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daily/위대한 인물

한완상 前부총리 -힘으로 이기려하면 상처… 우아하게 진다면 상생

나 그 네 2010. 1. 23. 12:29

"힘으로 이기려하면 상처… 우아하게 진다면 상생"

좌담·인터뷰 엮어 '우아한 패배' 출간 한 완 상 前 부총리

 

"21세기의 리더는 무지개 색깔처럼 다원적인 사회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하면서 상대의 입장에서 자기를 볼 수 있는 덕목을 갖춰야만 합니다."

지난 15년간의 수많은 좌담과 인터뷰를 엮어 '우아한 패배(김영사 펴냄)'를 출간한 한완상(73) 전 부총리는 16일 "정보화 시대인 21세기를 이끌어갈 지도자는 흑백ㆍ선악 등 이분법적인 논리로 세상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기 위해 한 전 부총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논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분법적인 논리는 선과 악으로 세상을 갈라놓고 자신은 선의 입장이라고 여기고 상대를 공격하게 되죠. 역지사지를 해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춘다면 세상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더 커지겠지요." 우아한 패배도 역자사지 논리에서 출발한다. 힘으로 이기려 하면 서로가 긴장하고 상처가 나지만 우아하게 진다면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책은 지난 1993년 문민정부 부총리 시절부터 2009년 5월까지의 인터뷰 중 민주주의 실현과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그의 신념과 올곧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을 선정, 시대별로 정리했다. 진보적 언론들과의 인터뷰는 물론 1993년 조갑재 당시 월간조선 부장, 김종심 신동아 부장 등 보수진영과의 대담 등을 곁들여 좌우의 균형을 맞췄다.
이익을 위해 신념을 종잇장처럼 내던지는 요즘 정치인들의 행동과 비교되는 곧은 그의 정신과 사상이 굵은 물줄기처럼 흐른다. 가장 인상적인 인터뷰를 묻자 그는 "여러 각도로 비판하기 위해 치밀하게 연구해온 조갑재씨와의 5시간에 가까운 인터뷰가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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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보수진영의 왜곡된 비판에 관련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속 시원히 말할 수 없었던 그때의 심경을 그는 각주에 담아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는 "1990년대 초 국무위원으로 있으면서 누릴 수 있었던 '말하지 않는 자유'는 정말 괴로운 자유"라며 "인터뷰에서 밝히지 못했던 후일담을 곁들였다"고 말했다.

11월 미국 에모리대 해외동창상을 수상한 그는 "1960년대 미국의 대변혁기를 이끌었던 반전ㆍ뉴레프트ㆍ흑인민권운동의 중심인 아틀랜타시에 머무는 동안 내 삶을 이끄는 역사적 체험을 할 수 있었다"면서 "1980년대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한 후 절망했을 때 초빙교수로 초청해 나를 도와주기도 해 에모리대는 모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학자이기도 한 그가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원동력은 '역사적 예수'에서 나왔다. "교리로서의 예수가 아니라 역사적 인물로 예수는 참 매력적이죠. 폭력과 독선이 미덕이었던 로마에 정면으로 맞서 사랑과 믿음의 공동체 운동을 펼치고 총칼 앞에 우아하게 패배해 세상을 바꿨잖아요. 유신체제 아래서 어려울 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예수의 삶을 되돌아봤기 때문이지요."

블로거와의 인터뷰도 함께 실은 그는 "20세기는 지식인이 민중을 각성시키며 시대를 이끌어갔다면, 인터넷에서 세상이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21세기의 주인공은 줄씨알(net-roots)"이라며 "그래서 직위를 갖춘 사람들과만 만날 게 아니라 21세기 주인인 줄씨알의 대표인 블로거 '꺄르르'와도 만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