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문수암모연문(智異山文殊菴募緣文)
지리산 문수암 불사(佛事)에 기부하기를 권하는 글 [智異山文殊菴募緣文]
대개 세상사람들 중 지혜로운 무리들은 논밭에 씨뿌리고 거두어들이는 것은 알면서도 복밭에 씨앗을 심는 것1)을 모르는 것은 어째서인가? 이끄는 자가 있는데도 그러한가, 이끄는 자가 없어서 그러한가? 알면서도 그러하다면 허물은 농사짓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고, 몰라서 그러하다면 허물은 이끄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끄는 자와 농사꾼에게 그 부족한 것은 한 가지이다.
지금 이 암자는 만수사리(*문수보살)가 상주하는 곳이다. 이 산에 올라 이 암자에 거처함은 그 지혜[智]가 나날이 달라지는[異] 것이니, 그래서 지리산이라 부른다. 산이름은 이를 따라서 칭하는 것이니 믿어 의심할 것이 없다.
암자는 제일봉의 불묘(佛廟)2) 아래에 있으며, 마음을 깨끗이 하면 반야의 현묘한 이야기도 많이 들을 것이며, 문은 삼신동 선계의 꼭대기를 누르고 섰으니 눈을 들면 빈번히 진동(秦童)3)의 뗏목이 보이고, 머리를 세우면 닿을 듯한 것은 은하수의 요대(*신선 궁전)요, 귓가에 노상 들리는 것은 맑고 서늘한 선가(禪家)의 기풍이니, 이는 진실로 뭇 성인들이 장엄으로 꾸민 누각이요, 중생들을 오랫동안 먹여살릴 복전이로다.
그러나 암자는 세운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무너지는 운수는 인간세상에서는 누가 면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복전이라는 말로 군자가 사는 동네와 농부들의 가정에 자세히 고하노니, 오로지 바라건대 빨리 믿음을 일으키어 능히 복전에 씨앗을 심어 자비의 물을 대고 김을 매어 무명초(無名草 *세속의 욕망, 번뇌)를 제거함으로써 인과에 따라 결실을 얻는 때를 기다려 인도하는 사람을 탓하지 않고 큰 지혜(*大智=문수)의 도량에서 문수와 함께 노닐게 하는 것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비나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비나이다. <끝>
【註】
1) 복전(福田 *복밭)은 여래나 비구 등 공양을 받을 만한 법력이 있는 이에게 공양하면 복이 되는 것이, 마치 농부가 밭에 씨를 뿌려 다음에 수확하는 것과 같으므로 복전이라 한다. 전이되어 부처 또는 절을 뜻하기도 한다.
하종(下種)은 부처가 중생의 마음밭에 성불할 종자를 심는 것. 곧 중생으로 하여금 불교에 관계를 맺게 하는 것. 따라서 “복전에 씨앗을 심는다.”는 말은 ‘부처의 가르침에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참조 : 불교사전>
2) 불묘는 원래 부처의 유골을 봉안한 불탑을 가리키나, 오히려 절 또는 법당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여기서는 비로봉·금강대·반야대처럼 어떤 지형지물을 가리키는 듯하다. 만약 여기서 제1봉이 반야봉을 뜻한다면 불모장등(불무장등)도 불묘에서 나온 가능성이 있겠다.
3) 진동(秦童) : 진 시황 때에 방사(方士) 서불이 불사약을 구하려고 동남동녀(童男童女) 5백 명을 배에 태워 삼신산(三神山)으로 들어갔다고 전한다.
□ 금명 보정(錦溟寶鼎 1861-1930) : 전남 곡성 출생. 속성은 김씨. 송광사에서 출가. 법명은 寶鼎, 호는 錦溟, 자는 茶松. 부휴 계통의 법맥을 이은 것으로 평가된다. 茶와 더불어 살았기에 스님들끼리는 茶松子라 불렀다 한다. 우리나라의 다성(茶聖) 초의선사(1786-1866)의 《동다송(東茶頌)》도 스님이 《백열록(柏悅錄)》에 필사함으로써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조계고승전(曹溪高僧傳)》《다송문고(茶松文藁)》 등 수많은 저술이 전해진다.
○ 이 글은 가객님이 문수암을 탐구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 하여 해석을 부탁한 것인데, 문수암의 위치 추정에는 벨시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요...
智異山文殊菴募緣文
蓋世人之智徒 知稼穡於水田 不知下種於福田者 何也 有導而然耶 無導而然耶 有知而然則過在於耕夫也 無知而然則過在於導人也ᅠ是故導與耕者 其闕一也哉 今此菴 曼殊舍利常住處 登此山而居此菴者 其智日異 故曰智異山 山之名從此稱之 信無疑焉 菴在第一峰佛廟之下 淸心多聞般若之妙談 門壓三神洞仙界之頂 擧眼頻ᅠ見秦童之浮槎 翹首可摩者 河漢之瑤臺 側耳慣聆者 淸涼之家風 此實諸聖之莊嚴樓閣 衆生之長養福田歟 然菴之創歲已久矣 壞空之數 人孰免哉 故以福田之說 委告於君子之鄕 耕夫之家 唯願早早發起信根 能下種於福田 灌之以大悲水 鋤之其無明草 第待酬因結果之秋 使毋咎於導人 同遊大智道場曼殊室中 至禱至禱ᅠᅠᅠ
<출전 : 한국불교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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