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로서 그는 전통적인 장인과 닮았다. “모든 동물은 제 손으로 집을 지어요. 아주 중요한 사실이죠.” 그는 만들어내는 행위를 하기 위해 건축을 택했다. “어릴 적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꼭 건축을 떠올린 건 아니었지만 막연히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직업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지남철, 찰흙, 커다란 나무 기둥 같은 물건들에 눈을 떼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텍토닉’이 아니었던가 해요. 테크니컬이 주는 아름다움이죠.”
지금도 그의 사무실 곳곳에는 막 철거된 한옥에서 가져온 기둥이나 문, 커다란 석곽이나 쇳덩어리들이 놓여 있다. 그의 수집품은 고가구 가게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상은 재료 자체가 지닌 솔직한 물성(物性)에 더 관심이 많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도예하던 친구를 따라 벽제 가마터를 찾아가 도예를 배웠던 것도 그 때문이다. “흙을 빚으며 그 성질을 배웠어요.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가 서울에 내려왔는데, 막 지어진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사진과 도면, 모형을 선보인 전시를 보게 되었죠.” 그는 그 길로 건축을 공부하기로 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