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4원소설

나 그 네 2012. 3. 1. 10:10

4원소설

화학적 방법을 통해서는 더 이상 간단하게 분해되지 않는 순수한 물질을 ‘화학원소’ 또는 ‘원소(元素, element)’라고 한다. 즉, 모든 물질을 이루는 근본 물질이 원소다. 지금까지 총 118종류의 원소가 발견됐는데, 이중 92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이다. 하지만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모든 물질이 물, 공기, 불, 흙의 4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4원소설을 믿었다.

 

만물이 물, 불, 공기, 흙 4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 4원소설.

 

 

4원소설의 등장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지 

4원소설을 주장한 고대 그리스의 엠페도클레스.


‘세상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즉 ‘무엇이 원소인가?’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고 답을 시도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인 탈레스(Thales, 기원전 624년~546년)다. 탈레스는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자연 현상들에 대해 보편적이고 과학적인 원리를 찾고자 한 최초의 사람으로 여겨지며, 그를 ‘학문의 시조’라 부르기도 한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인 원소가 ‘물’이라 생각했다. 이후 아낙시메네스(Anaximenes, 약 기원전 585년~528년)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가 만물의 근본 물질이라 했으며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기원전 540년~475년)는 ‘불’을 만물을 이루는 근본 단위로 보았다. 

 

왜 원소는 한 가지여야만 하는가? 물, 공기, 불 모두가 원소일 수는 없는가? 그리고 다른 것은 원소가 될 수 없는가? 물질의 단단한 성질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런 의문을 갖고 세상은 물, 공기, 불에 흙을 더한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4원소설)을 펼친 사람이 그리스의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기원전 약 490년~430년)다. 그는 물, 공기, 불, 흙의 4원소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물, 공기, 불, 흙과는 다르며, 세상의 모든 물질은 이들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 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실제로 접하는 물은 물의 본질인 물 원소에 다른 3가지 원소가 약간씩 섞여있는 것으로 보았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기원전 384년~322년)도 4원소설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소의 성질은 촉감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며 4원소들이 각각 따뜻함, 차가움, 건조함, 축축함의 성질을 갖는다고 했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적 주장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었기 때문에 4원소설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4원소설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4원소가 각각에 맞는 비율로 조합돼 만들어졌다. 따라서 고귀한 금도 값싼 금속에서 4가지 원소의 비율만 바꾸면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값싼 금속으로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은 중세 아랍 및 유럽 화학자들의 주된 관심사항이었다. 비록 이 과정에서 여러 새로운 화학약품과 기구가 개발되고 화학 물질들의 성질이 밝혀졌지만 물질세계를 지배하는 근본 원리는 밝혀질 수 없었다. 또한 불을 원소로 잘못 인식함으로써 화학 반응의 하나인 연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연소를 설명하는 플로지스톤설이 유행하게 됐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지지한 4원소설.

 

 

화학의 새 출발, 4원소설 폐기


4원소설은 등장한지 약 2,000년이 지난 19세기 초반에 폐기됐다. 4원소설 폐기를 불러일으킨 사람은 ‘일정한 온도에서 주어진 기체의 부피와 압력은 반비례한다’는 법칙을 발견한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1627년~1691년)이다. 그는 ‘원소는 더 기본적인 물질로 쪼갤 수 없는 물질이다’라고 하면서 불은 원소일 필요가 없고 공기는 혼합물이라고 여겼다.

 

1700년대에는 성질이 다른 여러 공기(기체)가 발견됐다. 1766년 헨리 캐번디시(Henry Cavendish, 1731년~1810년)는 금속과 을 반응시키면 ‘가연성 공기(수소)’가 발생하고 이는 공기와 반응해 물이 되며, 이때 공기의 1/5만 없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써 물은 원소가 아닌 화합물이며 공기는 혼합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1770년에는 공기의 성분 중 하나인 산소가 발견됐다.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 Laurent Lavoisier, 1743년~1794년)는 연소는 물질이 산소와 반응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 플로지스톤설을 폐기시켰다. 이렇듯 여러 가지 실험 결과 4원소설은 틀린 이론으로 판명됐다.

 

현대의 원소 주기율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알려진 7가지 금속을 비롯해 1869년까지 63가지의 원소가 밝혀졌으며 이들의 상대적 무게도 측정됐다. 드미트리 멘델레예프(Dmitrii lvanovich Mendeleev, 1834년~1907년)는 알려진 원소들의 성질과 보고된 일부 원소들의 무게를 수정해 원소 주기율표를 만들고 그때까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몇 가지 원소들의 존재와 성질을 예측했다. 수정된 원소들의 무게와 예측된 원소들의 존재와 성질이 정확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화학은 비로소 예측 가능한 학문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원자론 이야기
4원소설을 주장한 엠페도클레스와 같은 시대의 사람인 데모크리토스(Democritus, 기원전 470년~380년)는 모든 물질은 더 이상 쪼갤 수 없고 변하지 않는 원자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은 현대 원자론과 상당히 비슷하다. 하지만 당시 최고의 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가 반대 주장을 내세워 원자론은 배척됐다. 역사에서 잊혀졌던 원자론은 1803년 돌턴(Dalton, 1766년~1844년)에 의해 부활했다.

 

 

  1. 연소(燃燒)

    물질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빛과 열을 내는 현상.

  2. 플로지스톤설(Phlogiston theory)

    모든 타는 물질에는 ‘플로지스톤’이라는 입자가 있어 연소과정에서 플로지스톤이 소모된다는 옛 학설.

  3. 혼합물(混合物)

    두 종류 이상의 물질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물리적으로 단순히 섞여 있는 물질.

  4. 산(酸)

    물에 녹았을 때 수소 이온을 내놓는 물질.

  5. 가연성(可燃性)

    물질의 타기 쉬운 성질.

  6. 화합물(化合物)

    두 종류 이상의 화학 원소가 결합해 만들어진 순수한 화학 물질.

  7. 원소 주기율표(Periodic table)

    원소를 구분하기 쉽게 성질에 따라 배열한 표.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과 명예교수

자료제공 사이언스올

관련링크 : 통합검색 결과 보기


발행일 
2011.07.27

'Natural science > 화 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화는 세계의 운리인가?  (0) 2012.03.01
만물의 근원을 묻다.  (0) 2012.03.01
효도하는 화학  (0) 2012.03.01
화학의 혁명  (0) 2012.03.01
Oxygen ( O ), 8 - 산소  (0) 201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