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효도하는 화학

나 그 네 2012. 3. 1. 10:09

과학과 학문의 시조로 그리스의 탈레스(Thales: 624 BC?~ 546 BC?)를 든다. 탈레스는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가?’를 묻고는 ‘물’이라 답하였다. 대답은 물론 틀린 것이다. 그러나 이 대답은 기록상으로는 최초로 신이나 영험한 것과 연관시키지 않고 자연계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시도한 것이다. 탈레스 이후 여러 학자들이 우주와 자연현상에 대한 관찰과 사색을 하면서 그리스 학문을 열었다.

 

 

화학은 물질의 조성, 구조, 성질, 그리고 이들의 변환 (화학반응)을 탐구한다. 탈레스가 우주의 원소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제시하는 것으로 학문이 시작되었으니, 학문으로서의 화학의 시작은 학문 그 자체의 시작과 같다.  탈레스 이후 원소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왔다.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s: 384 BC~ 322 BC)는 원소들의 일차적 성질은 촉감으로 관찰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이런 성질로 따뜻한 것, 찬 것, 축축한 것, 마른 것을 들었다. 이런 배경에서 그는 엠페도클레스 (Empedocles: 490 BC?~430 BC?)의 물, 공기, 흙, 불의 4원소설이 옳다고 하였다. 데모크리토스 (Democritus: 470 BC? ~370 BC?)는 모든 물질은 변하지 않고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원자와 빈 공간(진공)로 구성되어있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이러한 고대 원자론은 진공은 존재하지 않으며 화학 반응 시 원소 자체도 변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과 다르고, 자연의 모든 것을 영적 요소가 없는 물질적인 것으로만 본다는 이유로 배척되었다. 원자론은 2000년이 지난 1803년에 돌턴(John Dalton: 1778-1850)에 의해 부활되었다.

 

 

4원소설은 18세기 초반까지 믿어져 왔다. 4원소설에 따르면, 금은 원소가 아니다. 따라서 흔한 금속에서 고귀한 금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을 찾는 연금술(alchemy) 연구가 유행하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4원소. 물, 공기, 흙, 불

 

연금술사들은 또한 만병통치약과 불노장생약을 찾고자 하였다. 뉴턴 (Isaac Newton: 1642~1727)조차도 연금술 연구에 몰두하였다니, 연금술이 얼마나 큰 확신을 주었고 유행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영국의 화학자 보일 (Robert Boyle: 1627~1691)은 어릴 때 이탈리아에서 갈릴레오 (Galileo Galilei: 1564-1642)의 업적에 대해 공부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물체의 운동과 천체 운행에 대한 학설이 반박 당하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새로운 과학적 진실이 밝혀지는 학문의 분위기를 접하였다. 귀국 후 화학에서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각종 실험을 통해 ‘기체의 부피와 압력이 반비례한다’는 ‘보일의 법칙’을 제시하였다. 그는 공기의 무게를 재었고, 생명현상과 화학반응에서 공기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 보일은 1651년 출판된 “회의적 화학자 (The Skeptical Chemist)라는 저서를 통해 연금술을 화학으로 변환시켰다. 종래의 원소의 개념을 파기하였으며, 화학물질을 원소와 화합물을 구분하였다.

 

 

영국의 화학자 캐번디시(좌)와 프리스들리(우)


4원소설에 결정타를 날린 사람은 영국의 캐번디시프리스틀리이다. 1766년에 캐번디시 (Henry Cavendish: 1731-1810)에 의해 ‘가연성 공기’인 수소가 만들어졌다, 가연성 공기는 보통 공기와 반응하여 물을 만드나, 이 과정에서 공기의 1/5만 반응하였다. 나머지 4/5는 ‘역한 공기’라 불린 질소이다. 이 과정에서 원소라 믿어져 온 물은 화합물이고 공기는 혼합물임이 밝혀졌다. 프리스틀리 (Joseph Priestley: 1733-1804)는 여러 가지 ‘공기’를 만들었다. 그는 또한 소다 수를 발명하였고, 염산을 만들었다. 당시까지 화학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연소 현상이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플로지스톤(Phlogiston)설이 대두하였다.


플리지스톤설은 가연성 물질에는 플로지스톤이라는 알갱이가 들어 있고, 연소 과정에서는 이것이 빠져 나간다는 학설이다. 이런 플로지스톤설로 화학의 보편적 원리가 발견된 듯 하였다.

 

 

'현대화학의 아버지' 라부아지에


플로지스톤설을 배격하고 근대화학의 혁명을 가져온 사람이 ‘현대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라부아지에 (Antonie Laurent Lavoisier: 1743~1794)이다. 그는 화학반응에서의 질량보존의 법칙을 제안하였고, 연소와 금속이 녹스는 것 등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는 것이며, 섭취한 음식물의 소화 과정에서도 이런 연소가 천천히 일어나는 것임을 보였다.

 

라부아지에는 화학물질의 원소 조성과 특성을 반영하는 ‘화학명명법’ 제정을 주도하고, ‘화학요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화학적 지식을 보급하였다.

 

그는 화학 이외에도 사회복지 등 여러 가지 사회 발전에 공헌하였으나, 프랑스 혁명과정에서 1794년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이로써 과학계는 가장 위대한 화학자를 잃게 되었다.

 

 

라부아지에 이후의 특기할 만한 화학자는 뵐러멘델레예프이다.  뵐러(Friedrich Wӧhler: 1779-1848)는 생물체 기관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고 믿어진 유기화합물인 요소(urea)가 실험실에서 합성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많은 화학자들로 하여금 유기화합물을 합성하는 동기를 주었다.  오늘날에도 화학 물질을 유기화합물과 무기화합물로 나누지만, 이들은 단지 화합물의 특성에 따른 구분일 뿐 생명력의 관련 유무와는 관련이 없다.

 

멘델레예프(Dmitri Medeleev: 1834-1907)는 1869년에 당시 알려진 원소들의 성질로부터 주기율표 (Periodic Table)을 제안하였고, 발견되지 않은 원소들의 원자량과 성질을 미리 예측하였다. 후에 이들 원소들이 발견됨으로써 멘델레예프의 예측이 옳다고 증명되었다. 이로써 화학은 비로소 예측 가능한 학문이 되었다. 이는 뉴턴이 역학 체계를 완성한지 182년, 다윈 (Charles Darwin: 1809-1882)이 진화론을 발표한지 10년 뒤이다. 이후 화학에는 물리학의 양자론(Quantum theory)의 개념과 결과가 도입되고, 각종 분광학(Spectroscopy)적 방법이 적용되고, 여러 새로운 합성 방법이 개발되어 획기적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주기율표로 화학은 예측 가능한 과학이 되었다.

 

 

화학은 다른 분야보다 늦게 진정한 과학이 되었다. 그러나, 화학적 현상을 인류가 이용하고 조작한 것은 인류의 역사와 같이 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불을 사용하여 기원전 15 세기경에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을 만들었고, 철을 제조하여 청동기 시대와 철기시대를 열었다. 화학은 1700년대 후반부터 여러 합성물질을 제공하여 인류에게 보다 큰 효도를 하고 있다. 잿물에서 얻어지는 탄산 나트륨을 소금에서 만들어 유리와 비누 공업의 기초 원료로 제공하였고, 염소에서 표백 작용을 발견하여 세탁과 표백의 수고를 들게 하였다. 합성 비료와 농약의 사용으로 농업생산성이 증가되고 많은 인류를 굶주림에서 구하였다.

 

현대 생활의 모든 것이 화학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합성 의약품을 제공하여 많은 사람을 질병의 고통과 죽음에서 구하였고, 염료와 합성섬유의 등장으로 일반인도 철 따라 취향에 맞는 색상의 옷을 입게 하였다. 우리가 오늘날 먹고, 입고, 생활에 사용하는 것에서 화학적으로 만든 물질이 사용되지 않았거나, 화학적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을 찾기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화학은 앞으로도 인류와 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이 분명하다. 보다 편리하고 성능이 좋은 제품 개발은 화학을 통해 얻어진 새로운 성질의 신물질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 질 것이다. 생명계의 구성과 기능, 그리고 분자간 상호작용을 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하는데 화학이 필수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화학은 고갈되고 있는 자원과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재생하며, 대체 자원을 개발하는데 큰 몫을 할 것이다. 환경 친화적 화학 공정을 개발하고, 오염된 지구 환경을 정화시키는 것에도 화학은 보다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물질을 보다 미량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리하고 분석하는 것도 계속 발전될 것이다. 이런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의 일부는 화학자라고 일컬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화학의 원리와 방법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커다란 강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뮤코다당류의 생화학과 생물리학>이 있고, 역서로 <젊은 과학도에 드리는 조언> 등이 있다.


발행일 
200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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