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기 마련이죠. 꽃무늬 벽지로 장식된 방 안에 사진 액자가 걸리고, 탁자가 등장하고, 카펫이 깔리고, 천정에 샹들리에가 설치되는가 싶더니, 무대 전체가 반 바퀴 회전하면서 아스팔트 도로와 보도블록이 깔리고, 신호등과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세워지거든요. 세 번째 장면인 <농촌 풍경>에서는 흙 길이 깔리고 논바닥 모양의 천과 벼 모양의 소품으로 가을 논이 펼쳐지니까요. 심지어 마지막 엔딩도 작업자가 제작진과 출연진의 이름이 적힌 크레딧 라인을 직접 위로 올리는 식이었거든요. 이 모든 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실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영화와 달리 모든 게 가짜라고 당당히 선언하는, 심지어 가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정연두의 영상은 그 어떤 시대보다도 영상에 친숙하다는 오늘날 관객들의 고정관념에 생각거리를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진실과 거짓. 지금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이 모든 것들의 진의를 의심하게 만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