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Hydrogen Fluoride(플루오린화 수소산)- 불산

나 그 네 2012. 12. 28. 13:08

2012년 9월 27일에 구미에서 플루오린화수소(HF, Hydrogen Fluoride)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작업자 5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고, 2차 피해가 현재 확산되어 가고 있다. 뉴스 사진은 플루오린화수소(HF) 가스가 마치 연기처럼 공중으로 퍼져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플루오린화수소는 본래 무색의 기체이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기에 포함된 수분과 혼합되어 플루오린화수소산(Hydrofluoric acid, 뉴스에서 불산이라고 불리는 화학물질이며, 이 글에서도 불산으로 명명을 하기로 하자)이 형성되었을 것이고, 불산 에어로졸이 빛에 산란이 되면서 뿌연 연기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번에는 불산의 화학적 특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구미에서 플루오린화수소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작업자 5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고, 2차 피해가 현재 확산되어 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플루오린화수소 및 불산의 생산

플루오린화수소의 구조

불산은 1771년에 스웨덴의 화학자 셸레(Carl Wilhelm Scheele)가 처음 발견을 했고, 유리를 녹이는 성질이 있다는 것도 그 당시에도 알았다고 한다. 플루오린화수소는 플루오린화칼슘(형석, CaF2(S))과 진한황산(H2SO4)을 반응시켜 제조한다. 플루오린화수소를 냉각시켜서 액체로 만들면 순수한 불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산칼슘염과 황산을 반응시켜서 인산을 생산하는 공정에서도 플루오린이 불순물로 결합되어 인산칼슘염을 사용하는 경우 플루오린화수소를 부산물로 얻을 수 있다.


CaF2(S) + H2SO4(l) 2HF(g) + CaSO4(s)
Ca5(PO4)3F + 5H2SO4 + 10H2O 3H3PO4 + 5CaSO4·2H2O + HF

불산의 독성과 치료

불산은 피부조직에 침투하는 성질로 인해서 특히 위험하다. 플루오린 이온(F-)의 크기가 다른 할로겐 이온들(Cl-, Br-, I-의 크기보다 작아서 불산은 쉽게 피부로 침투가 된다. 플루오린 이온을 제외한 다른 할로겐 이온은 수소 이온과 결합하여 수용액에서 완전 해리가 되는 강산(HCl, HBr, HI)이다. 그러나 불산은 완전히 해리가 되지 않는 약산(pKa=3.17)이다. 그러므로 피부로 침투될 때에도 불산 분자가 흡수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불산이 양이온(H+)과 음이온(F-)으로 해리되는 정도도 농도에 따라 다르며, 해리 되지 않은 분자일지라도 크기가 작아서 쉽게 피부에 흡수될 수 있다.

일단 흡수된 불산의 일부는 해리가 될 것이고, 그로 인해서 플루오린 이온이 생성된다. 바로 플루오린 이온이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플루오린 이온이 체내에서 존재하는 칼슘이온(Ca2+) 혹은 마그네슘이온(Mg2+)과 반응하여 불용성 염인 CaF2(s) 혹은 MgF2(s) 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화학반응으로 인해서 전해질의 칼슘이온과 마그네슘 이온의 농도가 정상수치 보다 낮아지면서 전해질 균형이 깨진다. 또한 플루오린 이온이 뼈와 반응을 하면서 뼈가 상하게 된다. 식물의 경우에도 잎이나 줄기에 내려 앉은 불산 에어로졸이 식물 조직으로 흡수되면 식물은 대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잎이 누렇게 변하고 결국에는 고사되는 것이다.

구미 가스 누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의 밭에서 포도 잎이 누렇게 변해 말라 죽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불산을 다룰 때는 피부 전체는 물론 보호 안경까지 착용을 해야 사고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처음 대응에서 간단한 마스크만 한 작업자들도 불산의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불산에 노출된 피부조직은 점성을 띠는 액체 덩어리처럼 변하고 괴사가 진행이 된다. 염산 혹은 황산과 같은 강산의 피부 접촉으로 인한 피해와 불산의 피부 접촉 및 흡입에 의한 피해는 다르다. 음이온의 크기가 큰 염산 혹은 황산들은 접촉이 되었어도, 불산과는 달리 피부 침투가 느리거나 되지 않아서 피부 겉면에만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부를 통해서 흡수되어 몸 안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불산은 독성 그 자체가 매우 다른 것이다. 피부에 닿아서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불산의 농도, 노출 지속 시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불산 용액과 접촉이 되면 농도가 높을수록 위험할 수 밖에 없다. 플루오린 이온과 칼슘이온(Ca2+)이 결합되면서 신경말단을 자극하는 포타슘이온(K+)이 대량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심할 경우 심장마비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불산으로 인한 사망자의 혈액에서 칼슘이온과 마그네슘이온 농도는 정상치보다 낮고, 포타슘 이온의 농도는 정상치보다 높은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불산은 끓는 점이 19.5oC 이므로 상온에서 쉽게 기체로 변한다. 그러므로 불산이 액체로 누출이 되더라도 기온이 약 20oC를 넘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진다. 기화된 플루오린화 수소가 호흡을 통해서 폐로 들어가면 점액질에 포함된 물과 반응하여 불산이 만들어 질 것이며, 그것은 폐 조직을 괴사를 시킬 것이다. 또한 약한 경우라 할지라도 폐 내에 물집을 형성하여 호흡이 곤란해지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불산은 기체 상태로 체내에 흡수되면 호흡기 점막을 해치고 뼈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구미 사고 현장 인근의 축사에서 소가 콧물을 흘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불산에 노출된 피부조직은 점성을 띠는 액체 덩어리처럼 변하고 괴사가 진행이 된다. <출처: (CC)TCO at Wikipedia.org>

불산의 접촉 정도가 비교적 심하지 않을 경우에, 접촉된 피부는 글루콘산 칼슘(calcium gluconate) 젤로 응급처치를 한다. 접촉된 피부에 젤을 문질러 칼슘 성분을 흡수시켜 국부적으로 존재하는 플루오린 이온과 결합하는 것이다. 일단 CaF2(s)를 형성한다면 플루오린 이온에 의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글루콘산 칼슘 10% 용액은 저 칼슘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이용되고 있다. 불산으로 오염된 물건은 일단 물로 철저히 씻어 내야 된다. 땅이나 건물에는 수산화칼슘(Ca(OH)2), 산화칼슘(CaO) 혹은 염화칼슘(CaCl2)을 뿌려서 불용성 염을 형성하여 안정된 형태로 변형을 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물에 씻긴 불산은 물속에서 칼슘 이온 혹은 실리콘 등과 반응하면 보다 보다 안정한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불산

불산도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산업에서 다양하게 이용된다. 유리를 가공할 때, 테프론을 생산할 때, 불산이 실리콘이나 실리콘 산화물을 깎아 낼 수 있으므로 실리콘 웨이퍼를 미세 가공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불산의 농도, 불산 용액의 이온 세기를 조절하면 깎는(etch)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나노미터 크기의 매우 정교한 미세가공도 가능한 것이다. 테프론(Polytetrafluoroethylene(PTFE)) 제조에 필요한 원료인 사플루오린에틸렌(CF2CF2)를 합성하는 경우에도 불산이 사용된다. 프라이팬 중에서 바닥 면을 테프론으로 코팅을 한 제품은 요리할 때 들러 붙지 않아서 각 가정에서 인기가 높다.

플루오린은 치약, 프라이팬을 비롯해 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출처: gettyimages>

플루오린이 첨가된 치약은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어떤 치약에는 플루오린화 소듐(NaF) 혹은 플루오린화 주석(SnF2)이 약 1000ppm 정도까지 포함되어 있다. 수산화소듐과 불산을 반응시키면 플루오린화 소듐 염을 만들 수 있다. 치아 표면에 있는 에나멜 성분(Ca5(PO4)3(OH))의 일부가 플루오린과 결합하여 산에 더 강한 새로운 성분(Ca5(PO4)3(F))이 되도록 만들면 충치 예방 효과가 생길 수 있기에 플루오린 성분이 포함된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충치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수돗물에 일부러 플루오린을 첨가하기도 한다. 플루오린이 결합된 우라늄 화합물(UF6)을 합성할 때에도 불산이 사용된다. 핵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동위원소를 농축하려면 우선 우라늄 화합물을 합성해야 되기 때문이다.

사전 대책이 반드시 필요

화학물질에 관련된 치명적인 사고를 접한 일반인들의 뇌리에는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오늘날 인간은 화학물질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다.우리가 먹고 입고 마시는 것 모두가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사고가 날 경우에 대비한 대안을 미리 준비하여 화학물질과 안전하게 동거하면서 사는 길 또한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발행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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