 흔하게 마시지만 때론 깊은 산중의 보옥처럼 귀하게 여겨진다. 녹차의 가격은 아주 다양해 우리 나라 돈으로 몇 천 원에서부터 심지어 수억원에 거래되는 것까지 있다.
현재 홍차는 세계 차 무역량의 80%이상을 차지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널리 음용되고 있다. 반면 중국 및 일부 국가에 국한되어 소비되던 녹차는 소비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1970년대에 홍차와 녹차의 소비비율이 9:1이였던 것이 현재에는 3:1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 차는 세계 각국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며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아편전쟁을 발발시킨 영국인들의 홍차 사랑
영국에서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왕 찰스 2세는 1662년 포르투갈의 공주 캐서린 브라간자와 결혼하게 된다. 영국에 차가 아직 생소하던 당시 캐서린은 낯선 땅으로 시집가면서 ‘동양의 신비스런 약’인 차와 중국의 다구(茶具)들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차문화를 궁정에 유행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은 초기에는 네덜란드를 통하여 수입한 중국의 녹차를 주로 마셨으나 차의 소비가 많아지면서 중국과 직접 교역하게 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발효차를 수입하기 시작하였다.
영국인들은 오후 4~6시 사이에 홍차와 함께 케이크나 쿠키, 스콘을 곁들이는 애프터눈 티를 즐긴다. 18세기 이후 영국은 홍차의 최대 소비국가가 되었으며, 특히 우유를 곁들인 밀크티를 즐겨마신다. <출처: (cc) Jeremy Keith at en.wikipedia.org>
18세기 초에는 왕실과 상류층을 중심으로 홍차의 소비가 급증하게 되고, 18세기 중반에는 거의 모든 가정의 아침식탁에 차가 올라오게 된다. 19세기에는 차를 마시는 습관이 널리 퍼져 ‘애프터눈 티’ 문화가 정착되었다. 이렇듯 차의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면서 중국에서 수입하는 차만으로는 그 수요를 따라갈 수 없게 되자, 영국은 식민지에서 직접 중국 차나무 재배를 시도하게 된다. 이에 인도, 자바, 실론 등지에서 여러 번 시도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다르질링(다즐링, Darjeeling: 인도 동북쪽 서벵골 주 북부의 도시) 지역에서만 유일하게 차 재배를 성공하게 된다. 다르질링 홍차는 그 맥을 이어 현재에도 세계 어디에서나 사랑받고 있다. 그 후 영국인들은 인도의 아쌈, 실론(스리랑카) 등지에서도 차 재배를 성공하게 된다.
영국인의 차에 대한 사랑은 중국과 영국의 역사적인 전쟁인 아편전쟁을 발발시키게 된다. 당시 중국은 모든 물건이 풍족한 반면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물건들이 많았기 때문에 항상 무역불균형이 초래되었다. 특히 차는 중국이 아니면 수입할 곳이 없어 차에 지불하는 은(銀)은 국가의 재정을 흔들 정도였고 영국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식민지였던 인도로부터 아편을 가져다 중국에 팔기 시작하였다. 당시 중국에도 아편은 있었지만 마시는 약용으로만 사용되었고, 영국은 담배와 같이 흡입할 수 있도록 간편하게 만들어 판매하였다. 아편은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그 폐해가 날로 심각해져 청나라 정부가 재배ㆍ수입과 흡입을 금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밀수입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아편으로 인해 막대한 중국의 은이 이제는 영국으로 유출되기 시작하였다. 결국 1839년 중국은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몰수하여 소각하게 되고, 이에 반발한 영국이 청나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1840년 아편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 1842년 아편전쟁에 승리한 영국은 차무역을 자유화시켰고, 인도와 실론 지역에서의 차 재배가 성공하면서 영국의 차소비는 더욱 확산되었다.
차나무의 종류와 품종개량
차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른 상록수로 10월에 하얀 꽃을 피운다. 꽃과 열매가 동시에 피어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고 한다.
차는 차나무에서 딴 어린잎을 가공하여 만든 음료를 말한다. 홍차든 녹차든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나무의 품종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차나무의 학명은 [Camellia sinensis(L.) O. kuntze]로, 중국의 서남부 지역에서 기원한 동백나무라는 뜻이다. 차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른 상록수로 겨울에도 그 푸르름을 유지한다. 차나무는 온화한 기후와 산성토양에서 잘 자라며 10월에 하얀 꽃을 피운다. 꽃과 열매가 동시에 피어 있다하여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 한다. 뿌리가 다른 나무보다 깊게 뻗어 이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예전에는 딸이 시집 갈 때 일부종사하라는 의미로 차씨를 함께 넣어줬다고 한다.
차나무는 토양, 기후, 강수량 등 자라나는 환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중국의 운남,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와 같이 더운 지역에서는 줄기가 굵고 키가 큰 교목형(喬木形)과 잎이 큰 대엽종(大葉種)이 많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중동부, 일본과 같이 겨울이 추운 지역은 줄기가 가늘고 키가 작은 관목형(灌木形)과 잎이 비교적 작은 중ㆍ소엽종(中ㆍ小葉種) 차나무가 많다.
열대기후에서 주로 자라는 교목형 차나무
우리나라와 같이 겨울이 추운 지역에서 자라는 관목형 차나무
찻잎에는 폴리페놀(Polyphenol)과 아미노산(Amino Acid)이라는 성분이 있다. 쓴맛을 내는 폴리페놀은 대엽종에 많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은 소엽종에 많다. 차의 품질은 폴리페놀과 아미노산에 의해 결정되는데, 신기하게도 이 두 성분은 시소와 같아 폴리페놀이 많아지면 아미노산이 줄어들고 아미노산이 많아지면 폴리페놀이 줄어든다. 홍차는 붉은 색 차탕의 매혹적인 골든링(품질 좋은 홍차의 수면 가장자리에 생기는 금색의 띠)을 갖는다. 이러한 특징은 찻잎 속의 폴리페놀이 산화하면서 생성되는 현상으로, 폴리페놀의 함량이 많을수록 산화물이 많아져 홍차의 차탕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이와 대조적으로 녹차는 투명한 푸른빛 찻물색과 싱그러운 맛이 일품이다. 녹차는 산화를 시키지 않기 때문에 폴리페놀이 많게 되면 차 맛을 쓰게 만들어 녹차의 질을 떨어뜨린다. 그러므로 홍차는 폴리페놀의 함량이 많은 대엽종이 적합하고, 녹차는 폴리페놀의 함량이 낮고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은 소엽종이 적합하다. 날씨가 더워 대엽종이 잘 자라는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서는 주로 홍차(다르질링, 실론티)가 생산되고, 겨울이 추워 중ㆍ소엽종이 잘 자라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녹차가 많이 생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대엽종 생엽
채적(採摘)한 소엽종 생엽
현대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부가가치성, 생산의 합리성, 찻잎의 다수확(多收穫)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품종들이 개발되고 있다. 품종개량은 점점 더 전문화ㆍ세분화되어 계속적으로 차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품종개량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 중국의 서호용정차(西湖龍井茶)와 안길백차(安吉白茶)가 있다. 서호용정은 중국을 대표하는 녹차이다.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재위: 1735~1796)는 서호용정을 너무나 좋아하여 차나무 18그루를 어차수(御茶樹)로 지정했는데, 현재 어차수의 잎을 통해 만든 차의 경매가가 약 2억 5천만원에 육박한다. 보통 3월말경 처음으로 시중에 나오는 서호용정차는 500g당 약 3,500위엔(元)에 이르고, 일주일에서 10일 정도가 지나면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발아시기를 앞당기면 차의 시장성이 증가하게 되므로, 용정 43호와 같은 품종은 약 5일 정도 발아시기를 앞당겨 고부가가치성을 높였다. 안길백차(녹차의 일종)는 상쾌하고 달콤한 감칠맛이 특징으로 이는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찻잎에는 약 4%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지만, 안길백차의 품종에는 6%이상 함유되어 있다. 최근에는 품종개량을 통해 아미노산의 함량을 10%이상으로 끌어올려 더욱 맑고 싱그러운 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녹차와 홍차의 특징
1) 신선한 상태의 찻잎 선엽(鮮葉)
2) 참새 혀 모양의 작설(雀舌)형
3) 구슬모양의 주형
4) 송침형
5) 소라형
6) 편평형
녹차는 녹탕녹엽(綠湯綠葉), 홍차는 홍탕홍엽(紅湯紅葉)의 특징을 갖는다. 찻물과 찻잎의 색이 녹차는 녹색, 홍차는 홍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녹차는 녹색을 유지하기 위해 생엽을 따서 바로 솥에 볶거나 증기를 쬐어 산화의 진행을 막는다. 그런 다음 모양을 만들어 주기 위한 유념(揉捻: 찻잎을 주무르고 비빔)과정을 거친 후 건조하여 완성한다. 녹차는 찻잎의 여린 정도에 따라 품질이 많이 달라져, 생엽을 딴 시기에 따라 크게 청명(淸明: 24절기의 다섯번째)전의 명전차(明前茶), 우수(雨水: 24절기의 두번째로 입춘과 경칩 사이)전의 우전차(雨前茶)로 나뉜다. 유념의 방식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참새 혀 모양의 작설(雀舌), 구슬모양의 주차(珠茶), 눈썹모양의 미차(眉茶), 솔잎처럼 뾰족한 송침(松針), 소라처럼 구불구불한 소라형 등 다양한 모양의 차가 만들어진다. 건조방식에 따라서는 솥에 건조한 차는 “초청(炒靑)”, 불에 쬐어 건조한 차는 “홍청(烘靑)”, 태양광선에 말린 차는 “쇄청(晒靑)”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녹차는 초청차가 많고, 찻잎을 딴 시기에 따라 우전(雨前), 세작(細雀), 중작(中雀), 대작(大雀)으로 분류한다.
찻잎이 발효되는 과정. 사진 왼쪽부터 생엽이 발효되면서 점점 모양이 변하고 있다.
홍차는 찻잎을 따서 일정시간 동안 찻잎을 널어놓는 위조(萎凋: 찻잎을 말림)와 찻잎에 물리적 힘을 가해 세포를 파괴하는 유념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발효(醱酵)를 시킨 후 건조하여 완성한다. 홍차의 품질은 주로 발효에 의해 결정되고,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테아플라빈(Theaflavin)과 테아루비긴(Thearubigin)의 비율에 의해 홍차의 맛과 탕색이 결정된다. 만약 발효가 부족하여 테아플라빈이 많았을 경우 차탕색은 홍차 고유의 아름다운 선홍빛을 띠지 않고 녹빛을 띠는 오렌지색에 가까워지면서 떫고 자극적인 맛을 낸다. 발효가 과도하면 테아루비긴이 많아지는데, 이때에는 차탕색이 어두운 갈색을 띠고 맛은 맹맹해져 홍차 특유의 맛을 잃어버리게 된다. 발효가 적절한 홍차는 쓰고 떫음이 조화를 이루어 기분 좋은 상쾌함을 남기고, 붉은색 차탕의 아름다운 골든링은 마시는 사람의 마음을 한껏 유혹한다.
대자연의 위대한 선물, 차
차는 대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 될 수 있다. 차는 맛과 향기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우리가 좀 더 차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면, 차는 단순한 기호식품에서 벗어나 우리들 각자의 내면 깊은 곳에 침잠되어 있는 대자연의 위로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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