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계절별 마시기 좋은 한국의 차(茶)

나 그 네 2013. 1. 9. 18:14

계절별 마시기 좋은 <br />
한국의 차(茶)

사계절이 뚜렷이 구분되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철마다 즐길 수 있는 농산물이 존재했다. 현대에는 비록 하우스 재배를 비롯한 농업 기술의 발달과 해외로부터의 각종 농산물 수입 등으로 인해 제철 산물에 대한 영향력이 어느 정도 감소했지만, 아직도 계절마다 재배 시기를 맞이한 농산물은 가격과 품질, 영양소 함유 등에 있어 우위에 서 있다. 차(茶) 소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철마다 생산되는 각종 산물들은 차의 재료로 활용되어 널리 사랑받아 왔으며, 특히 계절마다 날씨 변화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각각의 적합한 효능으로 사람들의 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계절별로 마시면 좋은 우리의 차를 소개하고자 한다.

봄에 어울리는 차

햇차의 싱그러움을 담은 ‘우전’

겨울을 지내고 곡우 즈음에 가장 먼저 딴 어린 찻잎으로 만든 차를 우전(雨前), 혹은 첫물차라고 한다. 귀한 차로 평가되는 우전은 순하면서도 끝맛이 달고 구수한 풍미가 있다.

유차(동백)가 다 지고서 찻잎이 기를 피니
우전차가 눈 속 꽃을 인하여 이었도다.
봄 오자 바다 위엔 생선회가 풍족하여 술자리가 육식하는 집과 전배 없구나.
- 다산 정약용

차를 사랑했던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봄이 오면 봄의 향기를 실은 생선들이 상 위에 선보이게 되는데, 우전의 계절이 오니 이런 풍족한 상도 부럽지 않다고 언급했다. 찬바람이 걷히고 따뜻한 햇살이 대지를 감싸는 봄이면 햇살을 머금은 차나무도 연두빛 잎을 지니게 된다. 겨울을 건강하게 지낸 차나무에는 차 본연의 맛이 깃들고 향이 머물러 온전한 찻잎을 만들어낸다. 보통 겨울을 지내고 곡우(穀雨, 24절기 중 6번째 절기. 봄의 마지막 절기로, 양력 4월 20일 전후) 즈음 가장 먼저 딴 어린 찻잎을 뜨거운 솥에 덖어 만든 차를 우전(雨前)이라고 한다. 우전은 가장 처음 딴 찻잎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여 첫물차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날씨가 따뜻한 제주에서부터 첫물차를 채엽한다.

우전은 고유의 중후한 풍미를 살리기 위해 일창이기(一槍二旗, 한 개의 찻잎 양 옆에 두 이파리가 받쳐주는 모양을 한 어린 차순)의 햇찻잎을 잘 가려 따고, 제대로 덖어 유념(揉捻)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덖음’이란 순우리말로 약재, 곡식, 찻잎 등을 물이나 기름없이 그대로 볶아서 익힌다는 뜻이다. 차를 만들 때 활용되는 전통 방식인 덖음법은 주로 사찰의 스님들에 의해 알음알음 전수되어왔다. ‘유념’이란 잎을 비비는 등의 압력을 가해 그 조직을 파괴시켜, 차를 우릴 때 찻잎 안에서 맛을 내는 물질이 쉽게 나오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좋은 우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사광선을 받으면 차맛이 저하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른 새벽 아침부터 해가 뜰 때까지 채엽하는 것이 좋다. 또한 덖음 과정에서 솥의 온도를 적절히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낮은 온도에서 차를 덖으면 찻잎이 잘 익지 않아 풋내가 나며, 찻잎이 식으면서 붉은색으로 산화되어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우전은 순하면서도 끝맛이 달고 구수한 풍미가 일품이다. 또한 아미노산의 함량이 두물차(두번재 채엽한 차)나 세물차에 비해 2~3배 이상 높아 감칠맛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민들레차’

독특한 향취의 민들레잎으로 만든 민들레차는 깔끔한 향과 개운한 뒷맛, 높은 비타민 함량을 자랑한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민들레는 우리 생활에 친숙하고 건강한 식물이다. 민들레의 꽃은 봄에 따서 술을 담그며, 향취가 독특한 잎은 우려서 차로 많이 마신다. 민들레차는 봄날을 닮은 깔끔한 향과 개운한 뒷맛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비타민 함량이 특히 높아 건강을 위해 즐겨 마시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민들레차를 마실 때에는 9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1~2 티스푼을 넣고 2~4분 가량 우려내면 제대로 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여름에 어울리는 차

입맛을 돋구는 식전 차 ‘오미자차’

차갑게 우려내어 여름에 마시면 좋은 오미자차는 갈증 해소 및 식전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오미자는 단맛(甘味), 신맛(酸味), 쓴맛(苦味), 매운맛(辛味), 짠맛(鹹味)의 다섯 가지 맛을 지녔다고 하여 오미자(五味子)라 부른다. 혀 안에서 펼쳐지는 오미자의 맛은 오묘하고도 익숙한 전통의 맛이다. 오미자차는 붉게 영근, 잘 익은 오미자를 채엽해 말려 만든다. 오미자차는 특히 여름에 더욱 좋은데, 그 이유는 차가운 물에 우려내면 더욱 맛있기 때문이다. 여유롭게 우려내면 오미자의 붉은색이 잘 우러나는데 이때 신맛을 감하려면 끓인 물을 식혀 우려내면 된다. 물 대신 음용하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또한 투명한 붉은 찻물의 고운 색감은 무척 아름답다.

비타민이 풍부한 과실인 오미자는 더위에 지쳤을 때 활력을 선사하며 속 깊은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머리가 복잡할 때나 권태로운 날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도 잘 어울린다. 취향에 따라 꿀이나 시럽을 더해 즐기면 아이들을 위한 여름 홈메이드 음료로도 좋고, 화이트 와인을 섞어 펀치로 만들면 어른들의 홈 파티에도 잘 어울린다.

마시면 코끝이 시원해지는 ‘목련꽃차’

맑은 노란색에 코끝이 시원해지는 맛,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기의 목련꽃차는 따뜻한 물에서 꽃의 결이 살아 피어오르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마시기에 좋다.

목련꽃차는 목련 나무에서 꽃송이를 채엽해 만든 차다. 목련꽃은 제2의 연꽃이라고 불릴 만큼 차향이 그윽하며, 낱개 꽃잎차는 따뜻한 물에 우려내면 건강한 결이 그대로 살아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오직 목련꽃만으로만 구성된 차는 그 모습을 감상하면서 마시기에 좋다. 목련꽃차는 맑은 노란색을 띠는 수색에 코끝이 시원해지는 특유의 맛과 입안 가득히 퍼지는 향기로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목련꽃차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 맛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여름이라도 차에서 올라오는 생강 같은 향을 즐기며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몸에 열이 많아 여름철 따뜻한 차가 부담스럽다면 앞서 기술한 오미자차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여름은 사계절 중 기온의 변화가 가장 강렬하다. 따라서 에어컨 같은 냉방기구를 활용하게 되는데, 목이나 기관지가 좋지 않을 때 목련꽃차를 곁에 두고 마시면 좋다. 또한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 천천히 피어오르는 목련꽃을 살펴보며 여유를 가지고 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여름에는 물 대신 차를 마시면 수분과 영양분을 보충하는 데 좋다. 달고 시원한 맛으로 차갑게 마셔도 좋지만 이열치열 따뜻하게 마시면 장점이 많다. 여름철 외부 온도가 올라가면 사람의 신체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피부로 온도가 몰린다. 대신에 내장 부분은 조금 차갑게 되는데 여기에는 너무 차가운 음료보다는 적당히 미지근한 차가 잘 어울린다. 시원한 것만 찾게 되는 무더운 여름, 따뜻한 차로 찬 음식에 지친 속을 달래는 것도 좋겠다.

한라산의 정기를 품은 ‘조릿대차’

한라산 인근에서 자생하는 조릿대는 그 효능이 특히 뛰어나 ‘제주의 인삼’이라고 불린다. 조릿대차는 무더위로 인해 심신이 지친 여름에 특히 좋다.

다년생 대나무의 일종인 조릿대는 해발 600m에서 1400m 사이에서 자생하며 따뜻한 기후에서는 해발 1,800m까지 자라는 식물이다. 대개 1미터 안팎의 작은 규모로 빽빽하게 모여 자라는데 독성이 없어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된다. 조릿대 중에서도 청정한 제주도, 그 중에서도 한라산과 인근의 산림 지역에서 자생하는 조릿대는 ‘제주의 인삼’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효능을 주목받아 왔다. 일반적인 조릿대와 달리 해당 지역의 조릿대는 가지가 갈라지지 않고 마디가 공처럼 둥글며 원대에 털이 없다. 생명력도 강해 제주 지역의 조릿대는 제주 자생식물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에 분포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숙종 때 제주에 기근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자 사람들이 한라산에 자생하는 조릿대의 열매를 활용하여 아사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기록이 있으며, [동의보감]에는 조릿대가 피로 회복에 좋다고 언급하고 있다. 조릿대에는 해열작용도 있어 여름철 더위를 먹었거나 열대야로 인한 수면부족 등으로 심신이 지쳤을 때 차로 마시면 좋다. 품질이 좋은 조릿대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효능이 높은 제주산 조릿대의 연하고 부드러운 잎을 골라 잘게 썰은 후 그늘에 말려 제다(製茶: 차나무에서 딴 잎을 이용하여 음료로 만듦)하는 것이 좋다. 조릿대차는 90도 정도의 뜨거운 물에 3~4 티스푼의 차를 넣고 4~6분 정도 우리면 연한 녹색의 수색과 함께 구수한 감칠맛, 그리고 단맛이 어우러진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다.

가을에 어울리는 차

감미로운 맛과 절개 가득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국화차’

국화차 특유의 향과 빛깔, 독특한 맛은 가을의 정취에 잘 어울린다. 그 자체의 맛과 향을 즐기는것도 좋지만, 부드러운 녹차와 블렌딩하여 새로운 맛을 느껴볼 것을 추천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마시는 물 중에 으뜸은 새벽에 긷는 우물의 정화수(井華水)이고, 그 다음은 차가운 샘물인 한천수(寒泉水), 그리고 다음이 국화꽃으로 가득 덮인 연못에서 기른 국화수(菊花水)라고 했다. 예로부터 국화수는 성질이 온순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물로 알려져왔다. 또한 [신농본초경]에서는 국화차를 성품을 기르는 데 좋은 차라고 소개하고 있다. 국화 특유의 향과 빛깔, 그리고 독특한 맛은 가을을 품기에 손색이 없다. 국화차는 비타민 A와 B, 콜린, 스타키드린, 아데닌 등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특히 국화차에 함유된 비타민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여러모로 유익함을 준다. 가을에 피는 국화는 화려하지 않지만 향기가 빼어나고 생명력이 길어 오랫동안 곁에 두고 꽃을 볼 수 있게 해주는데, 차로 즐기는 국화도 꽃만큼이나 미묘한 매력을 전달한다. 찻물을 머금은 국화꽃이 찻잔에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무척 아름답다. 국화 중에서도 서늘하다 못해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꼿꼿하게 피는 우리나라의 감국(甘菊)으로 만든 차는 특히 맛과 향이 뛰어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감국은 몽우리가 두껍고 큰 편이어서 손질이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단점이 있다.

국화차는 주로 10월과 11월 사이 온전한 모양을 잃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딴 국화를 건조시켜 만든다. 국화차는 여러 차례 우린 후에도 풍부한 잔향이 남아있어 여운을 즐기기에 좋은 차다. 또한 맛과 향이 독특하여 굳이 다른 음식과 곁들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한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부드러운 녹차와 블렌딩하여 마시면 또 다른 형태의 그윽한 맛을 접할 수 있다. 꽃차의 일종인 국화차는 일반 녹차를 우릴 때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인 90도 정도의 뜨거운 찻물을 사용하여 우리는 것이 좋다. 1인분으로 3~5개의 꽃송이를 넣어 2~3분 정도 우려내어 마시면 되는데 취향에 따라 온도와 우리는 시간은 조절하면 된다. 국화차를 우릴 때 투명한 다기를 사용하면 아름다운 국화를 감상하면서 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좋다.

싱그러우면서도 달콤한 과일향을 지닌 ‘감잎차’

감잎에는 레몬의 20배에 달하는 풍부한 비타민C가 포함되어 있어 가을철 환절기 피부미용에 좋다. 주로 5~6월의 어린 잎을 채취해 잘게 썰어 차로 만든다.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과일인 감은 먹는 방법이 다양하여 가을부터 겨울까지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는다. 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감잎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감잎에는 레몬의 20배에 달하는 풍부한 비타민 C가 포함되어 있으며, 열에 의해 잘 파괴되지 않아 환절기에 섭취하면 좋다. 또한 피부 미용에 좋고, 이뇨 작용을 하기 때문에 몸의 부기를 빼는 기능도 있다. 다만 약산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알칼리성을 띠는 약초와 함께 마시는 것은 주의해야 하며, 변비가 심한 사람도 주의가 필요하다. 과일인 감을 주로 가을에 수확하는 것에 비해 감잎차에 쓰이는 감잎은 주로 5~6월 어린 잎을 채엽해 만든다. 그 이유는 이 시기의 감잎이 비타민과 칼슘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잎차는 싱싱한 감잎을 깨끗이 닦아 그늘에 말린 후 잘게 썰어서 만든다. 해당 방식으로 만들면 비타민의 파괴가 적으며, 따뜻한 물에 잘 우러난다. 감잎차는 갈증 해소에도 좋아 물 대신 음용해도 좋다. 감잎차는 8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차 1~2 티스푼을 넣어 2~4분간 우려내 마시는데, 물을 조금 더 식혀서 오래 두면 단맛이 더 잘 우러난다. 구수한 맛에 수색은 옅은 녹색을 띠며 싱그러우면서도 달콤한 과일향을 낸다. 초여름 감잎이 지닌 성품 그대로를 가을에 맛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겨울에 어울리는 차

장수와 행운을 부른다는 ‘황금가지차’

벌꿀 빛깔의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풍미의 황금가지차는 모든 체질의 사람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겨울철 몸을 보호하기에 좋다.

다른 나무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겨우살이는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지니며 가지가 둥근 형태의 식물이다. 겨우살이와 관련하여 숲에서 겨우살이를 발견한 사람은 장수와 행운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겨우살이는 세계 각지에 분포하지만 열매가 적색으로 익는 건 붉은 겨우살이라고 하며, 특히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잘 자란다. 붉은 겨우살이는 황금가지라는 찬사를 받아왔으며, 독성이 없어 거의 모든 체질의 사람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황금가지는 사계절 다 수확할 수 있지만 대체로 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에 채취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 그늘에 말려 차로 만든다. 황금가지차는 벌꿀 빛깔을 띤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풍미를 지닌 차로, 추위로 움츠러들기 쉬운 겨울철 몸을 보호하기에 좋다. 황금가지차는 90도 정도의 뜨거운 물에 차 1~2 티스푼을 넣어 4~5분 정도 우리면 식물의 형태가 그대로 살아나면서 연갈색의 벌꿀 빛깔이 우러난다. 이후 천천히 차를 마시면 매끈한 목넘김과 함께 입 안 가득 수풀향을 오랫동안 전달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루틴이 많이 든 ‘메밀차’

메밀차는 항산화 작용을 돕는 루틴이 많이 들어간 타타리 메밀로 만들어진 것을 고르도록 하자. 구수한 맛의 메밀차는 차갑게 하여 물 대용으로 마셔도 좋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메밀은 비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없애주며 1년간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내려간다고 한다. 건조하고 척박한 대지에서도 잘 자라나는 메밀의 구수함을 담은 메밀차는 해발고도가 높은 산지에서 자라는 타타리 메밀로 만든 것이 풍미가 좋다. 타타리 메밀은 영양면에서도 일반 메밀보다 몸에 좋은 루틴 성분을 훨씬 더 많이 지니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강원도 평창 지역에서 타타리 메밀을 많이 재배하고 있으니 가능하면 메밀차를 고를 때 원산지와 타타리 메밀의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메밀의 노란색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루틴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루틴은 비타민 C와 함께 섭취하면 몸에 더욱 좋으므로 메밀차를 마실 때 감귤 등과 함께 하는 것도 좋다. 메밀차는 90도의 물에 차 1~2 티스푼을 넣고, 2~4분 우려낸 후 마시면 특유의 구수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또한 차갑게하여 물 대용으로 마셔도 좋다.

칼칼한 목을 달래주는 ‘도라지차’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라지는 나물로 무쳐 먹는 것이 유명하지만, 고아서 마시는 용도로도 많이 활용되어 왔다. 쌉쌀한 맛을 지닌 도라지는 예로부터 왕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랑받아 반찬으로 우리 생활에 많이 사용되어 왔으며, ‘돌가지’, ‘도래’ 등 갖가지 사투리로도 불려져왔다. 민간요법으로도 자주 이용되었는데, 향약에 관한 의약서인 [향약집성방]에 따르면 도라지는 맛이 맵고 온화하며, 햇볕에 말린 뿌리는 인후통을 다스린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굵고 짧게 자라는 도라지 뿌리는 조직이 유연하여 씹는 맛이 좋다.

땅속에 뿌리를 곧게 내리고 추운 겨울에도 잘 자라는 도라지는 가을에서 이른 봄까지 캐낸 것이 품질이 좋다. 도라지차는 사계절 언제 먹어도 좋지만, 예로부터 쌀쌀한 날씨가 되면 차로 만들어 마시곤 했던 것처럼 추운 겨울 목이 칼칼해졌을 때 마시면 좋다. 도라지를 차로 만들 때에는 중국산에 비해 향이 강하며 순수하고 진한 맛을 내는 국산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도라지차는 90도의 물에 2분 정도 우린 다음 차만 걸러 따른 후 마시는 것이 좋다. 도라지차만 마셔도 좋지만 쓴 맛이 있으므로 꿀이나 대추 등 단맛이 나는 음식과 함께 먹으면 또 다른 맛의 어울림도 느낄 수 있다.

유주
경상대학교에서 농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일본 시즈오카현 야채다업 연구소에서 약 2년간 차에 대해 학습했다. 차를 사랑하는 마음에 직업으로 선택한 차 연구원직을 10여 년간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는 ㈜장원 설록차연구소에서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사진 제공
아모레퍼시픽 오설록(OSULLOC)
발행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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