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알카리 수

나 그 네 2012. 12. 28. 13:11

최근 들어 알칼리 수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알칼리 수에 대한 과학적 검토와 토론 보다는, 믿음과 설을 근거로 하는 유사과학적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알칼리 수를 비롯한 물의 pH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알아보자.

물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과학적 관심은 부족하다. <출처: (CC) Marlon Felippe>

순수한 물의 이론적인 pH 값

어떤 이온도 녹아 있지 않는 순수한 물의 pH는 이론적으로 7.00 이다. 실험에 사용하려고 물을 증류하거나 혹은 증류장치를 막 통과시켜 얻은 순수한 물은 공기와 접촉되지 않았으면 녹아 있는 이온(화학종)은 거의 없다. 이런 상태의 물에 존재하는 이온이란 수 많은 물 분자 중에서 아주 적은 비율의 물 분자가 해리되면서 생성되는 수소이온(H+)과 수산화이온(OH-) 뿐이다. 물 분자 1개가 해리되면 수소이온 1개와 수산화이온 1개가 생성된다. 그런데 해리되는 물 분자의 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생성되는 수소이온과 수산화이온의 농도는 각각 1 x 10-7 M(mol/L) 정도이다. 한편 pH는 pH = -log {H+}로 나타낸다.

H2O H+ + OH-
pH = -log {H+} = -log [1 x 10-7] = 7.0

이 식에서 [H+]는 수소이온의 활동도(activity)를 나타내지만, 수소이온의 농도가 매우 묽을 경우에는 단순히 농도를 대입해도 겉보기 pH는 차이가 없다. 결국 순수한 물에 존재하는 수소이온의 농도를 식에 대입하면 7.0 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이것이 바로 물의 pH가 7이라는 근거이기도 하다.

다양한 물질의 pH. <출처: (CC) Edward Stevens>

기체의 용해와 pH 변화

모든 이온을 거른 후에 공기와 접촉하기 전인 순수한 물의 pH는 7.0이다. 그런 물에는 이온이 거의 없어서 물의 전기 저항은 매우 크다. 그러나 물이 공기와 접촉되는 순간 공기에 포함된 기체들이 녹기 시작한다. 이 때 물의 pH는 변하고 전기저항 역시 순식간에 감소한다. 실험실에서 용액 전도도 측정기를 사용하면 물의 전기저항이 변화되는 것을 시간에 따라 측정해 볼 수 있다. 기체가 녹아 들면서 발생하는 전기저항의 변화는 계기 판의 저항 측정치가 감소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 그런데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와 산소는 대기압에서는 물에 거의 녹지 않는다(20oC, 1 bar 상태에서 질소 용해도: 20 ppm, 산소의 용해도: 7.6 ppm). 기체의 용해도는 온도와 압력에 의존하므로 기체의 용해도를 표시할 때는 반드시 온도와 압력 조건을 표기해야 의미가 있다. 또한 기체는 온도가 낮을 때 압력이 높을 때 더 많이 녹는 것이 일반적이다. 질소나 산소에 비해 이산화 탄소의 용해도는 매우 커서 1450 ppm(1 bar, 25oC)이나 된다. 대기에서 이산화탄소의 부피 비중이 0.033~0.039%(330~390 ppm)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산화탄소는 정말로 잘 녹는 기체이다. 이산화탄소 기체가 물에 녹으면 탄산(H2CO3)이 형성된다.

자연 상태의 빗물은 이산화탄소가 녹아 pH 5.6정도의 약한 산성을 띈다.

그런 물에는 탄산과 평형을 이루는 탄산이온(CO32-)과 중탄산이온(HCO3-)도 존재한다. 공기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평형에 도달한 자연상태의 물의 pH는 약 5.6 정도로 측정된다. 그러므로 자연산 빗물은 약한 산성을 띠게 된다. pH 7을 기준으로 7보다 낮으면 산성, 높으면 염기성이다. 그러므로 pH 5.6인 자연산 빗물은 약한 산성인 셈이다. 이산화탄소 기체는 물론 산업활동으로 생성된 이산화황 혹은 이산화질소 등의 기체가 녹은 자연산 빗물은 pH가 5.6보다 훨씬 낮기 마련이다. 따라서 공업지대에서 내리는 빗물의 산성도는 pH가 자연산 빗물보다 3-4 단위가 더 낮은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pH는 로그 함수 이므로 3단위가 차이가 나면 수소이온의 농도는 1000배, 4 차이가 나면 수소이온의 농도로는 10000배나 진한 산성 용액인 셈이다.

CO2(g) + H2O H+ + HCO3-
HCO3- H+ + CO32-
H++ HCO3- H2CO3

물에 녹는 이온과 pH의 변화

자연산 물에는 많은 이온들이 녹아 있다. 조금만 상상을 동원하면 물의 순환과정에서 여러 장소를 거치는 동안 물에 녹는 수 많은 화학종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녹아있는 이온들의 종류와 양을 생각하면 그야 말로 자연산 물의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기와 접촉을 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기체로 인해서 생성되는 탄산이온과 중탄산이온은 빠짐없이 포함되었을 것이며, 이들 모두는 음이온이다. 그 밖에도 인산이온(PO43-), 질산이온(NO3-) 규산이온(SiO44-), 황화이온(S2-), 플로루화 이온(F-) 등과 같은 수 많은 음이온이 녹아 있다. 또한 물에는 칼슘이온(Ca2+)과 마그네슘이온(Mg2+)과 같은 양이온이 주로 녹아 있고, 철이온(Fe2+, Fe3+)을 비롯하여 포타슘이온(K+), 소듐이온(Na+) 같은 양이온이 소량이라도 녹아 있다. 그러므로 물에는 다양한 종류의 양이온과 음이온이 있고, 그 각각의 양도 천차만별이다. 양이온과 음이온이 결합하여 침전물도 생긴다. 예를 들어서 물에 포함된 탄산칼슘(CaCO3(s))은 칼슘 양이온과 탄산 음이온이 결합하여 생성된 염으로 물에 잘 녹지 않으므로 침전물로 남아 있다. 그렇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에 녹아 있는 모든 양이온이 지닌 플러스 전하의 합과 음이온이 지닌 마아너스 전하의 합은 같아서 전기적으로 중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물이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혹은 플러스 전하를 띠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물의 pH 측정에 물에 녹아 있는 각종 이온의 종류와 양은 물론 물의 온도도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서 녹아 있는 이온들의 종류와 양에 따라 물의 pH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산 물은 원천이 어디냐에 따라서 산성 혹은 염기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물의 알칼리도와 산성도의 측정

물의 산성 혹은 염기성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로 물의 산성도(acidity)와 알칼리도(alkalinity)를 측정한다. 물에 포함된 염기성 이온들을 중화시키는데 필요한 산의 양을 그 물의 알카리도라고 한다. 염기성을 띠게 해주는 주요 이온으로 OH-, CO32-, HCO3-가 있다. 이런 이온들이 포함된 물에 수소이온(H+)을 첨가하면 각각의 음이온과 직접 반응을 하거나 혹은 반응 결과 생성된 수산화이온과 반응을 한다. 음이온의 양이 많으면 중화하는데 필요한 수소이온의 양도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중화에 많은 양의 산을 필요로 하는 물은 알칼리도가 높은 것이고, 반대로 중화에 적은 양의 산을 필요로 하는 물은 알칼리도가 낮은 것이다. 그런데 알칼리도를 측정할 때 수소이온만을 선별해서 첨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염산(HCl) 용액을 첨가하면 수소이온이 첨가되고 동시에 염소이온(Cl-)도 첨가된다. 질산(HNO3) 용액을 첨가하면 마찬가지로 질산이온(NO3-)도 동시에 첨가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pH 식에 대입하는 수소이온(H+)외에도 많은 이온이 포함된 용액의 pH는 단지 수소이온만을 생각해서 계산된 혹은 측정된 pH와는 차이가 난다.

알칼리도는 물 1kg을 pH 4.5로 만드는데 필요한 산의 양으로 정의된다. 또한 산성도는 물 1kg을 pH 8.3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알카리의 양으로 정의된다. pH 기준이 각각 4.5와 8.3인 이유는 탄산과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탄산이온(CO32-)이온을 수소이온(H+)과 반응시켜 탄산(H2CO3)으로 만들어진 용액의 pH가 약 4.5이고, 반대로 탄산(H2CO3)를 수산화이온(OH-)과 반응시켜 탄산이온(CO32-)으로 만들어진 용액의 pH가 약 8.3이기 때문이다. 탄산이온 1개는 수소이온 2개와 반응하여 탄산이되고, 탄산 1개는 수산화이온 2개와 반응하여 탄산이온이 된다. 예를 들어 탄산은 수산화이온과 반응하여 중탄산이온이 되고, 그 중탄산이온은 다시 수산화이온과 반응하여 탄산이온이 되는 2단계 과정을 거친다. 반대로 탄산이온은 수소이온과 2단계 과정을 거쳐서 탄산이 된다. 물의 알칼리도는 물의 경도와 마찬가지로 음용수 혹은 농업용수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변수 중 하나이다.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서 발생된 CO2는 바닷물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수의 알칼리도를 측정하여 인간의 활동으로 생성된 CO2의 양을 추정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이온이 많고 적음에 따라서 온도에 따라서 pH가 달라지므로 알칼리도를 측정하는데 이런 변수들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CO32- + H+ HCO3-
HCO3- + H+ H2CO3

H2CO3 + OH- HCO3- + H2O
HCO3- + OH- CO32- + H2O

음용수와 몸의 pH

우리 몸에 있는 각종 장기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산성 혹은 염기성을 띤다. 예를 들어서 위에서는 pH가 거의 1.0에 달하는 강한 산성을 띤 분비물을, 십이지장에서는 염기성을 띤 분비물을 방출한다. 그렇지만 혈액은 pH가 7.4로 유지되는 완충용액이며, 장의 pH도 거의 중성인 7에 가깝다. 완충용액은 산 혹은 염기를 첨가해도 본래의 pH가 거의 변하지 않는 용액을 말한다. 혈액의 pH가 7.4에서 0.05만 높거나 혹은 낮아도 몸은 심한 충격을 겪고 심하면 목숨도 잃는다. 그렇지만 혈액의 완충작용이 매우 좋아서 pH가 2.5나 되는 콜라도 한꺼번에 몇 캔씩 마셔도 끄떡없다. 알칼리 수라고 주장하며 판매되는 pH가 8.3 정도 되는 물은 염기성이다. pH가 7 이상 이므로 화학적으로는 알칼리 수라고 말할 수 있으나, 정부에서 제시하는 기준(pH 8.5이상 10.0 미만인 알칼리 이온수)의 범위에서는 벗어나 있다. 즉, 이 물은 화학적으로는 알칼리 수이지만 법적으로는 보통 물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먹는 물의 pH 기준은 5.8이상 8.5이하이다.
이 범위의 물은 화학적으로 산성이던 염기성이던 보통 물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Gettyimage>

염기 성질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이온으로 수산화이온(OH-)을 꼽는다. 그런데 이 정도 pH를 지닌 알칼리 수에 포함된 수산화기(OH-)의 농도는 위산에 포함된 수소이온(H+)의 농도에 비하면 정말로 형편없이 작다. 정확한 계산은 생략하지만 대략 위산 1L에 포함된 수소이온과 pH 8.3의 염기성 물 1L에 포함된 수산화기의 비는 약 50000:1 이다. 만약에 알칼리 수의 pH가 9.5이라면 그 비는 약 3162:1 이 된다. 잘 알고 있듯이 수소이온과 수산화이온이 반응하면 물이 된다. 다시 말해서 마시는 알칼리 수에 포함된 수산화기는 효과를 내기도 전에 물로 변환될 것이다. 그러므로 위에서 수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수소이온을 중화시키고도 여분으로 수산화이온이 남아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알칼리 수를 마셔야 되는지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 위산의 구성 성분 모두가 HCl은 아니지만 위의 분비물이 하루 1-3 리터 정도가 되는 것을 고려하면 알칼리 수를 적당히 마셔 가지고는 소위 말하는 “알칼리 효과”를 전혀 볼 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과학적이다. 소화 기능에 문제가 없는 경우 위산은 십이지장으로 흘러 내려간다. 십이지장에서는 위산을 중화할 수 있는 염기성 물질인 중탄산소듐(NaHCO3)이 배출되어 중화되므로 낮은 pH의 위산이 직접 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주고, 그래서 장의 pH를 중성으로 유지해 준다. 만약에 알칼리 수를 많이 마신다면 위산을 묽히는 효과는 있을 것이지만 위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위로 흡수되는 음식에 묻어있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알칼리 수를 마셔 오히려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홈페이지 자료. 알칼리 이온수는 4가지 위장증상(만성설사, 소화불량, 위장 내 이상발효, 위산과다) 개선에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표시되어 있다. 또한 ‘체질개선.아토피에 좋다’ ‘많이 마셔도 전혀 해롭지 않다’ 등 사용목적 이외의 허위광고에 속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청>

알킬리수, 과학적 근거는?

알칼리이온수를 비롯 물을 둘러싼 각종 오해와 진실 게임이 계속되는 것은 물에 대한 과학적 해석과 정보보다는 유사과학이 판치는 사회가 만들어낸 슬픈 단상이다. 또한 건강에 미치는 물의 영향이 워낙 복잡하고 종합적이기 때문에 과학적 분석만으로 알 수 없는 점도 유사과학이 활보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알칼리 수가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제시한 4가지 위장증상 개선을 제외한다면, 건강에 좋다고 믿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속한 것이지, 과학적 근거는 없다. 반대로 알칼리 수를 마시지 않는다고 건강이 나빠진다는 근거도 없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을 줄 것이며,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발행201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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