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지역성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죠. 한국에선 사실 몇 개의 도시를 제외하고 대부분 전통적인 의미의 지역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지역성이란 그 지역만의 형태나 구법(構法), 지역에서 생산되는 독특한 재료로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네 소도시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낼 어떤 기반도 없었다. 전통과 단절한 급격한 근대화의 결과다. “다른 것과 구별되는 차이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그 지역이기 때문에 남다른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해야 하죠.” 그는 지역성을 하나의 추상적인 전제나 건축양식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삶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 지역의 지형, 오랜 시간이 쌓인 도시의 구조, 도시의 변화 과정과 주민들의 삶의 방식이 바탕이 된 것이다.
고성군, 포항시 남구, 옥천군, 홍천군, 강화군, 당진군 등 매해 진행한 20여 개(보건지소까지 40여 개)의 보건소 프로젝트는2007년 정선보건소를 마지막으로 12년의 대장정을 마쳤다. 자칫 문화공간의 소외지역이 될 수 있는 지방 소도시에 대한 한 건축가의 애정 어린 기록이다. “주민들의 긍지가 대단했어요. ‘호텔보다 멋지다’고 하더군요. 비싼 재료를 써서가 아니라 공간이 차별화되니까요. 시장님이나 국회의원들도 오시면 질투를 했어요. 보건소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거냐고(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