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07년 슬로바키아를 꺾고 20년 만에 데이비스컵 월드 그룹에 올라갔다. 이형택은 단식과 복식에서 혼자 3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형택은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부담을 느꼈다. 30살이 넘으면 슬슬 뒤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치고 올라오는 후배가 없다. 이형택은 단식, 복식을 모두 이겨야 했다. 한국은 2008년 2월 데이비스컵 본선 1회전에서 독일에 2-3으로 졌다. 혼자 독일을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이형택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선수들은 정신력이 약하다. 이를 악물고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하다. 목표는 높게 잡고 있는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 달리기를 하면 아직도 내가 맨 앞에서 뛴다.”
이형택을 보면 경이감을 갖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형택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그만큼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이형택은 2008년 세계 랭킹이 100위 권 밖으로 밀렸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반응이다. “무릎 부상 때문에 3~4개월 정도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성적이 나쁘면 문제가 되겠지만 내 경우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랭킹이 떨어졌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했다.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이형택은 “먼저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다시 들어가겠다. 그리고 투어 대회와 그랜드슬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최고의 자리에서 은퇴한 안드레이 애거시처럼 명예롭게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형택은 취재가 끝나자마자 다시 라켓을 들었다. 그리고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까지 스트로크를 날렸다. 이형택은 테니스를 즐기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