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화합물
납은 주로 산화상태가 +2, +4인 화합물들을 만드는데, +2 상태의 화합물들이 보다 흔하다. +4가 상태의 납 화합물들은 강한 산화제이며, Pb4+는 강한 산성 용액에서만 존재한다.
산화물 납의 산화물은 산화납(II)(PbO), 사산화삼납(Pb3O4), 이산화납(PbO2)이 있다. PbO는 일산화납 또는 그냥 산화납이라고도 부르는데, 공기 중에서 납을 약 600oC로 가열하면 얻어지며, 질산납(II)(Pb(NO3)2)이나 탄산납(II)(PbCO3)을 열 분해시켜도 얻어진다. 방연석(PbS)에서 납을 생산할 때의 중간 물질이기도 하다. 실온에서 안정한 정방정(tetragonal) 구조의 붉은색 α-PbO와 488oC 이상에서 안정한 사방정(orthorhombic) 구조의 노란색 β-PbO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α-PbO는 리사지(litharge), 밀타승(密陀僧)으로도 불리고, β-PbO는 마시콧(massicot), 금밀타(金密陀)로도 불리는데, 흔히 PbO를 모두 리사지 또는 밀타승이라 부르고, β-PbO는 황색 리사지(litharge yellow)로 구분하기도 한다. 두 구조는 가열과 냉각으로 상호 변환된다. 녹는점은 888oC이고, 물에 아주 조금 녹으며(물 100mL에 α-PbO는 0.0050g, β-PbO는 0.011g), 산과 반응하여 염을 만들고, 알칼리에 녹아 [Pb(OH)3]-가 된다. 공기 중에서 가열하면 산화되어 PbO2가 되는데, 이는 550oC에서 다시 산소와 PbO로 분해된다. 납 유리, 컴퓨터 부품을 비롯한 산업용 세라믹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사산화삼납(Pb3O4, trilead tetroxide, ‘red lead’ 또는 라틴어로 minium라고도 부름)은 연단(鉛丹) 또는 광명단(光明丹)으로도 불리며, +2가 납과 +4가 납이 혼합된 붉은색 혼합산화물이다. PbO를 공기 중에서 450~480oC로 가열해서 얻거나, PbCO3 또는 2PbCO3·Pb(OH)2(백연)을 공기 중에서 가열해서 얻는데, 천연상태의 광석으로도 산출된다. 500oC로 가열하면 PbO와 산소로 분해되며, 질산에 녹이면 PbO2가 침전으로 생긴다.
Pb3O4 + 4 HNO3 → PbO2 + 2 Pb(NO3)2 + 2 H2O
Pb3O4는 철 산화물이나 철과 반응하여 물에 녹지 않는 Fe(II)와 Fe(III)의 납산염(plumbate, Pb(OH)62- 또는 PbO32- 또는 PbO44-)을 만드는데, 이 때문에 철 제품이 녹 스는 것을 방지하는 밑칠 페인트에 사용된다. 납 유리 제조에 사용되며, 강한 산화제이므로 불꽃 제조에도 가끔 사용된다.
이산화납(산화납(IV), PbO2)은 Pb3O4를 질산에 녹이면 얻어지며, 물에 녹지 않는 흑갈색 물질이다. PbO처럼 두 가지 결정형이 있는데 겉보기는 같다. 공기 중에서 가열하면 290oC에서 Pb12O19, 350oC에서 Pb12O17, 375oC에서 Pb3O4을 거쳐 600oC에서 PbO로 분해된다. 강한 산화제로, 황산이나 질산과 반응하면 산소를 발생시키고 염산과 반응하면 Cl2를 생성하면서 납은 +2 상태로 환원된다. 알칼리 용액과는 반응하지 않는다. 납축전지의 양극 물질로 사용되며, 성냥 제조 등에도 사용된다.
칼코겐화물 납 염이 황화수소(H2S)와 반응하면 황화납(PbS)이 생성된다. PbS를 공기 중에서 가열하면 황산납(PbSO4)을 거쳐 PbO가 된다. PbS는 물과 약산에는 녹지 않는다. 녹는점이 1118oC인 검은색 물질로, 한때는 검은색 안료로 사용되었으며, 반도체 물질로 적외선 검출기에 사용되었다. 고압에서 황과 함께 가열하면 이황화납(PbS2)이 생성되는데, 이 역시 반도체 성질을 보인다. 셀렌화납(PbSe)은 납과 셀레늄(Se)의 직접 반응에서 얻는데, 여러 방법으로 양자점이나 박막으로 만들 수 있다. 띠 간격이 좁은 반도체 물질로 1.5~5.2μm 파장에서 작동하는 열 영상 적외선 검출기 제작에 사용된다. 텔루르화납(PbTe)도 띠 간격이 좁은 반도체 물질로 텔루르화납주석으로 만들어 적외선 검출 물질로 사용되는데, 열전(thermoelectric) 특성이 좋다.
할로겐화물 납의 할로겐화물로는 이할로겐화물(PbX2)과 사할로겐화물(PbX4)이 있는데, PbX2가 PbX4보다 열적으로나 화학적으로 훨씬 더 안정하다. PbX4 중에는 PbF4만 안정한데, 이는 PbO2와 HF와의 반응에서 얻으며, 노란색이고 녹는점은 600oC이다. PbCl4는 PbO2를 HCl에 녹이면 생성되는데, 실온에서 노란색 기름 상태이고 어는점은 -15oC인데, 0oC이하에서는 안정하나 50oC이상에서는 PbCl2와 Cl2로 분해한다. PbBr4는 더욱 안정하지 않으며, PbI4는 그 존재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PbX2는 Pb2+염 용액에 HX 또는 X-를 첨가하면 침전으로 얻어진다. 모두 물에 잘 녹지 않으며, 노란색인 PbI2를 제외하고는 실온에서 모두 흰색 결정이다. PbF2는 처음으로 발견된 이온 전도성 결정 물질이며, 저융점 유리 제조, 유리의 적외선 반사 코팅, 브라운관 TV 스크린 형광체, 피콜린(picoline) 제조 촉매 등으로 사용된다. PbCl2는 천연 광물로도 발견되며, 티타늄산납(PbTiO3)과 티타늄산바륨납(Ba1-xPbXTiO3) 합성, 적외선 투과 유리 제조, 여러 납 안료의 합성에 사용되고, 비스무트 정제에도 사용된다. PbCl2와 PbBr2는 광감성 물질로,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을 쪼이면 금속 납이 석출된다. PbI2는 광전도체이며, 녹색(최대 흡광 파장, 494.9nm)에 노출되면 분해한다. 가열하면 비가역적으로 검붉은색이 되며, X-선과 감마선을 포함한 고에너지 광자의 검출 물질로 사용된다. 19세기에는 아이오딘 옐로(iodine yellow)란 이름으로 안료로 사용되었다.
기타 화합물 이들 외에도 여러 납 화합물이 합성되어 여러 용도로 사용되었으나, 납 독성 때문에 지금은 대부분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가장 대표적인 화합물이 사에틸납(Pb(C2H5)4)인데, 이는 납-소듐 합금(NaPb)에 클로로에탄을 반응시켜 얻는다.
4 NaPb + 4 C2H5Cl → Pb(C2H5)4 + 4 NaCl + 3 Pb
1920년대부터 가솔린의 옥탄가를 높이는 값싼 첨가제로 널리 사용되었는데, 납 환경오염의 위험 때문에 1970년 중반에 미국을 시작으로 사용이 금지되기 시작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에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일부 유형의 항공기와 경주용 자동차의 가솔린 연료에는 아직도 첨가된다. |