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질소의 순환

나 그 네 2012. 3. 1. 09:48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원소 중 질소(원소기호 N) 는 특별히 중요하다. 단백질의 구조단위인 아미노산 20가지 모두에 질소가 결합하고 있으며, 유전정보의 보고인 DNA 와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RNA 에도 질소가 들어있다. 광합성 공장이라 부를 수 있는 엽록소에도 질소가 결합하고 있다. 한편 공기 중에는 질소분자(N2)가 자그마치 78 퍼센트나 들어있으며 산소분자(O2)가 나머지를 대부분 차지한다.

 

 

물론 우리는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를 공기 중에서 섭취한다. 그러나 질소기체는 우리가 호흡하는 동안 우리 몸을 들락거릴 뿐 일체 인체 내 생화학적 반응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자 노릇만 하다 나가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N2 분자의 두 질소 원자 사이의 결합은 섭씨 1000도 이상으로 가열해야 끊어질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센 결합이라도 그를 분해시킬 수 있는 특이한 생체 효소가 우리 인체에 있었다면, 아마도 공기 중의 질소를 호흡으로 섭취만 하여도 우리가 필요한 질소는 충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질소분자가 재생되어 공기로 재진입하는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으로 진화되었어야 한다.

 

 

 

그러면 인간과 동물, 식물 들은 필요한 질소를 어디서 얻을까? 비록 공기 중 질소기체분자의 질소(N)를 직접 활용할 수는 없으나 질소가 환원되거나 산화된 질소화합물은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번갯불이 칠 때는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가 화학반응을 해 질소산화물을 만든다. 이 질소산화물들이 비에 녹은 상태든지 또는 기체상태에서 토양에 흡수되면 식물들은 그들을 다시 흡수해 자기들이 필요한 질소원으로 이용한다. 물론 지구상 식물들을 위하여는 택도 없이 모자라는 양이다.

 

이렇게 동식물에게 유용한 질소화합물 중에 들어있는 질소를 흔히 ‘고정화’ 된 질소라 부른다.  그러면 식물들은 고정화된 질소를 어떻게 얻을까?

 

그 답은 이로운 박테리아이다. 공기중의 질소는 질소고정박테리아, 뿌리혹박테리아, 일부의 조류에  의해서 질소산화물로 '고정' 된다. 이 중 가장 인간에게 친근(?)한 것은 뿌리혹박테리아이다. 


번개로 인해 공기 중에서 질소산화물이 생긴다. <출처: NGD>

 

콩과식물에 기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콩과식물이 섭취케 할 뿐 아니라 다른 농작물에도 고정질소를 공급한다. 바로 이 능력을 이용하는 지혜를 옛 농부들이 지니고 있었기에, 콩과작물과 다른 작물을 번갈아 경작해 토양 중의 고정질소를 최대한 이용하였다. 물론 그들이 박테리아의 능력을 알았을 리 없고 오랜 경험을 통해 발견했으리라 믿는다.

 

뿌리에 혹을 만드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질소고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조적으로 질소산화물들은 동물들에게는 독성물질일 뿐 아니라 공기의 광화학 오염물질로 지목을 받고 있다. 산화질소 오염물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에서 주로 배출되며 화석연료 중의 불순물로 들어있는 질소화합물이 연소할 때 생긴다. 또 다른 오염물질인 오존(O3)도 번개 시에 공기 중에서 생긴다.

 

식물은 필요한 질소를 대부분 질소고정박테리아의 도움을 통해 공기중의 질소로부터 얻는다 하였다, 그러면 인간과 동물은 어떠할까?  인간과 동물들은 먹이로부터 질소원을 얻는다. 초식동물은 식물성 먹이로부터, 육식 동물은 동물성 먹이로부터 필요한 질소를 공급받는다. 물론 인간은 편리하게 동ㆍ식물성 먹이 양쪽으로부터 공급받는다. 환언하면, 동ㆍ식물은 고정화된 질소만 이용할 수 있게 진화되었지 질소기체 중의 질소를 직접 이용할 능력은 없다는 말이다.

 

 

오랫동안 농업에 식량공급을 의존하여 살면서 농경사회인들은 ‘거름’의 필요성을 배우게 되었으며, 인간 분뇨를 포함한 동물의 분뇨, 식물성 퇴비, 부패시킨 해물들이 고정화된 질소의 공급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천연 비료는 수확을 더 많이 늘리고 싶은 농부들의 마음을 채우기에는 부족하였다. 농경사회에서 농부들은 자연히 더 좋은 비료를 더 많이 갖고 싶어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 속에서 폭약과 비료의 깊은 관계를 찾아볼 수 있다. 천년 이상 전에 중국에서는 바위 벽에 하얗게 생기는 결정성 가루를 모아 화약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으며 - 불꽃놀이의 시초를 아마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 중세에는 이 화약의 이용이 중동을 걸쳐 유럽까지 전달되었다. 중국 눈(China Snow)이라 불렸던 이 화합물은 질산칼륨(질산포타슘)이다. 이를 동양에서는 흔히 초석이라 불렀다. 같은 폭약이 인도 갠지스강 개펄에서도 발견되어 17세기 중반 들어서는 영국동인도회사가 이를 영국으로 실어 날랐고, 훗날 영국이 인도를 점령하게 된 주요 동기중의 하나가 되었다. 후에 남미 페루의 아타카마 사막은 영국, 독일, 미국 등 열강국이 탐내던 질산나트륨(질산소듐)의 보고(寶庫)임이 알려져 19세기 중반 페루는 이를 팔아 큰 세입을 올렸다. 이를 탐낸 칠레가 페루를 침공하는 전쟁까지 있었다. 우리는 이 질소화합물을 흔히 칠레초석이라 불렀다. 중국 눈과 칠레초석은 화약용도로 더 관심이 컸지만, 비료의 효능을 지님도 농부들이 곧 알게 되었다. 화약과 비료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중기능을 지녔음이 발견된 셈이다.

 

 

 그런데 20 세기 초에 인류 역사에 엄청난 화학기술의 발전이 독일의 프리츠 하버카를 보슈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은 고압 고온에서 촉매 존재 하에 질소기체와 수소기체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제조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질소를 고정시키는 공업적 공정을 성공시켰다. 이 공정을 우리는 하버-보슈 공정(하버-보슈법)이라 부르며, 지금도 이 공정이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 좌)와 카를 보슈(Carl Bosch, 1874~1940, 우)

 

인공적인 질소의 고정은 곧바로 농업혁명으로 이어져 작물재배에 필요한 질소화합물이 대량으로 공급되었다. 독일에서는 암모니아와 황산을 섞어 만든 황산암모늄을 곧바로 비료로 사용하게 되었으며, 후에는 암모니아로부터 요소비료를 생산하게 되었다.

 

암모니아나 암모늄염이 토양 속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들에 의해 산화되어 질소산화물로 변하면 작물들이 흡수하게 된다. 요소도 마찬가지다. 아예 암모니아를 밭에 뿌리기도 하였다. 물론 암모니아의 독성을 조심하여야 한다.

 

암모니아를 밭에 비료로 뿌리는 장면

 

 

소위 이들 질소비료를 농토에 공급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질소순환계의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토양에 고정화된 질소가 풍부하지 못한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된 식물분포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고 있으며,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식물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 변화가 장기적으로 우리 자연과 인간에게 줄 영향에 관해 아무도 자신 있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우리가 현재 논밭에 사용하고 있는 비료의 반 정도가 작물들이 흡수하거나 논밭에 잔류하지 못하고 빗물에 씻겨 개천, 강을 거쳐 바다, 혹은 호수로 들어가는데, 그것이  걱정이 된다. 수중에 고정화된 질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다른 비료 등으로부터 오는 인과 칼륨 등과 어울려, 수중의 영양분을 증가시키는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난다. 수중식물의 성장이 왕성해져 물 위층을 덮어 태양 빛의 수중침투를 막을 뿐 아니라 물에 녹아있는 산소의 섭취가 크게 증가해 용존산소량이 감소하므로 물고기 등의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매해 우리나라 남해바다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적조의 왕성한 성장의 원인을 우리는 부영양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같은 생태계 변화가 얘기의 전부가 아니다. 토양 박테리아에 의해 산화질소화합물이 생기는 과정에서 일산화이질소(N2O, 소기(笑氣), laughing gas) 도 만들어지며 이 기체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전세계가 걱정하고 있는 이산화탄소(탄산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산화이질소는 탄산가스보다 300 여 배나 되는 온실가스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박테리아가 만드는 다른 질소산화물인 산화질소(NO) 와 이산화질소(NO2) 는 공기 중에 배출되면 광화학스모그를 만들며, 비에 녹아 내리면 바로 산성비가 되어 토양 및 수질에 해를 주며 건축물을 부식시킨다. 일부 고정화 질소는 질소기체가 되어 다시 대기로 들어간다. 음용수에 질소산화물이 들어있으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으며, 공기 중의 질소산화물은 특히 어린아이들의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준다.

 

 

그런데 정말 우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점은 이런 우려가 우려로만 머물러 있으며, 질소순환에 관한 과학적 정보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못한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탄소의 순환에 덧붙여 질소순환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그에 대처해야 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더구나 질소순환계와 탄소순환계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도 하루 속히 밝혀져야 할 과제다.

 

질소의 순환과정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는 인구를 먹이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비료소비량의 급속한 증가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20세기 초 세계 인구는 겨우 10억 정도였으나 지난 100년 사이 세계인구는 크게 늘어 현재는 60억이나 되며, 만약 합성비료의 대량생산이 발명되지 않은 채 19세기 말에 사용하던 가장 효율적인 영농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면 현재 세계인구의 1/3, 다시 말해 20억은 생존이 불가능하리라는 추산이다.

 

 

 

진정일 / 고려대 화학과 석좌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화학과 석좌교수이며,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과 한국과학문화진흥회 회장이다. 저서로 <교실 밖 화학이야기> 등이 있다. 한국과학상, 수당상 등을 수상했다.


발행일 
200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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