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커피와 카페인

나 그 네 2012. 12. 28. 13:15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울 거리에는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겨났다. 2011년도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이 1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하루에 일인당 1.4잔 이라고 하니 커피 전문점 수의 급격한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인스턴트 커피(봉지 커피)의 비중이 크지만, 사람들의 커피에 대한 입맛이 점점 세분화되는 경향도 커피 전문점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커피의 약 40%는 세계 제 2위의 커피 생산국 베트남에서 수입된다(참고:국가별커피생산량). 커피에 포함된 화학물질에 대해 알아보자.

2011년 기준으로 15세 이상의 한국인은 일평균 1.4잔의 커피를 마신다. <출처: Gettyimage>

커피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볶은 커피에는 수백 종류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커피에 약 1000 종류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을 정도다. 커피의 향, 색, 맛은 이들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조화를 이루어 형성된 종합 예술품이다. 그 중에서 몇 십 종류를 골라서 실험을 해 보았더니, 약 20 여 종류의 물질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암을 유발했다. 발암 여부를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실 이들 물질들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볶은 커피에는 수백 종류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출처: Gettyimage>


커피에 대한 뉴스도 어떤 때는 몸에 좋은 것으로 혹은 어떤 때는 몸에 나쁜 것으로 발표되고 있어서 여간 혼란스럽지 않다. 사실 커피에는 벤젠, 스타이렌, 포름알데히드(폼알데하이드) 등과 같이 유해물질로 이미 잘 알려진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유해 물질은 매우 소량이고, 휘발성이므로 커피를 끓일 때 증발되므로 걱정을 덜 해도 될 것이다. 커피가 자연 식품이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예전에 벌써 커피 추방운동이 벌어졌을 것이다. 커피에는 또 카페스톨과 카웰이라는 화학물질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물질은 커피의 기름 성분에 녹아 있고, 종이 필터로 걸러진다. 한 잔에 포함된 이들 화학물질의 양은 많지 않지만 커피를 하루에 5-6잔 이상 마시는 커피 마니아들은 본인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한번쯤 고려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커피에는 몸에 좋다고 알려진 각종 폴리페놀(polyphenol)이 포함되어 있다. 폴리페놀은 항산화 성분으로 암을 예방하고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화학물질이다. 또한 커피에 많이 들어 있다는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도 폴리페놀의 한 종류이며, 시험관에서(in vitro)에서 항산화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이다. 커피 혹은 음식을 통해서 섭취한 클로로겐산 중 일부는 작은 창자에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스며든다. 따라서 커피를 마시면 항산화 물질을 섭취하게 되고, 혈액의 질을 높여서 심장질환을 감소시키는데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또한 클로로겐산은 당뇨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화학물질로 알려졌다. 커피를 하루에 1-3잔 마시는 것은 오히려 심혈관 질환 혹은 염증과 관련된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 연구결과를 놓고 보면 각자의 식습관과 체질에 맞추어 커피를 즐기는 것은 무리가 없을 듯싶다.

커피에 포함된 대표적인 화학물질, 카페인

그러나, 커피하면 바로 연상되는 화학물질은 아마도 카페인(caffeine, C8H10N4O2)일 것이다. 대략 한잔(약 200 밀리리터 기준)의 커피에는 카페인이 약 50-150 밀리그램 정도 들어 있다. 카페인은 중추 신경에 자극을 주는 물질로 일시적으로 졸음을 없애주기도 하고, 긴장감을 유발하여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장시간 회의가 진행될 때 중간에 인기 있는 음료가 커피인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카페인의 분자구조.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졸음을 쫓는 효과가 있다. <출처: Gettyimage>

카페인은 두통약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작용도 한다. 그래서 많은 두통약에는 카페인이 소량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은 두통약을 찾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인간에게 특별한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많은 양의 카페인은 오히려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니 자기 몸에 맞는 양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카페인의 치사량은 약 10 그램 정도로, 커피 약 70-100 잔 정도에 들어있는 양이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체내에서 카페인이 조금씩 분해되므로 커피의 카페인으로 인해서 사망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카페인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자극성이 있는 물질이다. 개, 고양이, 말, 조류는 카페인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에게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 혹은 식품을 주는 것은 주인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약 60여종의 식물에서 카페인을 추출할 수 있다. 식물들은 해충 혹은 균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자신의 보호를 위해 카페인을 분출한다.

거미에게서 나타난 카페인의 효과. 카페인에 자극 받은 거미(우측)는 거미집을 잘 짓지 못한다.

카페인은 간에서 분해된다

카페인은 간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효소(cytochrome p450 oxidase)는 카페인을 3 종류(paraxanthine, theobromine, theophylline)의 물질로 변환시켜 준다. 카페인 분자 구조에는 3개의 메틸기(CH3-)가 있는데, 변환된 분자들은 3개의 메틸기 중 어느 한 개가 없어진 구조를 하고 있다. 카페인이 변환된 화학물질들은 지방을 분해하는 것을 도와주고,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장 박동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커피를 마신 후에 약간의 흥분과 긴장감은 카페인과 카페인의 대사 산물이 만들어 내는 조화이다. 카페인에서 3개의 메틸기가 모두 없어진 분자, 크산틴(xanthine)이 되면 소변을 통해서 배출된다.

커피와 흡연자, 그리고 임신

카페인이 몸에서 분해되는 정도는 건강, 연령, 남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카페인도 다른 화학물질처럼 체내에서 분해되어 더 이상 쓸모 없어지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분해되는 시간과 효능도 개인차가 많지만 대략 3-4시간 정도 지속된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약 3-4시간이 지나면 한잔 더 마시고 싶은 것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약 12시간이 지나면 카페인의 약 90 퍼센트 정도는 배출된다. 재미난 사실은 흡연자들이 커피를 더 자주 마신다는 것이다. 그것은 흡연자의 간에는 카페인 분해효소가 더 많이 생성되어 카페인의 반감기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임산부의 경우에는 반대로 대사 속도가 느려 카페인의 반감기가 더 길어진다고 한다. 커피가 철분부족을 유도하는 원인도 된다고 하므로 임신 중에는 삼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발행일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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