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의 취미는
응(鷹, 매사냥)·
마(馬, 말 달리기)·
주(酒, 술 마시기)·
색(色, 풍류)·
난(蘭, 난치기)·
석(石, 돌 만지기)으로 등 6가지였다.
20대는 말 타고 매사냥하면서 바람(風) 맞는 것을 즐기고,
30대는 주광청광(酒狂淸狂, 술에 미치고 자연에 취하다)으로,
술에 취할 줄 알고 자연에 취해 진정한 멋이 무엇인지 알아 도에 통달한 군자(君子)가 돼야 하고,
40대는 우아하고 멋스러운 정취(情趣)인 풍류(風流)로, 바람 불고 물 흐르듯이 자연의 이치에 맞게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하고,
50대는 문향십리(聞香十里)로, 설중(雪中)에 난향(蘭香)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고,
60대는 한국 특유의 전통으로 산수미를 음미할 수 있는 애석(愛石) 기풍을 지녀야 한다.
요즈음 오토바이 사고로 숨졌다는 뉴스를 보면서 風을 생각해 본다. 온 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달려보면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화랑도(花郞徒)를 달리 풍류도(風流徒)라고 부른다. 풍류도는 우주·신·자연·인간이 한데 어우러진 유기체 상태로 조화와 화합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조화 지향과 자연친화적인 한국 고유의 사상체계다. 즉, 신라 화랑도 정신을 풍류도라고 불렀던 이유는 바람이 지니는 자유정신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람맞이를 말 대신 오토바이를 이용하고 있다. 조선 선비의 풍류는 간 곳 없고 산업화와 기계화에 예속돼 속도전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모습을 오토바이 사고를 통해 보고 있는 것이다. 기계의 빠름이 자연의 속도를 앞지른 풍경과 현상에 내재한 폭력의 상처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오토바이에 달린 개줄에 끌리어
/ 개 한 마리/ 오토바이 따라 달려간다.
/ 두 바퀴와 네 다리가 조금이라도 엇갈리면
/ 개줄은 가차없이 팽팽해지고
/ 그때마다 개다리는 바퀴처럼 땅에 붙어서 간다.
/……
/ 사정없이 목을 잡아당기는 개줄에 저항하면
/ 네 다리는 갑자기 하나가 되어
/ 스파크를 일으키며 아스팔트에 끌린다.
/ 아무리 달려도 서 있을 때처럼 조용한 바퀴 옆에서
/심장과 허파를 다해 헐떡거리는 다리.
/ 오토바이 굉음소리에 빨려들어가는 헐떡거림.
/ 아무리 있는 힘을 다해 종종거려도
/ 도저히 둥글어지지 않는 네 개의 막대기.
/ 느슨해지자마자 팽팽해지는 개줄.
- 김기택, 「오토바이와 개」 전문
「오토바이와 개」에서 風의 풍류(風流)를 찾아볼 수 없다. 속도와 자본과 욕망의 상징인 바퀴는 현대문명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풍류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을 뒤집어엎어 놓고 있다.
‘속도-팽팽-저항-굉음-팽팽’으로 이어지는 탐욕과 비명횡사, 끔찍한 죽음에 대한 전시와 폭로만이 보인다.
雪中에 蘭香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던 선인들의 지혜는 새로운 출구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풍류도는 자연 친화의 성격을 가진 우리 고유의 세계관이다. 인류문화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선인들의 취미생활은 놀이하는 인간으로 규정되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라고 본다. 풍류도를 수행정신으로 삼아 주광청광(酒狂淸狂)하여 문향십리(聞香十里)의 안목이 키워진다면 인간성 상실과 인간성 파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조순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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