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중국의 조주공부차(潮州功夫茶)

나 그 네 2013. 1. 9. 18:30

40, 50대들에게는 누구나 홍콩영화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70~90년대 홍콩 영화의 진수는 쿵후[功夫]였다. 쌍절곤을 들고 “아뵤”를 외치던 현란한 몸짓의 이소룡(李小龍)을 모르는 이 없고, 무술의 세계를 코믹하게 그려낸 <취권>의 성룡, 그리고 정통 중국무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황비홍>의 이연걸까지 이들의 실감나는 쿵후 동작은 남녀노소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무술이라고 알고 있는 쿵후는 알고 보면 중국어에서는 무술과 상관없는 말로, 단지 ‘숙련된 기술, 솜씨, 재주’라는 뜻이다. 따라서 정확한 의미의 쿵후는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익힌 숙련된 기술의 무술을 의미하는 것이다. 차에도 이러한 쿵후의 세계가 있다. 이를 쿵후차(功夫茶, 이하 공부차)라고 하는데, 차를 이용한 무술이 아니라 차를 우리는 숙련된 기술을 말한다. 공부차는 차를 우리는 기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차를 우리는 행위와 순서, 차를 우리는 도구 및 차를 맛보는 기술까지의 모든 과정이 반드시 정성스러워야 한다.

공부차는 송나라 때 기원하여, 복건(福建)의 남쪽 장주(漳州)와 천주(泉州), 광동(廣東)의 조주(潮州), 대만에서 가장 성행하였다. [청조야사대관(淸朝野史大觀)]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차를 우리는 방법을 중요시한다. 복건의 정(汀), 장(漳), 천(泉) 삼부(三府)와 광동 조주의 공부차를 최고로 여긴다”고 하였다. 복건 사람들은 철관음(鐵觀音), 광동사람들은 봉황단총(鳳凰單從), 대만사람들은 동정우롱차(凍頂烏龍茶)를 주로 마시며 그들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공부차를 우려낸다.

차로 아침을 깨우는 광동 사람들

광동 사람들은 하루의 시작을 차와 함께 할 정도로 차를 사랑한다. 광동은 상업이 발달한 지역인 만큼 차 시장과 차 관련 산업 또한 발전하여 눈부신 차 문화를 이끌었다. 특히 광동의 동북부에 위치한 조주는 일찍부터 차 문화가 발전한 곳이다. <출처: gettyimages>

특히 차가 없으면 하루도 살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광동 사람들이다. 차를 모르는 사람도 광동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모양도 예쁘고 종류도 다양한 딤섬이다. 광동 사람들은 새벽에 일어나 무작정 다관(茶館: 차를 사서 마실 수 있는 찻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그리고 한 잔의 차에 두 가지의 딤섬을 곁들이는 ‘일충량건(一盅兩件)’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즉, 차로 아침을 깨우는 것이다. 이들은 차를 ‘차미(茶米)’라고 하는데, 차가 생명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쌀과 같다’라는 의미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의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는 말이 그들에게는 ‘일일불음다 구중생형극(一日不飮茶 口中生荊棘)’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이러한 광동인들의 또 다른 독특한 차문화가 바로 조주공부차(潮州工夫茶)이다. 광동의 동북부에 위치한 조주(潮州)는 우롱차의 고장 복건성과 맞닿아 예부터 일찍이 차 문화가 발전한 곳이다. 조주인들은 차와 다구의 선택, 포다(泡茶: 차를 우림), 차의 품평 및 주변 환경 등 차를 우릴 때의 모든 과정을 소중히 여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포다법과 다구의 선택이다. 옹휘동(翁辉東)의 [조주다경(潮州茶經)]에 의하면 “공부차의 특별한 점은 차의 본질에 있는 것이 아니고, 훌륭한 다구와 유유한 심정으로 안일한 흥취를 가져다주는 차를 우리는 방법에 있다”고 하였다.

공부차의 다구는 매우 정교하고 아담하게 제작되어 있다. 한 벌 다구의 종류에는 보통 그 쓰임과 정교함에 따라 ‘십이보1)(十二寶)’, ‘팔보(八寶)’, ‘사보(四寶)’로 나뉜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사보로 다음과 같다.

1. 하얀 흙의 작은 질그릇 탕관(白泥小砂鍋: 예전에는 ‘砂銑(xi)銚(tiao)’이라 불리고 아명으로는 ‘玉書碨(wei)’이다).
질그릇 재질의 물을 끓이는 주전자이다. 명나라 도륭(屠隆)의 [다설(茶說)]에 따르면 "도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요(銚)로, 좋은 것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차맛이 새어나갈 수 있으므로 뚜껑이 느슨해서는 안 된다. 처음 사용할 때에는 쌀뜨물로 한두 차례 끓여 낸 뒤 흙냄새를 제거한다. 오래 쓸수록 물의 맛이 좋아진다."라고 하였다.

2. 붉은 흙 화로(紅泥火爐), 풍로(風爐), 홍로(烘爐)
높이가 16~18cm것과 약 60cm 정도 긴 다리의 화로가 있다. 올리브열매 탄과 같이 연기와 냄새가 없는 숯을 이용해 불을 지핀다.

3. 의흥 자사 소차호(宜興紫砂小茶壺) 혹은 조주산 풍계주니호(楓溪朱泥壺)
일명 ‘충관(冲罐)’ 혹은 ‘소관(蘇罐)’이라고 한다. 작고, 깊이가 얕은 모양의 차호를 사람의 수에 따라 선택한다. 뚜껑을 열고 호를 뒤집어, 뚜껑이 맞닿는 부분, 호의 주둥이, 손잡이 윗부분이 모두 평행을 이루어 일직선이 되어야 한다. 이를 “삼산제(三山齊)” 라 한다.

4. 백자 작은 찻잔(白瓷小茶杯, 경덕진 청화 瓷若琛(chen)杯, 楓溪白令杯).
색은 하얗고 감촉이 옥과 같아 ‘백옥배(白玉杯)’라 한다. 백옥배는 ‘작고(小), 얕고(淺), 얇고(薄), 하얗고(白), 둥근(圓)’ 다섯 가지 특징을 갖추어야 한다.

* 괄호 안의 알파벳은 중국어의 발음과 달리 조주공부차에서만 독특하게 불리는 발음이다.

조주공부차 포다법

조주공부차는 차(茶), 물(水), 불(火), 도구(具)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첫째, 차와 물을 선택한다(選水)
조주공부차는 차의 종류에 대한 선정이 까다롭지 않지만 조주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봉황단총차가 적합하다. 예부터 물은 산속의 물이 으뜸이라 하였으나 현대에는 시판용 생수를 이용하면 좋다.

둘째, 불을 살핀다(活火)
풍로에 불을 살펴 질그릇 탕관에 물을 끓인다. 조주 사람들은 불을 지피는 숯을 중요시 여기는데 소나무 숯, 땔나무, 석탄과 같이 냄새와 연기가 있는 숯은 차의 맛에 영향을 주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숯의 불꽃은 너무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아야 한다. 올리브 열매로 만든 탄을 이용하면 좋다.

셋째, 다구를 준비한다
다구가 깨끗한지 확인하고 차를 우릴 준비를 한다.

넷째, 차를 준비한다

화로에 담긴 숯의 연기가 회백색일 때 양손으로 종이 가장자리를 잡고 화로 위에 올린다. 잠시 후 위, 아래로 가볍게 흔들어 차를 불에 살짝 건조하면서 차의 향이 올바른지를 판단한다. 향이 옳다고 판단되면 한 손으로 종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 차를 뒤집는다. 다시 맑은 향이 올라오면 차를 넣을 준비가 끝난 것이다.

왼손으로 종이를 잡고, 오른손 검지를 이용하여 거친 차와 차가루를 구분한다. 가장 거친 차는 차호의 바닥과 차호의 주둥이 가까이 놓고, 이어 차가루와 가는 찻잎을 중간에 놓는다. 그 다음으로 거친 찻잎은 윗면에 놓는다. 차가루는 빨리 우러나 차맛을 쓰고 떫게 만들고 다관 주둥이를 막아 찻물이 잘 따라지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이처럼 차의 배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차의 양은 차호의 약 70~80%가 적당하다. 특히 쓴맛이 강한 봉황단총차는 너무 많은 양을 넣으면 마시기 힘들 정도로 쓰고 떫어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섯째, 물을 살핀다(候湯)

질그릇 탕관의 뚜껑이 가볍게 딸그락 걸릴 때가 바로 물이 적당히 끓은 때이다. 이 물을 이용해 차호와 잔을 적신다.

여섯째, 세차(洗茶)한다
적당히 끓은 물을 차호 가장자리에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게 붓는다. 만약 차가루가 많은 가운데에 붓거나, 너무 높은 곳에서 물을 부으면 차호 안에서 거친 차와 차가루가 서로 뒤섞여 차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심한다. 이 물은 바로 따라 버린다. 세차의 첫 번째 목적은 건조되어 있는 차를 적셔 다음에 우리는 차가 맛있게 우러나게 하기 위해서이고, 차의 먼지를 씻어주는 것은 그 다음이다.

일곱째, 충점(沖點)한다
충점은 탕관의 물줄기를 차호의 가장자리부터 시작하여 안쪽으로 옮겨가며 물을 붓는 방법이다. 이때에도 호 중간에 바로 물을 붓지 않도록 한다. 충점은 숙련된 솜씨로 물줄기가 끊어져서는 안 된다. 탕관과 차호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탕관의 물의 기운이 차호 바닥까지 스며들어 차거품이 떠오르도록 한다.

여덟째, 거품을 걷어낸다(刮沫)

첫째, 둘째손가락으로 차호의 뚜껑을 잡고 호 입구 테두리를 따라 수평방향으로 가볍게 걷어낸다. 거품이 다점(茶墊: 차호받침)으로 떨어지면 돌려서 뚜껑을 닫는다.

아홉째, 차호를 적신다(淋罐)
뚜껑을 덮은 후 차호에 물을 부어준다. 차호 주의의 거품을 제거하고, 차탕의 온도를 유지하며, 차호 안의 향이 충만할 수 있도록 한다.

열째, 잔을 데운다(燙杯)
탕관의 물을 이용하여 잔 중심에 직접 끓는 물을 붓는다. 이어 탕관에 물을 보충한다. 첫째 잔(자신과 가장 가깝게 있는 잔)을 들어 두 번째 잔에 90도 각도로 놓고 엄지, 검지, 중지를 이용해 잔의 가장자리 부분이 모두 물에 적셔질 수 있도록 돌려준다. 이를 ‘곤배(滚杯)’라고 한다. 이처럼 잔과 차호를 데우는 가장 큰 이유는 향이 잘 발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열한째, 차를 따른다(灑茶)

숙련된 솜씨로 앞의 과정을 마친 후 차를 따르면 그때가 바로 가장 적당한 때이다. 차를 따를 때에는 4가지의 원칙이 있다.
*저(低): 낮게 차탕을 따라야 향이 흩어지지 않는다.
*쾌(快): 빠른 속도로 따라야 향이 흩어지지 않고 열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
*균(均): 각 잔의 차탕의 농도와 양이 균일해야 한다. 손님의 존귀가 없음을 표현한다. 마치 관공이 성을 순회하는 것처럼 차탕을 적당한 속도로 돌려가며 찻잔에 따라내는 관공순성(關公巡城), 남아있는 한 방울 한 방울의 차를 점을 찍듯 찻잔에 따라내어 찻잔의 농도를 맞추는 한신점병(韓信点兵)을 사용한다.
*진(盡): 차탕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끝까지 따라낸다. 남아있는 차탕이 다음 번 차의 맛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열두째, 품차(品茶)한다
차가 다 우려지기를 기다려 주객은 겸손하게 사양한 후 어른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먼저 권한다. 차를 마실 때에는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가장자리의 차를 직접 가져다가 마신다. 중간의 차는 마지막 사람이 마신다. 만약 가장자리에 차가 있는데 중간 것부터 가져다 마시면 참석한 모든 사람에 대한 실례이다. 찻잔을 가져와 찻잔 밑의 차를 닦지 않고 차를 마신 후 찻잔은 소리가 나지 않게 가볍게 내려놓는다. 한 번에 한 잔의 차를 모두 마신다. 모든 사람이 다 마신 후에야 비로소 두 번째 차를 마실 수 있다. 만약 중간에 손님이 들어올 경우에는 마시던 차를 버리고 다시 새로 우려낸다. 이것은 오신 손님에 대한 환영의 표현이다.

조주공부차를 통해 도를 체득하다

한잔의 조주공부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최소 30여 분을 기다려야 한다. 혹여 이러한 과정이 힘들고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경험해보면 조주공부차의 맛과 멋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팽다법을 중시하는 조주공부차는 단지 기교로만 끝나지 않는다. 작고 정교한 다구, 질그릇 탕관에게 애교스럽게 딸그락 거리며 대화를 시도하는 물, 소리 없이 붉게 타오르는 숯불, 다관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분출시키는 찻물 그리고 이들을 자유자재로 구슬리는 풍로현장(風爐縣長: 광동에서 차를 우리는 주인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말)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하나가 되어 나오는 작은 찻잔 속 한 모금의 차는 그 동안의 기다림을 보상받기에 손색이 없다. 조주공부차의 깊은 맛과 향은 강하고 오래 지속되며 심신이 편안해지면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기하게도 이 세상이 더욱 또렷해지는 선명함에 감탄하게 된다. 이것이 공부차의 진미(眞味)이자 진묘(珍妙)이다.

장자는 기교가 어느 경지에 이르게 되면 손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심물합일(心物合一)을 경험하고 나아가 도(道)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조주공부차를 우리면서 차, 물, 불, 다구를 정성스럽게 다루는 손길이 마음과 하나가 된다면, 이는 단순히 기교가 아닌 도의 체현이라 할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조주공부차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이다.

글/사진
장정현
“차 한잔을 손에 들고 입에 머금어 두 눈을 감고 마시는 순간 나는 차가 된다.” 중국 절강대학교에서 茶學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원광대학교에서 차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차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 및 저술활동에 힘쓰고 있으며, 현재 인사동에서 차품평 강의 및 차에 관한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발행2012.09.04.

주석

1십이보(十二寶)
십이보(十二寶) : 다호(茶壺), 다반(茶盤), 다배(茶杯: 찻잔), 다점(茶墊), 다세(茶洗), 수병(水甁), 욕강(容缸), 수발(水鉢), 홍니화로(紅泥火爐), 사요(砂姚), 다담(茶擔), 깃털부채(羽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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