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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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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교수에게 물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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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에 자양분이 된 숨겨진 습관(secret habit)은?
- 일이 잘 안되고 힘들 때에는 혼자 웃곤 한다. 마음이 정화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무슨 일을 해도 먼저 좋은 면과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려고 노력한다. 상대를 대할 때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내가 저 사람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하고 판단할까’를 먼저 생각한다.
- 2
- 내게 힘을 주는 경구나 명언은?
-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주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기본’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면 아찔할 것이다. 경험은 헤아릴 수 없는 값을 치러낸 소중한 ‘보물’이다. 기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렵고 주목 받는 새 수술 기법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자칫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 3
-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극복하는지?
- 상황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빨리 ‘인정’한다. 또 운동을 통해 꾸준히 체력을 관리한 것이 삶의 활력이 되는 것 같다. 테니스나 골프, 사이클, 등산, 스키 등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기 때문에 슬럼프를 잘 느끼지 않는 편이다.
- 4
- 스무 살 때와 지금 내가 달라진 점은?
- 20대에서는 내 위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선후배, 친구, 환자와 가족 등 상대의 처지를 헤아리는 식으로 바뀐 것 같다. 이 때문에 어떤 문제라도 한결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
- 5
- 내가 겪은 가장 아픈 실수와 교훈을 들려준다면?
- 조교수 시절 의욕이 앞서 환자의 전반적 상태나 경제적 환경을 철두철미하게 따지지 않고 간 이식 수술을 강하게 권한 적이 있다. 간 이식을 받으면 환자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으로 믿었지만 환자의 전반적 상태가 원체 나빴다. 수술은 잘 했다고 생각했지만 환자는 얼마 견디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환자 보호자는 가족을 잃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을 맞게 됐다. 의사로서 환자뿐 아니라 가족도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한 가지 치료를 고집하기 보다는 여러 해결책을 함께 고려하는 계기가 됐다.
- 6
-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 스승이자 지도교수인 박용현 명예교수다. 의사로서 갖춰야 할 많은 소양 중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은 정직함과 솔직함이라고 생각하는데 박 명예교수는 매사에 투명하다. 누구를 대할 때에도 위선이 없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성품으로 외과의사 이전에 인간적으로 존경한다.
- 7
-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 간암이 상당히 진행됐고 복강 내의 림프절에 전이가 돼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가 왔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간 기증을 강력히 원해 간 이식을 시행했는데 ‘기적’처럼 상태가 호전됐다. 환자는 지금 3년 이상 건강하게 살고 있고, 아들도 건강하게 일류대학에 다니고 있다.
- 8
- 나의 라이벌은?
- 내가 가르친 청출어람의 후배들을 라이벌로 생각한다. 국립암센터의 이광웅, 김성훈 박사, 삼성서울병원의 권준혁 박사, 건국대병원의 장성환, 이해원 박사 등이다.
- 9
- 의사를 선택한 계기는?
- 어린 시절 내과의사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의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10
- 외과의사, 이것만은 갖춰야 한다는 자질이 있다면?
- 아무리 인간성이 좋아도 수술을 제대로 못하면 좋은 외과의사가 아니다. 꾸준히 공부해 정확한 의료지식을 갖춰야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또 장인정신으로 무장하고 꾸준히 노력해 고도의 테크닉을 갖춰야 한다. 자부심과 체력은 기본이다.
- 11
- 이 직업 정말 잘 선택했구나 싶었던 때는?
- 죽음의 문턱에 있었던 환자들이 간을 이식 받고 건강을 회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거나 사회적인 활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때다. 건강한 모습의 해외 여행 사진과 엽서를 받을 때에도 잔잔한 감동과 함께 보람을 느낀다.
- 12
- 같이 일을 하며 내게 믿음을 주는 사람(선후배/동료)은?
- 이남준 교수는 이화여대 출신의 여의사인데, 전임의 때부터 나와 함께 간이식을 하고 있다. 간 이식수술은 응급수술이 많은데다 10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남자도 힘겨워하지만 묵묵히 수술장을 지키고 있다. 팀원들도 잘 이끌고 융화시켜 자랑스럽다.
- 13
- 다시 스무 살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은?
- 다시 태어나도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그만큼 지금 일에 보람을 느끼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 14
- 앞으로 꼭 해내고 싶은 희망이 있다면?
- 간세포암의 치료성적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장기기증이 활성화돼 간을 찾아 외국을 떠도는 사람이 없어지고 생체기증도 감소한 상태에서 많은 말기 간질환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기를 꿈꾼다. 많은 제자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간 수술 의사가 돼 내가 할 일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그런 날이 오면 산골이나 섬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시골에서 조용히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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