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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배구] '金 딴 낭랑 18세' 이다영, "황금머리 뱀 2마리나 봤어요"

나 그 네 2014. 10. 3. 09:19

 

 

[OSEN=인천, 이균재 기자] 3세트 13-13으로 팽팽했던 순간. 이다영(18, 현대건설)의 블로킹이 상대 코트에 내리꽂혔다. 태극 낭자들은 두 팔 벌려 포효했다. 승기를 잡은 여자 배구대표팀은 2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이선구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은 지난 2일 인천송림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결승서 중국을 3-0(25-20, 25-13, 25-21)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이후 20년 만에 정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아울러 4년 전 광저우 대회 결승서 중국에 당했던 통한의 역전패도 깨끗이 설욕했다.

26점을 올린 '주장' 김연경, 승부처마다 미친 활약을 선보인 김희진(16점), 알토란 활약을 펼친 박정아(8점)와 한송이, 양효진(이상 4점) 등 우승 주역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이선구 감독도 "전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면서 "6명 모두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갔다"고 '개인' 보단 '팀'으로서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언니들과 함께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이가 있다. 10대 소녀에서 여자 배구의 차세대 세터로 거듭난 이다영이다. 16살 차이가 나는 '베테랑 세터' 이효희와 번갈아 코트를 누볐다. 이다영의 진가는 중요한 순간 발휘됐다.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가던 3세트, 13-13. 승부의 추를 한국 쪽으로 기울게 하는 천금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이다영은 경기 후 "코트에 빨리 들어가고 싶었다. 효희 언니가 안될 때 들어가 팀에 도움이 된 거 같아 정말 만족스럽다"면서 "기량을 더 성장시켜서 앞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쭉 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다영은 경기 전날 금메달을 확신했다. 특별한 꿈 덕분이다. 이다영은 "엄청 큰 황금 뱀을 2마리나 봤는데 머리만 있었다"며 생생한 꿈 이야기를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꿈을 말하면 효력이 없어진다고 해서 경기 끝날 때까지 말을 안했다"는 이다영은 "좋은 꿈 덕에 느낌이 좋았고,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금메달 해몽을 밝혔다.

영광스런 금메달을 거머쥔 이다영은 이제 배구 인생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지난달 열린 2014-2015시즌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서 전체 2순위로 '명문'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다. 쌍둥이 언니 이재영은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었다. 얄궂은 운명이다. 당장 올 시즌부터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다영은 "부모님에게 항상 감사하다. 어머니가 우리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프로에 가서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면서 "8년여 동안 배구를 쭉 같이 해왔던 재영이에게 '한 번 붙어보자'고 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낭랑 18세' 이다영의 본격적인 배구 즐기기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