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보이차의 원산지를 찾아서

나 그 네 2013. 1. 9. 18:18

보이차(普洱茶)는 녹차, 홍차처럼 차나무에서 딴 잎을 가지고 만든 차의 한 종류로 흑차(黑茶)에 속한다. 흑차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의 색깔은 흑색을 띠며, 이는 흑차의 독특한 후발효 방법에 기인한다. 주로 중국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흑차가 생산되고 있는데, 보이차는 그 중에서 운남에서 생산되는 흑차를 말한다. 따라서 보이차는 운남만의 특산품으로, 운남은 보이차를 보호하기 위해 원산지 보호규정 및 가공방법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 주요내용은 반드시 운남에서 자라나는 대엽종 찻잎을 운남에서 가공하여야 하며, 모양에 따라 산차(散茶)와 긴압차(緊壓茶), 그리고 발효방식에 따라 생차(生茶)와 숙차(熟茶)로 나뉜다는 것이다.

보이차의 본고장 운남

보이차는 중국 운남에서 생산되는 흑차의 한 종류이다. 운남은 보이차의 세계적인 생산지이자 차나무의 기원지로서 수천년에 이르는 차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깊은 곳이다.

90년대 말 어느 날, 대만의 한 지인이 맑고 투명한 황금빛 탕색의 차 한잔을 주었다. 그것은 기존에 많이 보아왔던 노차(老茶)와는 달리 맛이 쓰고 떫지만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 오래 지속되었으며 뒤이어 단침이 고이면서 입 속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이 차는 최근에 운남에서 다시 만들기 시작한 ‘생차’ 또는 ‘청병(靑餠)’이라고 불리는 보이차였다. 생차와 녹차의 가공방법은 매우 비슷하지만, 생차는 운남 대엽종의 찻잎을 덖어서 비벼 햇볕에 말리는 특수한 가공방법 때문에 생차만의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지게 된다. 또한 차나무가 자라나는 지역, 고수차와 재배차 등 원료의 차이에서 오는 향과 맛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특히 차나무의 수령이 100년 이상 된 대차수(大茶樹)나 고수차(古樹茶)에서 딴 잎을 가지고 만든 차의 풍미는 일반 차나무와는 견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운남엔 천년이 넘은 대차수가 많다던데 아주 오래된 차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든 차의 맛은 어떠할까? 이러한 호기심은 2001년 봄, 설레임과 함께 나를 운남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보이시와 보이차의 역사

최근 중국도 생산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이차의 주요 생산지인 운남성(云南省)의 보이시(普洱市), 서쌍판납주(西雙版納州), 임창시(臨沧市), 곤명시(昆明市), 대리주(大理州) 등 11개의 시와 주에 속한 639개 향(鄉)과 진(鎮: 행정 단위)을 원산지 보호구역으로 정하였다. 그 중 운남대엽종(云南大叶种) 고차수(古茶樹)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임창시, 보이시, 서쌍판납을 차나무의 원산지로 주목하고 있으며, 이 세 지역은 서로 자기가 차나무의 최초 원산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단지 고차수나 화석 등 남겨진 흔적을 통하여 유추해볼 뿐이다. 그러나 차의 원산지는 결코 가장 오래된 차나무로 인해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차나무가 있다는 것은 그 곳이 차나무가 자라나는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는 의미이고, 이것이 바로 차의 품질에까지 이어져, 오랜동안 차의 이용과 함께 풍부한 문화를 만들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지금은 문화의 시대이다. 어느덧 보이차는 전 세계에 확산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보이차 문화의 중심에 있는 차나무의 원산지는 마땅히 우리가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따라서 원산지로 주목되고 있는 보이시, 서쌍판납주, 임창시의 차 문화를 3주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자.

단일 차 생산면적으로는 운남성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경매산의 계단식 다원. 200만평의 고차수림 뒤로 계단식 논밭 형태의 대지차 다원이 해발 1,500m 산상에 끝없이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촘촘하게 심어진 계단식 차밭 사이로 하루종일 딴 차잎을 모아두는 하얀 지붕의 간이초소가 보인다. 이곳의 생산량은 년간 차 생엽 200만kg으로 순수 보이차 500여 톤 이상의 차를 만들 수 있으며, 경매산의 생차 맛은 달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꽃향이 느껴진다.

보이차는 차의 집산지이자 원산지인 보이시(普洱市)에서 발생한 이름이다. 보이차의 ‘보이’는 청나라때 차의 집산지가 보이부(普洱府: 지금의 보이시)에 소속되었기 때문에 얻어진 이름이다. 당나라 시기에 운남성은 소수민족 계통의 몽사조(蒙舍詔)가 육조를 통합하여 세운 남조(南詔)국이라는 나라였다. 남조 시기에 보이 지역의 이름은 보일검(步日睑)이었고 은생절도(銀生節度) 은생성(银生城)에 속했는데 지금의 중국 서남쪽 지역인 사모와 서쌍판납주 일대였다. 보일검은 원나라와 명나라 시기에 보일부(步日部)로, 청대에는 보이부(普洱府)로 불리게 된다. 최근 사모시에서 2007년 보이시(普洱市)로 다시 개명되었다. 이러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보이시를 ‘중국차성(中國茶城)’, ‘보이차도(普洱茶都)’라고도 칭한다.

보이시에는 운남의 소식민족인 포랑족, 덕앙족, 와족의 오랜 공동조상인 복인(濮人)이 거주했는데, 이들은 최초로 야생 차나무를 재배하고 이용한 토착민족이었다. 이들이 마시던 복차(濮茶)는 후대에 보차(普茶)로도 불린다. 보차(普茶)와 관련해서 남송(南宋)시대 이석(李石)의 [속박물지(續博物志)]에는 “서번(西藩: 지금의 티벳지역. 운남의 차는 티벳에 전파되었다)이 마시던 차는 보차인데, 이미 당나라 시대부터마셔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보이차(普洱茶)는 이미 당나라때부터 보일검에 거주한 복인들이 마셨으며 그 후손들에 의해 보차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음용되어왔던 것이다. 남조 시기의 보차는 덩이차가 아닌 산차 형태였으며 차의 특별한 이름이 없었다.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다같이 대엽종찻잎을 사용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후 명나라 만력년간(明萬曆年)에 이르러 드디어 ‘보이차(普洱茶)’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명청 시기에는 보차와 보이차라는 이름이 함께 사용되었다. 청나라 때부터 중화민국 시대에 걸쳐 120세를 살다간 선승 허운화상(虛雲和尙, 1839~1959)이 쓴 [참선요지(參禪要旨)]에서도 이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책에는 “제석보차시중(除夕普茶示衆)”이라는 제목과 함께 본문에 “우리는 본래 매일 차를 마시고 있는데 오늘에 이르러 왜 보차를 마신다고 합니까? ...보차(普茶)를 마시는 기회를 이용하여..”라는 구절이 있다. 섣달그믐(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저녁은 1년 중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설법하며 선방 수좌들에게 대접한 특별한 차는 바로 보차(普茶)이다. 운남에 거주했던 허운화상이 마신 차는 운남의 보이차로 ‘보차’와 ‘보이차’가 같은 차라고 추측하여 본다..

최초로 차를 심고 재배한 복인이라는 민족에게서 얻어진 이름 보이시에 지금도 그들의 후손이 대를 이어 거주하고 차를 천명으로 알며 차산업을 이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보이차, 그 이름의 유래

고대 복인(濮人)들은 보이 지역에서 야생차나무(野生茶)를 최초로 발견하여 약으로 이용하면서 ‘면(緬)’이라 불렀고, 양념으로 이용하면서 ‘득채(得責)’라고 부르며 일상생활에서 이용하였다. 그들의 후손 포랑족들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차나무를 재배하고 이를 이용해 만든 차를 ‘납(라,臘)’이라고 불렀다. 포랑족과 이웃이던 태족(傣族), 기낙족(基諾族)과 합니족(哈尼族)은 자연스럽게 차를 ‘납’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들은 차를 먹고 마시는 것 외에 차시장을 열어 차로 물물교환을 하거나 다른 지역에 판매하면서 자연스럽게 차를 경제적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보이지역 일대가 보이차의 집산지가 된 것은 이러한 문화적 바탕 위에 생긴 당연한 결과이다. 티벳사람들은 “하루라도 차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하고 “차리(車裏)의 차가 아니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하였다. 차리차는 운남지역에서 생산된 보이차로, 모두 보이시에서 집산되어 차마고도를 타고 머나먼 땅 티벳까지 운송되었다. 또한 청대 황실에 공납하던 관차 역시 보이부(普洱府)에서 관리되어 나갔다. 대부분의 차는 보이부를 거치지 않고 외부로 나갈 수 없었다. 따라서 차산업은 당연히 보이부에 집중되게 되었고 결국 차의 집산지인 보이시의 이름이 곧 차의 이름으로 탄생한 것이다.

차나무의 원산지로서의 보이시

1) 차나무의 시조, 관엽목란

보이시 경곡(景谷)에서 약 3540만 년 전의 관엽목란 화석이 발견됨으로써 최초의 차나무가 바로 이 관엽목란의 후손임이 밝혀졌다. 관엽목란은 사진에서 보듯이 잎 모양이 크고 도란형(倒卵形: 달걀을 거꾸로 세운 형상)이며 잎끝이 원활하게 둥글다.

모든 차가 모여 차의 산업과 문화의 중심이 되었던 곳이 보이시다. 이것만으로도 보이시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보이시에는 이보다 더욱 값진 것이 있다. 이는 바로 차나무의 시조 관엽목란이다. 관엽목란에서 야생대차수로 탄생하기까지 수만 년이 걸렸고, 그 차나무가 번식하여 옮겨가길 삼천리(三千里)요 전 세계의 산지를 향해 날아가길 구만리(九萬里)다. 보이시는 관엽목란이 야생차나무로 변해가는 모든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야생대차수가 있다는 것은 그곳이 차나무의 원산지라는 의미와 상통한다. 그렇다면 야생대차수는 어디에서 기원하였을까? 현재 여러 학자들은 야생대차수의 시조는 관엽목란(寬葉木蘭)이라 주장하고 있다. 관엽목란의 잎은 피자식물(속씨식물)의 근원이라고 한다. 관엽목란에서 산차목(山茶目), 산차과(山茶科) 차속(茶属) 및 차종(茶種)으로 수직진화 한 것이 차나무다. 그렇기 때문에 관엽목란은 차나무의 최초 조상, 차의시조가 된다. 최초의 차나무가 바로 이 관엽목란의 후손 이라는 것이다. 수없는 세기를 거쳐서 차나무는 동백나무의 근연종으로부터 진화하여 탄생하게 된다. 그러면 동백나무는 무엇에서 진화되어 왔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되고 이 의문은 3540만년전의 관엽 목란의 화석이 발견됨으로서 그 실마리가 풀리게 된다. 그리고 현재까지 관엽목란화석(景穀寬葉木蘭化石)은 오로지 보이시 경곡(景谷)에서만 발견되었다.

2) 차나무의 2세대 조상, 중화목란

관엽목란의 진화 식물인 중화목란(中華木蘭)은 신생대 제3기 중신세에 살았던 식물로 약 2450만 년 전의 화석으로 밝혀졌다. 고대기후가 차츰 습하고 따뜻한 기후로 변해가면서 숲이 우거진 조엽수림(상록활엽수림)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원시 관엽목란도 조금 더 진화하여 3급 망상엽맥(三級網狀葉脈, 잎줄기)을 갖춘 중화목란으로 변해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차나무와 중화목란은 유전학적으로 많은 친연(親緣)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생리학적으로도 일치하는 점이 많아 차나무의 2세대 조상이라는 학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래서 중화목란을 차나무의 2세대급 원조라고도 부른다.

3) 차나무의 3세대 조상, 야생대차수

운남대엽종(云南大叶种) 찻잎. 약 22cm에 이를 정도로 길다.

현존하는 모든 야생 차나무의 조상격인 천가채 차왕수

차나무는 관엽목란과 중화목란의 긴 터널을 거쳐 드디어 우리가 현재 찻잎을 따고 이용하는 차나무의 ‘모수(母樹)’ 야생대차수로 진화한다. 우리는 이를 3세대급 차의 조상이라고 한다. 가장 오래된 야생대차수는 어디에 있을까? 이 또한 보이시에 있다. 현재까지 인정된 가장 오래된 야생대차수(野生大茶樹)는 보이시 진원(镇沅)현 천가채(千家寨)에 있으며, 1985년 4월 현지 농민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대차수 나무는 대설과산(大雪锅山, 해발 3138m) 해발 2450m에 위치하는데 나무높이가 25.6m, 추산수령이 2700년 정도 이다. 보이시는 이 거대한 차나무를 진원 천가채 상파1호대차수(上坝1号大茶樹) 차왕수로 규정한 상태이다. 천가채(千家寨)의 차왕수는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생고차수(野生古茶樹)로 공인되었다. 이 나무는 현재 국가보호식물일 뿐만 아니라 차나무의 원산지, 차나무 유전에 관한 연구에있어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차나무는 1958년에 J.R.Sealy에 의해 중국종, 아삼종, 중국대엽종의 세가지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차나무의 품종은 원래 세 개가 아니라 하나였다. 그 한 종류의 차나무가 식생을 넓혀감에 따라, 각 지역의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하여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분화된 것일뿐 이것들의 근원은 하나이다. 이와 같은 차수일원론은 이미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입증된 바이다. 이런 의미에서 천가채 차왕수는 중국대엽종이자 현존하는 모든 야생차나무의 조상 혹은 큰 어른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의 형제자매들이 도처에 식생하며 운남성을 비롯한 세계의 차산지로 전파되었다. 이렇게 생물학적으로 차나무 진화선상의 세번째 체인을 채워준 것이 천가채 야생대차수이다.

4) 차나무의 4세대 조상, 방위고차수

차나무의 4세대 조상격인 방위고차수는 야생 차나무와 재배형 차나무의 특징을 모두 갖춘 과도기형 차나무이다.

차나무 진화의 역사에서 4번째의 고리를 채우는 차나무는 천가채에서 90여km 정도 떨어진 보이시의 란창현(瀾滄縣) 부동향(富東鄉) 방위촌(邦葳村) 신채(新寨)라는 곳의 해발 1900m에 위치해 있는 방위고차수(邦葳古茶樹)다. 방위고차수는 야생차나무의 꽃과 열매종자의 형태 및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재배형 차나무의 싹과 잎의 특성도 가지고 있는 과도기형 차나무로, 1000여 년의 세찬 비바람을 견디고 자신을 지키며 살아온 이 나무는 비록 보이시에서 가장 오래된 고차수도 아니며 나무 크기가 최고도, 최대도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장 오래된 과도형 고차수(過渡型大茶樹)로 판명되었다.

방위 고차수는 중국이 차나무의 원생지라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1992년 9월 란창현(澜沧县)급 문물보호단위(文物保护单位)로 지정된다. 이 밖에도 보이시가 중점으로 보호하고 있는 과도형 고차수 15그루가 경동현과 란창현에 자라고 있다. 그동안 풀지 못한 야생차나무에서 재배형 차나무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공백을 방위고차수가 보충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대엽차나무의 원산지는 운남성의 보이시에 있다’고 말한다. 2700년 천가채 차왕수를 비롯하여 운남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는 고차수, 그리고 방위과도형 고차수가 그동안의 국제적 원산지 쟁론을 잠재우며 찻잎의 진화 역사를 고쳐 쓰게 되었기 때문에 '국보급차수'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중국은 방위고차수의 발견을 기념하기 위해 1997년 4월 8일 차(茶) 우표시리즈 4장을 발행하였는데, 그 중 첫 번째 우표가 차수(茶樹)이고, 액면가는 50전이었다. 이 우표는 차나무의 발원지 및 원산지가 운남성 보이시에 있다는 일종의 말없는 ‘국가 명함’인 셈이었다.

5) 5세대급 차나무, 재배형 차나무

이처럼 관엽목란이 중화목란으로 진화하고, 중화목란이 야생차나무로, 야생차나무는 과도형 차나무 단계를 거쳐 재배형 차나무를 탄생시킨다. 야생차나무는 그 자체로 완전한 차나무이긴 하지만 거기에 함유 되어있는 독성 및 쓰거나 떪고 강한 화학성분은 인간이 이용하기에 부적합한 부분이 있다. 재배차나무는 재배의 과정을 거치며 이러한 점들을 순화하고 길들여 인간이 마실 수 있는 훌륭한 음료로 탈바꿈시켰다.

따라서 재배형 차나무를 제5세대급 차나무라 부른다. 그 재배형 고차수다원이 세계에서 제일 크게 보존되어 내려오는 곳이 경매 망경다원이다. 란창현 혜민향 경매망경의 고차원 면적은 약 200만평으로 이곳은 란창강을 사이에 두고 란창강의 남쪽에 있어 '강남차구'라고 불리우고 신6대 차산에 속한다. 경매산(景邁山)의 면사(緬寺)라는 절 안에 있는 면사비에 포랑족이 차를 심은 역사가 1300년이 되었고, 포랑족 의 역사 [분민(奔悶)]에 그들의 조상 '팔암냉(叭岩冷)'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팔암냉은 이곳 경매산에서 최초로 차를 심고, 차 재배법을 같은 민족들에게 전수하였다. 그들의 후손이 다시 대를 이어 재배한 차나무들이 고차수로 변해 오늘날의 경매산을 '천년만묘고차원(千年万亩古茶园)'으로 만들었다. 경매고차원을 한번 방문하여 본다면 그 큰 면적에 압도당하지 않는 이가 없다. 경매망경 전체 고차수와 대지차를 합한 재배면적은 약 560만평(2.8만묘)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고차원, 고차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저명한 차전문가 마쯔시따 사또르(松下智)선생은 90년대 이곳을 방문하고 난 뒤 경매산을 “차나무 자연박물관”이라고 극찬했고, 일본의 민속학자 야기 히로유끼(八木洋行)선생이 “인류 차문화사의 기적”을 이룬 곳이라고 칭찬한 사실은 너무도 유명하다. 실제로 200만평의 경매산을 걷고 있노라면 고차수림이 끝없이 이어져 어디가 길의 끝이고 시작인지를 짐작하기 어려워진다.

한집에 5대가 함께 사는 것은 매우 희귀한 일로, 중국에서는 증조부부터 손자에 이르기까지 5대가 같이 살면 나라에서 상을 주었다고 한다. 이를 오대동당(五代同堂)이라고 한다. 또 은행나무가 5세대에 걸쳐서 함께 일만 년을 살아간다고 해서 오세동당(五世同堂)이라고 했고, 보이차를 좋아했던 청나라의 건륭제도 역대 선조 황제로부터 자신까지 오세동당이라고 자랑했다. 이처럼 중국 문화 속의 오대동당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차나무의 오세동당은 바로 보이시에 있다. 이 오세동당으로 인하여 보이시는 ‘세계의 차나무 원산지’이자 ‘세계다원’이 되었다고 차 학자이자 30여 년간 보이차를 연구한 황계추(黃桂樞) 선생은 그의 저서와 논문에서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보이시에는 차나무의 시조인 1세차조 관엽목란, 2세차조 중화목란, 3세차조 야생대차수, 4세차조 과도형고차수와 5세차조 재배형 고차수가 있다. 1세부터 5세까지 순차적으로 수직진화과정을 거친 5세대가 함께 존재한다고 해서 보이시의 차나무를 오세동당 혹은 오세차조(五世茶祖: 5세대 차의 조상)’라고 하였다. 이 진귀한 현상은 보이시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가치이자, 이곳이 차의 원산지임을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차나무 스스로가 1세대 차조부터 5세대 차조까지의 모든 흔적을 보이시에 남겨 완성된 차나무 기원 체계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보이시와 보이차의 문화유산을 가꾸기 위한 노력

지금까지 보이시가 차의 원산지라는 점을 고찰하여 보았다. 5세차조, 만묘다원, 소수민족의 차생활 등 차가 보이시에 남긴 문화유산으로 인해 보이시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는 대단하다. 보이시는 이러한 문화 유산의 중요성을 이미 깨닫고, 차나무의 원산지를 더욱 부각시켜 재빠르게 관광산업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2007년 4월 8일, 사모시(思茅市)를 보이시로 개명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만묘다원이 펼쳐진 경매산이 소속된 란창현과 그 주변엔 맹련현(孟連縣) 서맹현(西盟縣)이 있는데, 이 지역을 변삼현(邊三縣)이라고 한다. 변삼현 지역은 고차수, 야생대차수와 고다원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차문화적 가치를 소중히 간직한 녹색 실크로드 구역이다. 그래서 보이시는 변삼현에 ‘보이녹삼각(普洱綠三角)’이라는 다소 어려운 이름을 부여하고 이 문화적 가치를 이용할수 있는 거대한 사업을 구상한다.

2007년, 이 사업의 가치를 알아차린 보이시 시장과 한 투자자가 합심하여 변삼현 지역을 개발하기로 합의하였다. 동시에 보이시 시정부도 이 일을 위해 약 5600억 원(30억 위안)의 거금을 투자하여 이 지역의 교통 등 기타 인프라를 개선하는데 앞장서기로 하였다. 또한 수십억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와족 스타일의 최고급 5성급 민속호텔을 건설하고, 한 기업인은 3억 위안을 투자하여 보이시의 변삼현에 ‘여행문화구’와 ‘보이차 산업구’를 함께 조성할 것을 발표하였다. 게다가 운남성은 곤명에서 출발하여 보이시와 변삼현 맹련(孟連)을 지나는 고속도로를 2015년까지 준공할 것임을 발표했다. 이것은 현재소수민족들이 차나 일구며 살던 조용한 중소 도시를 중국 국내의 교통망과 모두 연결하여 지방 변경무역의 중심이 되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렇듯 중국 정부와 각 기업은 보이시와 보이차의 매력을 감지하고 이곳을 세계적인 차 다원 성지로 만들어 보이차와 여행산업을 하나로 결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보이차의 원산지를 보증하고 품질을 인증하기 위해 부착하기 시작한 위조방지 전자 시스템. 20년 후까지 보이차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몇 년 전 보이차의 상품 진위를 가려내는 디지털 단말기 시스템이 개발되었는데, 일종의 보이차 전자신분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인증센터에서 인터넷에 입력된 보이차 생산품에 대한 품질인증을 진행한다. 이 심사를 통과한 생산품은 각 병차(餠茶) 포장지 앞뒷면에 위조예방(방지)부호가 있는 전자 칩을 부착한다. 안과 밖의 두 번호를 대조하면 칩은 40년 후까지 보이차 산품의 각 항목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보장되어있다. 이 검사 단말기는 현재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보이차 원산지를 검별하는데 유력한 근거를 제공하고, 원산지로부터 만든사람, 중간판매자,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물류 이동에 대한 추적을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생산자가 이 시스템을 도입하여 차를 만든다면 앞으로 40년 동안 차의 보관연도를 속인다거나 습을 먹인 습창차를 식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차의 유통과정이 투명해지는 데에 보탬이 될 것이다.

만약 경매산차에 위조방지번호를 부착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어떨까. 만묘고차원에서 생산되는 경매산차가 오세차조라는 자긍심과 함께 경매산의 운남 대엽종찻잎으로 만든 보이차라는 것을 인정한 전자칩을 부착한 차를 40년 후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최고급 고속열차를 타고 이곳 변삼현에 와서 차를 맛보고 구매함과 동시에 세계의 차나무 원산지를 둘러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글/사진
오영순
중국과 대만 등지의 차산을 120회 이상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차를 연구하며 인사동에서 차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보이차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원광대학교 예다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발행201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