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불펜에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 KIA 타이거즈 투수 임창용(사진 오른쪽)
[엠스플뉴스]
ㅣKBO(한국야구위원회)를 ‘엄중경고위원회’로 바꿔 불러야 할 판이다. 야구계에 각종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KBO가 ‘엄중 경고’만을 부르짖기 때문이다.
KBO 문정균 홍보팀장은 9월 15일 엠스플뉴스에 “경기 중 전자기기 사용 금지 규정을 위반한 임창용에 ‘엄중경고’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임창용은 1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규정상 금지된 ‘경기 중 전자기기 사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가 된 장면은 5회 초 2아웃 때 나왔다. 외야 불펜에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뭔가를 살펴보는 임창용을 중계방송 카메라가 포착한 것.
임창용 전자기기 사용 장면
[2017 KBO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규정엔 ‘경기 시작 뒤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감독·코치·선수·구단 직원 및 관계자는 무전기·휴대전화·노트북·전자기기 등 정보기기 등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자칫 외부에서 얻은 불공정한 정보를 전자기기를 통해 경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규정엔 ‘상기 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해당 당사자는 즉시 경기장 밖으로 퇴장당하며 필요 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제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당시 구장에 있던 심판진은 임창용의 스마트폰 사용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KBO도 별말이 없었다. 심지어는 5개 구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KBO 비디오판독센터’ 역시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14일 엠스플뉴스에서 ‘규정 어긴 임창용? 불펜에서 스마트폰 사용했나’란 기사를 보도한 후에야 임창용의 규정 위반이 공론화됐다.
논란이 커지자 KIA 구단은 “(임창용이) 이렇게 큰일인 줄 몰랐던 것 같다. 관련 룰을 다시 한번 정확히 숙지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임창용은 올 시즌으로 프로 데뷔 23년째를 맞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경기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룰을 몰랐을 리 만무하다는 뜻이다.
‘엄중 경고’가 일상인 KBO의 궤변 “경고도 제재에 해당한다.”
더그아웃에서 스마트 워치를 만지작거리다 퇴장당했던 한화 통역 직원
KBO의 엄중경고 조처는 과거 비슷한 사례와 비교하면 ‘솜방망이 징계’란 말도 아까울 정도다. 2015년 9월 12일 사직 한화 이글스-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한화 구단 일본어 통역이 퇴장당한 게 좋은 예다.
당시 한화 통역은 손목에 스마트 워치를 찬 채 더그아웃 안에 있었다. 중계 카메라에 이 장면이 잡히자 심판진은 대기심을 통해 해당 직원이 손목에 스마트 워치를 찬 걸 확인하고서 규정대로 퇴장 조처했다.
2015년 한화 통역처럼 2017년 KIA 임창용도 경기 중 전자기기를 착용 및 사용한 게 문제가 됐다. 하지만, 임창용에게 퇴장 조처는 없었다.
KBO 문정균 홍보팀장은 이와 관련해 “(엄중)경고도 제재에 해당한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고서 “퇴장을 못 시킨 건 그 당시 발견을 못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심판 뒤통수에 눈이 달리지 않는 이상 어떻게 보겠나”라는 해괴한 해명을 들려줬다.
엠스플뉴스 취재진이 “그렇다면 (심판에) 걸리지만 않으면 상관없다는 얘기냐”고 묻자 문 팀장은 “도둑질도 모르게 하면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상식 밖의 답변을 내놨다. 참고로 문 팀장의 친동생은 현역 KBO 심판으로 활동 중이다.
문 팀장의 답변과 다르게 도둑질은 지금이든 나중이든 일단 걸리기만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범행 당시 경찰이 몰랐다고, 판사가 ‘엄중 경고’로 사건을 묻는 일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임창용의 행동을 심판이 보지 못해 그냥 지나쳤을 순 있어도 경기 후에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경기 중 퇴장에 준하는 징계를 내리는 게 상식이다. 그렇게 하라고 있는 게 규정이다. 하지만, KBO가 내놓은 징계는 아무 실효성이 없는 ‘엄중 경고’였다.
임창용 엄중 경고와 극명하게 비교되는 2015년 롯데의 이성민 징계
경기 중 개인 SNS에서 팔로우한 사실이 밝혀져 롯데 구단으로부터 10일 출전 정지를 당했던 이성민
KBO는 “임창용에게 엄중 경고했다”면서도 이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KIA 역시 “임창용에게 경고했다”면서 구단 차원의 징계에 대해선 “KBO 판단에 따르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KIA의 태도는 투수 이성민의 경기 중 SNS(사회관계망) 사용에 대한 과거 롯데 구단 자체 징계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2015년 8월 2일 이성민은 수원 kt 위즈 전에서 경기 중 구장 밖 구단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개인 SNS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틀 뒤 롯데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성민에 벌금 300만 원을 부과하고, KBO 공식 경기(퓨처스 경기 포함) 10일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구장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팔로우’ 한 번 했다가 벌금과 출전 정지 철퇴를 맞은 셈이었다.
이성민과 임창용이 다른 게 있다면 이성민은 구장 밖 버스에서, 임창용은 구장 안 불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거기다 당시 이성민은 프로 입단 3년 차의 신인급 투수였지만, 임창용은 프로 경력만 대졸 신인 나이만큼 오래된 베테랑이란 것이다. 임창용이 이성민보다 상황이 나을 게 없었다는 의미다.
이성민이 SNS에서 ‘팔로우’를 한 건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임창용이 스마트폰으로 무얼 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KIA 관계자가 들려준 “임창용이 ‘스마트폰으로 두산을 비롯한 다른 팀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고 한다”는 짤막한 답변이 전부일 뿐이다.
KBO 문정균 홍보팀장도 “선수가 무의식중에 한 행동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걸(스마트폰)로 정보를 전달받은 것 같진 않다. 사인 훔치기나 불공정 행위를 한 것 같지도 않다”며 KIA 답변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했느냐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의 질의에 “확인은 구단에서 하는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우리가 가서 스마트폰 이력을 들여다볼 순 없지 않나”란 말로 일반적인 조사는 고사하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음을 자인했다.
무엇보다 KBO 규정은 의도나 상황과 관계없이 전자기기의 경기 중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경기 중 전자기기 사용 사실이 밝혀지면 예외 없이 즉시 퇴장 조처하고, 필요 시 추가 제재하게 돼 있다. 정보를 실제로 전달받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문 팀장의 발언을 궤변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KBO 전직 직원의 작심 발언 “KBO는 야구계와 팬들을 ‘닭’으로 본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사진 가운데 왼쪽에서 두 번째)은 각종 KBO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일부에선 양 총장을 '야구계 적폐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지만, 그의 위세는 여전히 대단하다. '신인 드래프트'장에서 양 총장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자신의 주변에 모여든 야구 관계자들과 담소를 나눴다. 하지만, 이 장면을 야구팬들은 TV로 볼 수 없었다. KBO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신인 드래프트 생중계를 하지 않은 까닭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양 총장이 혹여 TV 카메라에 잡힐까 싶어 KBO가 알아서 프로야구계의 큰 행사로 불리는 신인 드래프트 중계를 건너뛰었다“며 “한 사람 때문에 축복받아야할 신인 드래프트가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KBO는 10개 구단 수뇌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침묵하는 이들로 인해 이미 사유화된 지 오래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각종 의혹이 터질 때마다 KBO는 일관된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모르쇠 전략’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전략’이다. KBO 전직 직원은 “과거 KBO에서 일할 당시 윗분께서 하신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야구계와 팬은 '닭'과 같다. 아무리 큰 사건도 짧으면 하루, 길어야 3일이다. 그 안에 다 까먹는다. 우리가 입 다물고 있으면 야구인들과 팬은 제풀에 지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닭들에게 괜히 먹이 줘서 모이게 하지 말고, 무슨 일 터지면 대응 대신 잠자코 있어라.’”
이 KBO 전직 직원은 “야구계와 팬을 ‘닭’으로 보는 이들과 그 부역자들에 대해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진실을 숨기고, 어떤 식으로 야구를 이용해 사익을 챙겼는지 똑똑하게 기억하고,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며 “야구계와 팬들이 이들을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면 KBO는 영원히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그들만의 철옹성’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동희, 배지헌, 전수은, 이동섭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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