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daily/한 국 인

의사 노동영교수

나 그 네 2009. 1. 14. 09:26

 

의사 노동영

 



 

그는 2000년 한국유방건강재단을 만들어 매년 10월 핑크리본 행사를 열고 있다. 그가 ‘핑크리본 닥터’로 불리는 이유다. 이곳에선 매년 네 번 단축마라톤을 연다. 지난해 10월 행사에선 영화배우 장동건, 송혜교, 고두심과 오세훈 서울시장, 심은경 주한미국대사까지 참석했다. 힘이 난 1500명의 환자가 손에 손을 잡고 5㎞를 달렸다.

노 교수는 2000년 자신의 환자들 모임인 ‘비너스회’를 조직했다. 환자들끼리 서로 돕자, 비너스회가 지원하겠다는 게 취지다. 열성 회원만 600여명. 지역별, 취미별 모임을 갖는다. 환자끼리 당당히 마주보며 목욕으로 아픔을 씻어내기도 한다. 병원에서 일일찻집과 바자를 열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쓴다. 노 교수는 회원들과 어울려 연극과 뮤지컬을 보러 간다. 비너스회는 서울대병원의 도움을 받아 지방에서 상경한 환자들이 묵을 방 3개짜리 쉼터도 마련했다.


노 교수는 매일 아침 6시 반에 출근한다. 비너스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과 e메일에 대답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Q&A에 대답한 것만 1만6000건에 이른다. e메일을 포함하면 2만 건이 넘는다.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에서 의사와 환자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사례로 연구까지 했다. “하루에 200명 넘는 환자를 봐야 해요. 진료실에서 제대로 설명해주기가 힘들죠.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인터넷 덕분에 그 문제를 해결했어요.”


 

 

 

 

노 교수는 “유방암 환자는 여성성을 잃는다는 공포를 갖고 있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수술실에 은은한 음악을 틀어놓고 환자를 기다린다. 환자가 조금이라도 더 안심할 수 있도록. 사실 그는 음악을 잘 안다. 대학 시절 프렌츠호른을 연주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서울대의대 교향악단 지도교수다.


그는 치료뿐 아니라 유방암 연구에서도 국내 1인자다. 국제학술지에 1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함께 유방암을 진단하는 유전자칩을 개발 중이다. 줄기세포로 유방암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기초연구를 임상에 적용하는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이행연구센터(Translation Research Center)’의 총책임자로 선임됐다.

 

 

그는 부친과 장인의 후광에 기대 편히 살 수도 있었다. 아버지는 서울대병원장과 대한병원협회장 을 지낸 노관택 박사. 노 박사는 가난을 이기고 서울대 의대에 들어와 이비인후과 최고 명의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부친과 서울대 동기생인 장인은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이현재 박사다. 노 교수는 그러나 두 사람보다 더 바쁜 삶을 택했다. 주말에도 승용차로 가족을 교회에 데려다 주고 병원으로 향하는 일이 숱하다. 그래서 아내 이수요 씨(49)와 2녀1남에게 늘 미안하다. “어느 주말에는 집에 있었더니 아이들이 왜 병원에 안 가느냐고 묻더군요. 아이들을 챙겨주지 못한 게 갑자기 미안해지더군요.”

 

 

 


그는 유방암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유방암은 실질적으로 국내 1위의 여성암입니다. 환자가 계속 늘고 있어요. 초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되지만 조기 발견율이 낮습니다. 조기검진율이 26.5%에 불과해요. 조기진단 필요성을 알리려는 핑크리본 사업이 서서히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게다가 많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고 여성성을 잃은 공허함에 방황합니다. 환자들끼리 힘을 합치면 이걸 이겨내고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어요. 저는 여기를 돕고 싶은 겁니다.”

그는 “나는 환자를 치료할  뿐 아니라, 환자로부터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1월 서울대병원 암센터 소장이 되었다.

 

유방암은 대표적인 서구형 암이다. 비만인구 증가에 따라 늘면서 수많은 여성을 낙담시키고 있다. 유방암은 성관계가 없거나 임신 하지 않은 여성에게 잦은 특징이 있다. 유방암은 5% 정도가 유전적이다. 나머지는 후천적 환경에 의해 생긴다.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이나 술을 즐기는 사람에게서 잘 발병한다. 12세 전에 초경이 있고, 55세 이후에 폐경이 된 사람도 잘 걸린다. 폐경 이후 급격히 살이 찐 사람도 발병률이 높다. 출산이 늦거나 아예 아기를 갖지 않아도 잘 걸린다. 물론 가족력이 있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서구에서는 50대에서 환자가 가장 많지만 우리나라는 40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 이들 위험군에 속한 여성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유방에만 암이 있다면 5년 생존율은 96%

유방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암이 다른 데로 번지지 않고 유방에만 있다면 5년 생존율이 96%에 이른다. 또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받으면 유방을 보존하면서 암 부위만 제거할 확률이 높아진다.


유방암에 걸리면 흔히 멍울, 통증, 분비물, 젖가슴 함몰, 겨드랑이 멍울, 양쪽 유방의 갑작스러운 비대칭 등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증세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20대 이상은 매달 한번 자신의 유방을 골고루 만져 멍울이 있는지 자가진단하고 35세 이상은 매년 병원에서 유방 검진을 받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특히 40세 이상은 매년 한번 플라스틱 판에 유방을 밀착시킨 뒤 X-레이를 찍는 ‘맘모그램’ 진단을 받도록 한다. 유방암 위험요인이 있는 여성은 35세 이전이라도 매년 유방암 검진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맘모그램 진단 뒤에 필요하면 조직검사를 받는데 이전에는 유방을 찢어서 했지만 지금은 유방암이 의심되는 부위에 미세관을 삽입하고 여기에 달린 바늘이 회전하면서 둘레의 여러 조직을 떼어내는 ‘맘모톰’, 검진을 하면서 젖가슴의 작은 종양을 잘라 없앨 수도 있는 ‘ABBI’ 등이 보급돼 있다.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가급적 모유를 먹여야

최근 직장 때문에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기를 늦게 가지는 여성, 모유 수유를 포기하는 여성이 많은데 이런 여성은 유방암에 취약해진다.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가급적 결혼 뒤 아기를 일찍 낳도록 하고 아기에겐 모유를 먹이도록 한다. 또 매주 3일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 운동한다. 미국암협회에서는 채소를 하루 다섯 접시 이상 먹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콩이나 콩자반, 된장, 비지, 두유, 두부 등 콩 음식과 녹황색 채소를 듬뿍 먹는 것이 좋다. 콩은 유방암과 함께 골다공증도 예방하는 좋은 음식이다.

 

 

 

유방암은 조기에 진단받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암이다. 더러 선인장 껍질을 가슴에 붙이는 등 허무맹랑한 치료법에 매달렸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는 암이다. 5년 생존율은 암이 유방에 국한됐다면 96% 이상, 유방 및 주위 조직에 번진 경우에는 70%다. 그러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됐다면 20% 정도로 떨어진다.


유방암의 치료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방과 주변 조직을 완전히 도려내는 유방근치술(乳房根治術)을 했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가슴 근육을 일부 남기는 ‘변형 유방 근치술’을 비롯해 유방을 가능한 한 보존하는 쪽으로 수술하고 있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해서 암이 처음 전이되는 림프절인 ‘감시 림프절’을 검사해 이곳에 암세포가 없으면 겨드랑이 림프절을 남겨두는 수술법도 사용되고 있다.

 

유방암 세포가 피부 가까이 있으면 특수 관을 넣어 방사선 치료

그러나 한국여성은 서양인보다 완전히 유방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동양인은 유방조직이 서양인보다 치밀해 지방이 적고 섬유조직이 많아서, 서양 기준에 맞춰 수술하면 십중팔구 재발하기 때문이다. 항암제로는 허셉틴, 텍세인 등 암세포의 특정 부위만 공격하는 ‘스마트 폭탄’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또 유방암 세포가 성장할 때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점에 착안해 이 작용을 방해하는 항호르몬제제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 유방암 세포가 피부 가까이 있는 경우에는 특수 관을 넣어 공략하는 방법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치료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합동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노동영 교수는 “우리나라 유방암 전문의들의 치료 수준은 세계적이며 실력도 평준화돼 있다”면서 “의사를 믿고 지시에 충실히 따르면 유방암은 무서운 암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지방에서 환자가 올라오면 “왜 그곳의 훌륭한 분에게 치료받지 제게 왔습니까?”라고 묻고 되돌려 보내기도 한다.

 

 

 

Q&A 노동영 교수에게 물어보다

  • 1
    내 인생에 자양분이 된 숨겨진 습관(secret habit)은?
    아무리 늦게 자도 새벽에 일어나서 늦어도 오전 6시 반까지는 출근한다.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남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제일 일찍 병원에 나와야 안심이 된다.
  • 2
    내게 힘을 주는 경구나 명언은?
    Deserve the Desire (많이 갖추고 나서 소망하라). 20대에 우연히 충격처럼 받아들였던 말이다. 하루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하면 결국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 3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극복하는지?
    새로운 곳을 여행한다. 그리고 주위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한다.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한다. 슬럼프가 곧 사라지고 새로운 국면이 올 것으로 믿는다.
  • 4
    스무 살 때와 지금 내가 달라진 점은?
    젊었을 때에는 무엇인가 이루려고만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나눌 수 있을까 에 더 신경을 쓰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
  • 5
    내 경험에서 가장 뼈아팠던 때와 교훈을 들려준다면?
    2005년 다른 병원에서 온 환자의 종양을 제거했다. 그런데 이 환자를 처음 진료한 병원에서 유방의 종양조직이 바뀌는 바람에 고생한 적이 있다. 법원에서는 그 병원의 책임만 묻고 내게는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환자의 막말을 들어야 했다. 의사란 직업에 회의가 들었다. 그러나 내게 수술 받은 환자들이 곁에서 큰 힘이 됐다. 비너스 회원들이 80명도 넘게 찾아왔다. 모두 손에 장미를 들고서였다. “선생님 우리가 있잖아요, 힘 내세요.” 나는 “저, 괜찮아요. 기운 내고 다시 여러분 곁에 있을 게요” 그렇게 말했다. 의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 의사를 믿는 환자가 있는 한 어떤 시련이라도 이길 수 있다.
  • 6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이현재 박사다. 내 장인이기 전에 선비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박태준 명예회장도 존경한다. 개척자이기 때문이다.
  • 7
    나를 감동시킨 사람이 있다면?
    김종한 종합전기 대표다. 내 은사인 최국진 명예교수의 친구 분이시다. 내가 이 길에 들어섰을 때부터 가르치고, 도와온 어른이시다. 항상 자신에게 충실해라, 마음이 변함 없어야 한다, 그렇게 말씀하셨다.
  • 8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다. 투병을 끝내자마자 예술의 전당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팜플렛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라흐마니노프는 우울증을 치료해준 의사 니콜라이 달에게 곡을 바쳤다. 나는 이 곡을 노동영 교수에게 헌정한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 9
    나의 라이벌은?
    나 자신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어떤 때에는 한계를 넘지 못한 채 그걸 넘어서는 장면을 상상하고는 잠시 좌절한다.
  • 10
    의사를 선택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님(노관택 전 서울대병원장)이 진료하는 모습을 봐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의사의 길을 가게 됐다. 의사는 정말로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외과를 택한 건 돌아가신 김진복 교수님에게 끌려서였다. 그 분은 내가 학생 때 지도교수였다. 외과계의 거장이었고, 나는 그 자신감 있는 모습을 존경했다.
  • 11
    이 직업에서 이것만은 갖춰야 한다는 자질이 있다면?
    근면, 성실, 인내가 필요하다. 거기에 외과의사는 특히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신체적으로 힘든 만큼 환자에 대한 무한 애정도 필수다. 여기에 예술적 감각까지 있으면 정말 좋은 외과 의사가 될 자질이 있는 거다.
  • 12
    이 직업 정말 잘 택했구나 싶었던 때는?
    서울대병원의 유방암 환우 모임인 ‘비너스회’에서 환자들이 나를 반길 때다. 그들이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참 내가 좋은 길 택했구나’하는 느낌이 온다. 뿌듯해진다.
  • 13
    같이 일을 하며 내게 믿음을 주는 사람(선후배/동료)은?
    글쎄, 한번 손꼽아볼까. 우선, 은사인 최국진 서울대병원 명예교수님이 계시다. 그리고 한국유방암학회를 같이 일궈낸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양정현 교수님, 건국대병원 백남선 교수님,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정상설 교수님,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이희대 교수님, 충남대병원 장일성 교수님, 영남대병원 이수정 교수님, 순천향대병원 이민혁 교수님 등이다. 이 분들은 인생과 학문의 선배들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냈다.
  • 14
    사람들을 어렵게 설득해야 할 때 내가 쓰는 방식이 있다면?
    내게 사심이 없고 그 일이 정말 옳다는 것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미리 준비해서 안심하도록 만든다.
  • 15
    앞으로 꼭 해내고 싶은 희망이 있다면?
    2000년 설립한 한국유방건강재단의 활동을 확대하겠다. 핑크리본 캠페인도 더욱 더 활성화시켜서 환자들에게 좀더 많은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이런 활동에 보다 많은 동료 의사들이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 지금까지 연구해온 종양표지자의 발견과 종양줄기세포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다. 이 연구 결과가 실제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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