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읍에서 남쪽으로 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녹차밭으로 유명한 대한다원이 나온다. 매년 다향제가 열리는 곳도 이곳이다. 다시 남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언덕, 봇재를 넘으면 바로 영천리 도강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4대째 살아온 이전행 할아버지(78)에 따르면 도강마을은 가끔 호랑이도 출몰하는 첩첩산중이었다. "여그서 보성 가려면 산길을 넘었제, 봇재라고, 나가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재를 넘는데 호랭이를 만났어. 호랭이가 사람을 보내주는 호랭이가 있고 해치는 호랭이가 있어. 그란데 가만가만 오니까 내가 인자 잠방잠방 갔단 말이여. 근데 요놈이 금새 와서 앞에 앉아있고, 또 금새 와서 앞에 앉아 있는 거제. 그것이 내를 인제 해치지 않고 보내준 거시여." 할아버지는 60년 전 이야기를 해주시며 마을의 차 재배에 대해서도 말씀을 이어갔다. "옛날에는 전부 농사지었지. 일부는 저기 바닷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근데 1968년부턴가 요 옆에 다원에서 차 재배를 배워다가 산을 깎아서 밭을 만들었제. 그것이 요로코롬 된 거랑께." 할아버지의 얘기에 따르면 지금의 대한다원은 진득골, 다향제를 하는 곳은 텃골, 거기서 봇재를 넘어 남쪽으로 오면 이곳 도강마을이라고 했다. 지금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차를 재배한다. 산등성이마다 가득한 차밭은 보성 녹차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풍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