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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지리와 음식

나 그 네 2015. 7. 31. 17:56

독일의 지리와 음식 패전을 딛고 다시 태어난 나라 독일(1)

1 라인 강 – 독일의 전설과 역사를 탄생시킨 국제 하천. 강을 따라 수많은 도시가 발달하였다.
2 베저 강 –독일 북부를 흐르는 강. 연안 도시에는 옛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3 엘베 강 – 체코 북부와 독일 동부를 지나 북해로 흘러드는 강. 강어귀에 함부르크가 있다.
4 도나우 강 – 독일 남부 산지에서 발원하여 흑해로 흘러드는 국제 하천. 동서 유럽 문화를 전파하고 물자를 교역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독일은 9개의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서쪽에는 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프랑스가 있고, 북쪽에는 덴마크, 동쪽에는 폴란드와 체코, 남쪽에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가 있다. 라인 강, 도나우 강 등 국제 하천도 독일을 지나고 있다. 그만큼 생활 환경도 다양하고 얽힌 사연도 많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기후와 지형

독일 북서부 지역은 편서풍과 북해의 영향을 받는 서안 해양성 기후를 보여 높은 위도에 비해 겨울에는 한국보다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남동부 지역은 대륙성 기후를 보여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춥고 강수량이 적은 편이다. 유럽에서 해양성 기후가 대륙성 기후로 바뀌는 경계는 대체로 프랑스와 독일을 가르는 라인 강 근처다.

서부 저지대인 쾰른, 뒤셀도르프, 본은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가장 추운 1월에도 평균 기온이 1~2℃이다. 여름에는 가장 더운 7월에도 기온이 평균 17~18℃ 정도이다. 동남쪽으로 갈수록 기후는 해양성에서 대륙성으로 바뀐다. 동부에 위치한 베를린의 1월 평균기온은 –0.2℃ 정도이고, 해발고도 500m 고원에 위치한 남부의 뮌헨은 –1.7℃ 정도다. 독일 남서부의 라인 지구대는 ‘독일의 온실’이란 별명답게 날씨가 따뜻해 포도와 과일을 많이 재배한다.

독일의 면적은 357,000㎢로 한반도의 약 1.5배이다. 지형은 전체적으로 남쪽의 알프스 산맥에서 북쪽의 북해로 경사져 있어 도나우 강 외에 큰 강은 대부분 북해와 발트해로 흐른다.

오늘의 막강 독일을 있게 한 요인 중에서는 강을 빼놓을 수 없다. 강을 끼고 공업이 발달했고 그에 따라 자연히 도시도 번성했다. 주요 하천으로는 독일의 산업 중심지를 흐르는 라인 강, 베저 강, 엘베 강, 오데르 강이 있다.

도나우 강, 라인 강 등 국제 하천의 흐름은 유럽 역사의 흐름과 함께 해왔다. 독일의 음식, 역사, 문화를 보기 전에 먼저 독일의 강을 따라가 보자. 독일을 지나는 주요 강을 보면 유럽 전체가 보인다. ‘강 따라 맛 따라’ 독일의 맥주와 소시지도 즐겨보자.

강을 보면 독일과 유럽의 경제가 보인다

독일의 북부는 대체로 평야 지대이고 중부와 동부 지역은 구릉지다. 독일 북부에는 라인 강·베저 강·엘베 강과 운하가 곳곳에 수로를 형성하고 있고, 남부에는 바이에른 알프스가 솟아있다.

라인 강은 알프스 산지에서 발원하여 유럽에서 공업이 가장 발달한 지역을 지난다. 스위스·리히텐슈타인·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을 거치지만 독일을 흐르는 부분이 가장 길다. 운하에 의해 지중해·흑해·발트해와도 연결된다. 국제 하천인 라인 강은 1868년 체결된 만하임 조약에 따라 자유 항행이 인정되었고, 현재 벨기에·네덜란드·독일·프랑스·스위스의 선박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

라인 강 중류 강기슭에 있는 로렐라이. 때때로 마녀가 나타나는데, 뱃사람들이 그 아름다움과 노랫소리에 홀려 난파했다는 전설이 있다. <출처: (CC) Felix Koenig @ wikimedia commons>

라인 강의 중부인 라인 협곡 근처의 빙겐과 코블렌츠 사이에는 옛 성()과 포도원, 19세기의 독일 시인 하이네의 시로 유명한 바위인 로렐라이 등이 이어져 있어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라인 강은 로렐라이·본·쾰른을 거쳐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을 지나 북해로 빠져나간다.

라인 강 하류에 있는 루르 지역은 1960년대와 70년대 한국인 광부의 피와 땀이 어린 지역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하고 빚더미에 앉은 독일은 루르 지역의 공업을 엔진 삼아 ‘라인 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라인 강의 지류인 네카어 강은 슈투트가르트·하이델베르크를 지나 만하임의 오른쪽에서 라인 강과 합류한다. 하이델베르크에서는 하이델베르크 성이 네카어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을 가로지르는 마인 강. <출처: (CC) EvaK @ wikimedia commons>

독일 중부를 흐르는 마인 강은 괴테의 출생지로 알려진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을 지나 마인츠에서 라인 강에 합류한다. 사과 와인과 소시지로 유명한 프랑크푸르트암마인 시내에는 카이저 돔 대성당, 뢰머 광장, 괴테 생가, 팔먼 가든 등이 있다.

길이 440km의 베저 강은 독일 내에서 발원하여 독일 내에서 끝나는 유일한 강이다. 북해로부터 약 70km의 내륙을 동서로 연결하는 해안 운하가 베저 강‧엘베 강·라인 강의 수운을 연결한다. 엘베 강은 체코 북부, 독일 동부를 흘러 함부르크 부근에서 북해로 흘러든다.

약 900km의 오데르 강은 체코의 올로모우츠 동쪽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흐르다가 독일과 국경을 이룬 다음 폴란드로 들어가 북서쪽으로 빠진다. 농산물의 집산지이자 상업 도시인 올로모우츠는 치즈와 맥주로 유명하다.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시청사 앞의 천문 시계는 프라하 구시청사의 천문 시계 못지않게 유명하다.

약 2,850km의 도나우 강은 독일 남부 산지에서 발원하여 흑해로 흘러드는 국제 하천이다. 도나우 강은 요한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로 잘 알려져 있다. 영어로는 ‘다뉴브(Danube)’라고 부른다. 본류는 독일·오스트리아·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세르비아·불가리아·루마니아·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를 거친다. 문화 교류의 동맥 역할을 하는 도나우 강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의 빈,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등 각국의 수도가 번성했다.

음식을 보면 독일의 사람과 독일의 자연이 보인다

강을 보면 독일의 경제를 알 수 있듯, 음식을 보면 독일의 자연과 사람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음식 문화와 비교하면 독일의 음식은 소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독일은 돼지고기, 소시지, 감자 등을 주식으로 하는 전통적인 음식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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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를 양념에 절여 돌돌 만 요리 ‘롤몹’. 베를린에서 숙취 해소 음식으로 인기가 좋다. <출처: (CC) Silar @ wikimedia commons>

감자 덤플링을 곁들인 구운 돼지고기.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대표 요리다. <출처: (CC) Takeaway @ wikimedia commons>

독일의 음식 문화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라인 강을 경계로 북부에는 청어를 비롯한 해산물 요리가 풍부하고, 남부에는 돼지 요리가 발달했다. 동부 지역에서는 서양 고추인 파프리카를 많이 사용하고, 화이트 와인이 많이 생산되는 라인 강 유역의 서부 지역에서는 와인 덕분인지 양념이 강하지 않은 편이다. 남부에서는 소시지와 감자, 맥주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즐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독일 요리에 가장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독일에서 소시지가 발달한 것은 기후 때문이다. 독일은 날씨가 변덕스럽고 겨울이 긴 데다 땅도 비옥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농업보다는 목축업이 발달했고, 독일은 긴 겨울 동안 보존할 음식 재료로 사육 기간이 짧은 돼지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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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긴 소시지, 프랑크푸르터. <출처: (CC) Tamorlan @ wikimedia commons>

기름에 뜨겁게 익힌 프랑크푸르터를 길쭉한 빵 사이에 끼워 넣은 핫도그. <출처: (CC) cyclonebill @ wikimedia commons>

돼지의 좋은 부위는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날에 요리해 먹고, 남은 부위는 돼지 창자에 넣어 알뜰하게 먹었다. 바로 이 전통 음식이 독일인의 절약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소시지다. 우리가 잘 아는 프랑크 소시지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라는 도시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1600년대 말 독일 동부의 도시 코부르크에 살던 요한 게오르게너라는 사람이 몸통이 긴 독일 개 닥스훈트(Dachshund)를 닮은 긴 소시지를 만들었고, 이 음식을 프랑크푸르트(Frankfurt)로 가져가 알렸다. 그 후 닥스훈트 모양의 소시지를 ‘프랑크푸르터’ 혹은 ‘프랑크’ 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18세기말 독일의 바이에른 지방에서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이주한 어느 정육업자가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섞어 만든 소시지를 ‘프랑크푸르터(Frankfurter)’라고 이름 붙여 팔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때부터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독일어권 지역에서는 돼지고기만으로 만든 소시지는 ‘프랑크 소시지’라고 부르고,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섞어 만든 것은 ‘비엔나 소시지(Wiener sausage)’라고 구분하여 불렀다고 한다. 물론 비엔나에 가면 비엔나 소시지도 없고 비엔나 커피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작게 만든 소시지를 비엔나 소시지로 부른다. 식품회사의 제품명을 그대로 따라 쓴 것이다.

핫도그도 가늘고 긴 프랑크 소시지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물론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핫도그에는 ‘뜨거운 개고기’가 없다. 앞서 말했듯이 비슷한 모양 덕분에 프랑크 소시지의 별명은 ‘닥스훈트 소시지’였다. ‘닥스(Dachs)’는 오소리, ‘훈트(Hund)’는 개라는 뜻이다. 닥스훈트는 다리는 짧고 허리는 길어 오소리 굴속으로 들어가 오소리를 전문으로 잡는 사냥개다. 허리가 긴 닥스훈트의 모습이 마치 소시지처럼 생겼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닥스훈트를 ‘소시지 독(Sausage Dog)’이라고 불렀고, 프랑크 소시지는 ‘닥스훈트 소시지’라고 불렀다.

미국에 이민 온 독일 사람들은 야구장에서 빵에다 ‘닥스훈트 소시지’를 끼워 팔았다. ‘닥스훈트 소시지’를 ‘뜨거울 때 드세요’라고 외치며 호객 행위를 하는 것을 본 만화가가 신문 만평에 이 모습을 그렸는데, 닥스훈트의 철자를 몰라 ‘뜨거운 개 소시지(Hot dog sausage)’라고 적었다. 이 만평이 인기를 끌면서 이후 ’닥스훈트 소시지‘를 넣은 빵이 핫도그로 불리게 됐다.

돼지의 정강이 부위를 삶은 요리 아이스바인. 독일의 전통 음식이다. <출처: (CC) Takeaway @ wikimedia commons>

독일은 소시지와 햄으로 유명하지만 뮌헨의 돼지 족발 요리 아이스바인(Eisbein)도 빼놓을 수 없다. 돼지 족발을 맥주에 푹 삶고 향신료를 곁들이는데, 맥주에 삶아서 그런지 잡냄새가 없고 육질도 부드럽다. 돼지 족발을 안주 삼아 독일 맥주를 곁들이면 딱 어울린다.

독일인은 근검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 있고 준법정신도 투철하다. 한때 독일 사람들은 여러 명이 모여야 담뱃불을 불일 정도였다고 한다. 독일인의 검소함과 실용성은 음식 문화에도 드러난다. 요리 재료는 남김없이 사용하고, 요리와 샐러드 등은 큰 접시에 함께 담는다.

맥주의 양대 산맥, 독일과 체코

여행 중에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여독을 씻어 내리는 묘약이다. 맥주의 쌉쌀함과 청량감은 다른 술이나 음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다. 소시지와 맥주로 유명한 독일에서는 소시지를 안주 삼아 맥주를 즐길 기회가 많다.

독일은 체코, 아일랜드에 이어 연간 개인 맥주 소비량 3위에 올라 있다.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330ml짜리 캔 맥주를 400캔이나 마신다고 한다. 석회암 지대인 독일의 물에는 석회질이 많이 섞여 있어 물 대신 맥주를 즐겨 마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독일인보다도 체코인이 맥주를 더 많이 마신다. 그래서인지 독일과 체코는 서로 자기네가 맥주의 본고장이라고 주장한다. 굳이 맛으로 구분한다면 체코 맥주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체코 맥주의 양대 산맥은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과 ‘부드바이저 부드바르(Budweiser Budvar)’이다. 미국의 맥주 버드와이저는 체코 남부 도시 체스케부데요비체의 맥주 부드바이저 부드바르를 흉내 낸 것이다. 부드바이저 부드바르는 필스너 우르겔에 비해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달콤한 맛과 홉의 쓴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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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맥아와 밀 맥아로 만들어진 독일의 크롬바커 바이젠. 적절한 탄산, 풍부한 거품, 강한 향으로 사랑받고 있다.

독일에서 수출량이 가장 많은 맥주 회사 벡스의 필스너. 은은한 향과 씁쓸한 끝 맛으로 인기가 좋다. <출처: (CC) LeeKeoma @ wikimedia commons>

이렇듯 체코의 맥주가 유명하긴 하지만 지역마다 다른 맥주가 생산되고 있는 독일 맥주의 다양성을 따라올 수는 없다. 종류만도 4,000가지가 넘는다. 독일 전역에는 1,300여 개의 양조장이 있는데, 그 절반이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 지역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일 최대 맥주 소비 도시인 뮌헨의 헬레스(Helles)와 바이젠(Weizen), 독일 최대 맥주 생산 도시인 도르트문트의 필스너(Pilsner) 등의 맥주를 즐길 수 있다.

호프브로이 하우스의 외관. <출처: (CC) Bavaria @ wikimedia commons>

맥주로 유명한 뮌헨에는 비어 가든이나 비어 홀이 많다. 호프브로이 하우스에는 4,00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데도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찬다. 비어 가든에서는 묵직한 1ℓ들이 잔에 맥주를 담아 마시지만, 밀과 보리를 원료로 사용한 바이젠은 0.5ℓ들이 잔에 담아 마시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그 많은 양조장을 가진 독일이 세계 맥주 브랜드 순위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특정 대기업이 맥주 시장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고유의 특성을 지닌 다양한 맥주들이 공존하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옥토버페스트 참여한 뢰벤브로이 맥주 회사의 대형 천막.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출처: (CC) Bayreuth2009 @ wikimedia commons>

뮌헨에서 매년 9월 말부터 10월초까지 열리는 민속 축제이자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 삿포로 눈 축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축제에 속한다. 축제 기간에는 누구나 독일 전역의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축제에서 술에 취한 독일인들은 술에 취하면 곧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와 닮은 듯하다.

독일 대표 맥주 뢰벤브로이.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는 뮌헨에서 생산되는 ‘뢰벤브로이(Lowenbrau)’다. 옥토버페스트가 뢰벤브로이를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한국에서는 덴마크 맥주인 칼스버그나 네덜란드 맥주인 하이네켄보다 덜 알려져 있다.

독일이 맥주의 본고장이 된 이유

왜 독일이 맥주의 본고장이 되었을까? 1953년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비판()에는 “기원전 42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 인이 발효를 이용해 빵을 구웠는데, 그 빵으로 대맥의 맥아를 당화시켜 물과 함께 섞어 마셨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이 발효 빵가루에 물을 섞은 후 이를 다시 발효시켜 마셨다. 클레오파트라는 맥주가 피부를 곱게 만들어준다고 여겨 매일 목욕물 대신 맥주 거품으로 목욕을 했다.

맥주 목욕 비법은 맥주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미인을 꿈꾸는 여자들에게 애용되었다. 그래서일까? 흔히 독일 여자는 매력 없고 무뚝뚝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독일 여자들은 의외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지니고 있다.

맥주 목욕물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체온보다 1∼2도 높게 목욕물을 데운 후 맥주 750ml 정도를 목욕물에 붓기만 하면 된다. 목욕을 하면서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어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술과 음악은 어디서나 어울리게 마련이다. 맥주가 피부에 좋은 것은 효모에 함유된 여성 호르몬 성분이 피부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맥주 제조법이 유럽에 전해지자 교회는 제조 공정을 보고 맥주를 ‘액체로 된 빵’이라고 여겼다. 이후 독일 수도원에서 맥주를 활발하게 만들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독일 맥주가 유래되었다. 지식이 해박한 사람이 많이 모인 수도원에서 맥주 양조업을 독점해 맥주를 신도들에게 팔아 수도원 유지비로 쓰기도 했다.

15세기 이후 유럽 전반에서 맥주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전문 양조업자들도 생겨났다. 양조업자들은 독특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온갖 약초를 사용했는데, 심지어 독초를 넣기도 했다. 이에 독일의 빌헬름 4세는 1516년 사람들의 건강과 맥주의 품질 향상을 위해 ‘맥주 순수령’을 제정했다.

맥주 순수령이란 맥주를 만들 때 보리와 호프, 물만 사용하도록 하는 법령이다. 그래서 인체에 해가 가지 않는 순도 100%의 맥주가 만들어졌다. 500년이 넘도록 지켜져 내려오는 이 법령 덕분에 독일은 세계 최고의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맥주를 생산하게 되었다.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으로 유명한 독일

독일인은 요리에 있어서는 프랑스 요리를 인정하지만 와인에서만큼은 나름대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특히 화이트 와인은 품질 면에서도 프랑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은 유럽의 와인 생산국 가운데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 일조량이 부족하고 날씨도 추워 남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레드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기 어렵다. 이런 기후 조건으로 말미암아 독일에서는 화이트 와인이 와인 전체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독일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백포도주의 명산지 모젤의 포도밭. 전 세계에서 최고의 품질을 인정해주는 리즐링 와인들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독일의 포도 재배지는 위도 50도에 걸쳐 있다. 이 지역은 서늘해서 포도를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빨리 익고 추위에 강한 화이트 와인을 주로 재배한다. 독일의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는 리슬링(Riesling)이 있다. 독일산 화이트 와인은 프랑스 와인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낮아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불고기·갈비 등 한국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독일 와인은 로마 제국의 정복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랑스 알자스 지역과 라인 강 유역을 점령한 로마군은 포도주를 식수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곳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양조 기술을 전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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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스파클링 와인 젝트를 만드는 데 쓰이는 백포도. <출처: (CC) Rob & Lisa Meehan @ wikimedia commons>

독일 젝트의 대명사 헨켈 트로켄. <출처: (CC) Puschinka @ wikimedia commons>

독일은 ‘젝트(Sekt)’라고 불리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의 최대 생산국이자 최대 소비국이기도 하다. 병 안에 기포와 거품을 가지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은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에 넣은 후 당분과 효모를 첨가하여 만든다.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일으키면 자연적으로 탄산가스가 발생하는데, 마개를 딸 때 가라 앉아 있던 가스가 터지듯 분출한다.

스파클링 와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이 샴페인(Champagne)이다. 흔히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된 것만을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샴페인은 ‘상파뉴’를 영어식으로 부른 것이다.

1517년 면죄부 판매에 대해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어 종교개혁을 촉발시킨 마틴 루터는 “맥주는 인간이 만든 것이고, 와인은 신이 만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루터의 말마따나 세상과 어우러진 인간이 되고 싶을 때는 맥주를 마시고, 우아한 신이 되고 싶을 때는 와인을 마시면 되겠다.

술이란 기분이다. 그 기분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하고 파괴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대체로 유럽인들은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경향이 강하다. 적당한 술이 경쟁력을 높이는지도 모른다.

 

츨 처 :  독일의 지리와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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